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보릿고개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얘기다. 분명 그 시절에 비해 먹거리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막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급식 사고에 파라핀 아이스크림 파동, 농약 김 논란까지. 식품 관련 안전사고는 수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는 자조의 말까지 나온다. 먹거리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머니위크>는 정체불명의 식품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 그리고 식품 유통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대안 등을 심층 취재했다.


#1.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김혜정씨(39)는 장보러 갈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산 불량식품 유입, 유해 식품첨가물 논란 등 먹거리 안전에 대한 공포를 늘 갖고 있기 때문. 두 아들의 엄마인 김씨는 식재료와 식품 등을 구입할 때 원산지와 첨가물 등을 꼼꼼히 따진다. 중국산은 1순위로 피한다. 김씨는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인데 조금 비싸더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편"이라며 "요즘같이 식품에 대한 문제가 많은 때는 더더욱 아무 음식이나 식탁 위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2. 서울 동작구에 사는 워킹맘 윤경순씨(44)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최대한 유기농·무농약 중심으로 고르고 되도록 친환경식품을 구매한다"며 "그런 표시가 있으면 일단 사긴 하는데 사실 이 표시도 100% 신뢰할 수 없어 찜찜함이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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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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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가장 근본이 되는 먹거리. 이 소중한 먹거리에 위기가 닥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먹거리 사고가 터지고 있어서다. 양잿물로 무게를 불린 해산물이 등장하더니 중국산 가짜 쇠고기가 적발됐고, 아이스크림에선 양초의 주원료인 파라핀이 검출됐다.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있기나 한 것인지 오늘도 소비자들은 '먹거리 공포'에 떨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소시지에서는 최근 치사율이 높은 식중독균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소셜커머스를 통해 구입한 소시지 22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개에서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가 검출됐다.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균은 임산부·신생아·노인 등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으로, 여느 식중독균과 달리 치사율이 30%로 높다.


'국민반찬'으로 불리는 김에서는 농약이 검출됐다. 지난 4월 농약을 뿌려 양식한 김 1900톤이 전국의 대형마트·백화점·전통시장에 유통된 사실이 드러난 것. 이 사건으로 '농약 김' 양식업자 17명이 입건됐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부산과 창원시 진해구 일대에서 김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유기산에 농약(전착제)을 희석해 김에 뿌려왔다. 이들은 또 수매 시 비싼 값을 받기 위해 화상이나 실명, 위장장애를 일으켜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어독성 3급 농약을 김 양식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주었다.


밥상의 안전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년만 되돌아봐도 ▲독성 염지제로 범벅된 치킨 ▲상한 채소를 건조해 만든 불량 맛가루 ▲식용으로 둔갑한 개 사료용 닭내장 ▲유통기한과 원산지가 조작된 우족과 도가니 등 불량 먹거리가 쏟아졌다.


이는 곧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식품안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 및 불안이유'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식품에 대해 국민의 16.1%만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약처가 파악한 불량식품 관련 신고건수도 매년 약 1만건에 이르는 등 지난 4년 동안 식품안전 위반사례는 줄지 않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