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데 언제부턴가 영화관을 직접 찾기보다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거나 VOD(주문형비디오)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TV로 감상하게 됐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시간을 별도로 내야 하고 무엇보다 금전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 10년 전만 해도 영화관람료는 5000~6000원(학생 및 조조 5500원)이었다. 1만원만 들고 가도 기분 좋게 조조영화를 감상한 후 자장면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화 1편을 보고 나면 5만원짜리 지폐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물가가 오르고 영화관 시설이 좋아진 이유도 있지만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도대체 영화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영화관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봤다.



[커버스토리] 원가 8배 팝콘·10분 넘는 광고… 영화관의 횡포

 
▷19시50분 = 용산역에 도착했다. 저만치서 먼저 도착해 서성이는 아내와 처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영화시작 시간은 밤 9시20분.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 배부터 채우자는 처제의 의견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 3개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생색 좀 내볼까 해서 챙겨온 비상금(?)은 현금 10만원. 그러나 가볍게 햄버거 하나 먹었을 뿐인데 벌써 2만원이 사라졌다.
▷20시17분 = 영화관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관람할 영화는 <명량>.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예매 줄도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아내가 입장권을 발급받아 오더니 비상금 중 3만원을 빼앗아간다. 영화비용 2만7000원과 수고비 3000원이다.

▷21시5분 = 입장하기 직전, 처제가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다며 팝콘을 사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매점 메뉴판으로 보이는 다양한 메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팝콘과 콜라는 기본이고 핫도그, 커피, 나초, 오징어 등이 구미를 당긴다. 콤보 종류만 해도 7~8가지, 가격대는 1만원부터 1만7500원까지 다양했다. 알뜰한(?) 처제는 1만7500원짜리 콤보를 골랐다.

▷21시15분 = 영화시작 5분 전에 미리 입장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인 만큼 단 한장면도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는 영화 예고편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수의 상업성 광고들. 티켓에 표기된 상영시간이 이미 훌쩍 지났지만 광고는 계속됐다. 영화가 시작된 시간은 9시32분. 입장 후 17분 동안 본 광고의 숫자는 무려 24개(영화 예고편 3개 포함)에 달했다.


▷23시40분 = 영화가 끝났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길목에 놓인 자판기에서 캔커피 3개(3000원×3)를 뽑았다. 자판기에 진열된 음료가격은 편의점보다 1000원 정도씩 비쌌다. 처제와 헤어진 뒤 슬며시 열어본 비상금 봉투에 남아있는 돈은 2만3500원이다.


[커버스토리] 원가 8배 팝콘·10분 넘는 광고… 영화관의 횡포

◆영화관의 '불편한 진실'… '광고'와 '팝콘'
실로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이었지만 기분은 영 찜찜했다. 왜 영화관을 꺼리게 됐는지 새삼 자각할 수 있었다.

일단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영화 시작 전 쏟아지는 상업성 광고다. 광고시간은 영화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10~20분이다.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결과 CGV가 평균 14분, 롯데시네마가 10.4분, 메가박스가 8.2분을 영화시작 전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까운 10여분 동안 비싼 관람료를 지불한 관객들은 영화가 아닌 광고를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셈.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영화관람 후 온라인 게시판에는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 무분별한 광고시간에 대한 비난의 글이 도배되기 일쑤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 사법연수원생이 CGV를 상대로 "영화 시작에 앞서 원치 않는 광고를 반강제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계약위반"이라며 손해배상과 부당이익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이 광고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CGV의 사업보고서(2013년 4월 공시)에 따르면 2012년 광고를 통한 매출액 비중은 10.5%(696억6600만원)를 차지했다. 이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티켓 매출액은 절반가량을 배급사의 몫으로 줘야 하는 반면 광고 매출액은 고스란히 영화관의 수익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예매표에 작은 글씨로 명시된 '영화지연에 따른 관람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10여분 후에 시작됩니다'라는 문구도 이 같은 관람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영화관의 조치다.

어마어마한 팝콘의 가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점상품을 원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판매가 5000원인 라지(L)사이즈 팝콘의 원재료가격은 613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가가 원재료가의 8.2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팝콘과 탄산음료 2잔으로 구성된 판매가 8500원짜리 콤보상품의 원재료 가격도 1813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영화관이 대량구매와 음료제조기 이용 등으로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받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원재료가와 판매가격의 차이는 이보다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팝콘뿐만 아니라 영화관 내에서 판매되는 대다수 음식은 시중보다 비싸다. 편의점보다 1000원 이상 비싼 자판기 커피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관의 매점 등이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다 보니 높은 가격에도 관객은 음식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외부에서 저렴한 음식을 본인 주머니 사정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오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008년부터 모든 대형영화관의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부반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 관람객이 의외로 많다. 영화관 측이 수익을 고려해 쉬쉬하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구는 영화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관람객은 "관객이 있어야 영화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자기 실속만 챙기며 관객을 무시하다가는 토종 극장들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