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도 '4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되기 하루 전인 20일(이하 현지시간)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또다시 불거졌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5월21일 공개한 4월 FOMC에서 조기 금리인상 신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기 금리인상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연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4차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서면서 그동안 미국 경제와 증시를 부양했던 양적완화는 올해 10월 또는 12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양적완화 종료에 이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언제쯤 시작되느냐에 쏠려 있다. 내년 하반기에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이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시기를 놓고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플로서 총재 등 매파는 올 하반기 이후 미국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비둘기파는 금리인상을 천천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통화완화정책이 끝나고 통화긴축정책이 시작된다는 의미여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의 양적완화와 사실상 제로금리로 막대한 돈을 풀었기 때문에 미국경제 회복에 따라 금리인상 등의 출구전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출구전략 시기를 잘못 택하면 경제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되고, 반대로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 후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서면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현재 연준의 판단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고 경기회복의 진행과정을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 연준, 출구전략 논의했으나 결론 못내
연준은 4월 FOMC 회의에서 향후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
연준이 지난 5월21일 공개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4월29~30일 열린 회의에서 향후 통화긴축정책과 관련해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했으나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전례 없는 연준의 대규모 대차대조표로 인해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제로수준인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단기 금리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연준은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는 통화정책의 명확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면서도 정확한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과 관련해 결론 없이 논의만 하고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펼치기로 한 것이다.
연준은 의사록에서 위원들이 향후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과 관련해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신중한 계획의 일환일 뿐 조만간 양적완화정책을 끝내거나 단기금리를 올린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월가는 연준의 성향이 매파가 아닌 비둘기파인 게 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다렐 크롱크 웰스파고프라이빗뱅크 투자책임자는 "연준의 의사록에서 놀랄 만한 내용은 없었다"며 "비둘기파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아나스타시아 아모로소 JP모건펀드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연준이 경기 모멘텀을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긴축정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설명했다.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낮다고 봤지만 미국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속도와 고용시장 및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위원들 간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 |
매파인 플로서 총재는 지난 20일 위싱턴에서 부동산·금융업계 여성기업인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미국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3%에 이르고 현재 6.3%인 실업률이 올해 말에는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둘기파인 더들리 총재는 이날 뉴욕의 기업경제학회 연설에서 "올 하반기 성장률이 3% 정도이고 내년에는 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비둘기파 위원들은 최근 주택시장 둔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부시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의 회복 모멘텀이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시장이 2009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위축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주택부문이 성장률을 하락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플로서 총재는 "최근 주택판매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주택경기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 주택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기판단과 통화정책을 놓고 비둘기파와 매파 간 입장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연준의 출구전략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때문에 올해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조기 금리인상 논란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늘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동안 중앙은행의 경기예측이 빗나간 적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연준의 출구전략은 글로벌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늦게 인지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후회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