지난 2013년 1월 28일 KBS-TV 프로그램 아침마당에서는 모처럼 재미있는 코너를 선보였다.
‘전국 수타명인 열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수타면의 강자들을 초청, 왕중왕 대결을 펼친 것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다름 아닌 민현택 대표.
민 대표는 전국에서 모인 이 분야의 고수들을 누르고 <다케다야> 사누키우동의 월등한 면발을 과시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힘들고 어려웠던 날들이 떠올랐는지 그의 두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사누키우동 분야에서는 국내 정상급인 민 대표와 <다케다야>의 오늘은 어떤 어제들이 쌓여 이룩된 것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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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케다야 민현택 대표 (제공=월간 외식경영) |
◇ 충분하고도 월등한 지식과 기술력
민현택 대표는 ‘뼛속까지 주방’ 출신이 아니다. 이른 나이에 외식업에 투신해 주방에서 꿈을 키워 성공한 오너 셰프들의 사례는 많다. 그러나 민 대표는 중년에 이르러 뒤늦게 사누키우동의 매력에 빠졌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에 건너가 사누키우동에 대한 수련을 했고 귀국해서 창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뒤늦게 출발선에 섰다는 점을 강하게 의식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자 맘먹었고 실제로 실천했다.
일본 가가와현에서 눈물 밥을 먹어가며 사누키우동을 배웠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익히겠다는 자세는 지식과 기술의 빠르고 강력한 흡인력이 되었다.
교육 기간 동안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사누키우동에 대한 모든 것을 흡수했다. 사장에게 훨씬 먼저 주방에 들어온 일본인 조리사들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안심했을 정도였다.
사누키우동에 관한한 최고의 일인자가 되고 말겠다는 결심은 남들보다 늦었다거나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그 절박감은 왕성한 배움의 추동력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민 대표를 최고의 사누키우동 명인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일본에서 발간되는 신간 요리 서적들을 탐독한다. 주로 새로운 요리 정보나 음식의 차림새, 코디 등에 관한 책이다. 사누키우동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잘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기술력의 확보, 그것이 성공의 가장 튼튼한 토대였다.
◇ 질 높은 우동 탄생의 원천은 쾌적한 주방
최근 개점한 울산 <아키라>의 주방에는 고성능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주방 옆에는 직원용 샤워실도 마련했다. 주방 내부는 비교적 넓은 편이고 작업 동선을 고려해 주방기구와 설비를 설치했다. 누가 봐도 조리사를 충분히 배려한 공간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홀에 테이블 하나라도 더 놓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참아야 돼요. 식당에서 더 넓혀야 할 곳은 홀이 아닌 주방입니다. 음식 만드는 사람이 편하고 즐거워야 좋은 음식이 나옵니다. 불편하고 힘들고 짜증나는 주방에서 결코 좋은 음식이 나올 리 없습니다. 질 낮은 음식으로 성공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성공할 생각이 있는 업주라면 홀보다 주방에 더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쾌적한 주방 환경이 양질의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그가 견습생 시절부터 주방 생활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교훈이다. 좋은 음식이 대박식당의 전제조건이라면 쾌적한 주방환경은 좋은 음식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다케다야>나 <아키라>의 맛있는 사누키우동은 조리하기 편한 주방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 직원들과 정보 공유 스킨십, 창의력과 주인정신 쑥쑥
주방 쾌적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지만 민 대표는 직원들과 가급적정보나 정서를 공유하려 한다. 일종의 스킨십 유지라고 할 수 있다. 매출액을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가장 극단적 사례다.
특히 우동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하절기에는 공개뿐 아니라 매출액의 1%를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이런 나눔은 단순히 직원들에 대한 호의가 아니다. 그들과 함께 식당의 현실을 공유하고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자세와 행동을 무언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단지 피고용인이 아니고 주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할 마음의 여지가 생긴다. 자발적이고 창의적 노력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직원의 심리는 점포가 너무 한가한 것도, 너무 바쁜 것도 싫어합니다. 작지만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나눠주고 힘을 모아 비수기를 타개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직원들과 함께 개발한 냉우동은 최고의 여름철 효자 메뉴가 되었습니다.”
◇ 一期一會, 기술은 정성을 이길 수 없다
몇 해 전 <다케다야>를 방문했을 때 ‘기술은 정성을 이길 수 없다’는 문구를 봤다. 계산대 옆과 주방에도 이 문구가 있었다. 당시 민 대표에게 물어보니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문구라고 했다.
일생에서 단 한 번의 만남을 뜻하는 일기일회一期一會를 그는 고객 응대와 식당 경영의 중심 가치로 여긴다. 얼마 전 타개한 법정 스님을 통해 잘 알려진 이 말은 일본 차 모임에서 손님에게 최선을 대해 접대하는 마음을 나타낸 말이다. 그러니까 말뜻 그대로 일생 단 한 번밖에 없는 만남이고 인연이므로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내게는 1/n인 손님이지만 손님에게는 우리 식당이 전부입니다. 그런 손님들께 우리 우동을 평생에 단 한 번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모시려고 무척 노력합니다.”
민 대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우동 면을 제공하기 위해 면 삶는 시간도 매우 중요시한다. 다른 직원들은 벽에 부착된 타이머를 보고 우동을 삶지만 민 대표는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된 고객의 입맛에 따라 삶는 시간을 조절한다.
우동과 함께 나가는 튀김도 최고의 식감과 맛은 물론, 건강까지도 고려해 늘 새 기름으로 쓴다. 튀김용 기름은 업주들에게 비용절감의 유혹을 강하게 도발하는 품목. 눈 한 번 감으면 1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유혹에 넘어가면 손님이 떨어진다. 잠깐은 이득을 보지만 길게 보면 엄청난 손해다. 민 대표는 누구보다 이걸 잘 안다. 손님을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 생각하면 그런 음식을 손님에게 도저히 내줄 수 없다. 그는 진정으로 손님에게 잘 해주고 싶어 한다.
민 대표의 성공은 사누키우동이 국내에 널리 확산되기 전 창업을 했기 때문에 블루 오션에 대한 선점 효과를 봤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손님이 알아주건 말건 우동 그릇에 차곡차곡 정성의 마음을 담아서 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