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700만 관객돌파를 달성한 영화 ‘명량’. 알고보니 그 흥행의 중심에 4050세대가 있었다. 극장들의 집계 결과, 명량 관객 중 절반에 이르는 약 47%가 40대 이상으로 나타난 것. 이는 극장 주 소비층인 2030세대 관객 수를 넘어선 수치다.

이렇게 최근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4050세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자기계발을 통해 젊고 즐겁게 사는 중년들을 가리켜 ‘Happy Aging Healthy & Attractive’라는 의미를 가진 ‘하하(HAHA)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들 4050세대 하하족은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사진, 출판 등 유통문화계 전반에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트렌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구매력까지 갖추고 있어 기업들이 꼭 사로잡아야 할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업계, 4050세대의 티켓파워 무시 못해

영화 명량의 흥행에서 엿볼 수 있었듯 영화업계에서 4050세대의 티켓파워는 막강하다. 기존의 극장 주 소비층인 2030세대와 함께 4050세대가 새로운 흥행 동력이 되고 있다.


이에 최근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영화가 장기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4050세대의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2030세대가 초반 흥행을 이끈다면 4050세대가 뒷심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명량 뿐 아니라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모은 7번방의 선물과 올해 초 흥행한 수상한 그녀, 역린 등의 영화에서 4050대의 티켓파워는 이미 입증이 됐다. 4050세대가 흥행 저력을 갖는 이유로는 가족단위, 회사, 동호회 등 ‘집단관객’을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편, 4050세대는 사극, 가족 스토리 등의 영화에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과 배낭여행 등 아웃도어 활동에도 적극적

주춤한 줄 알았던 아웃도어 열풍을 4050세대가 이어나가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4050 캠핑족들은 값비싼 아웃도어 용품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지난 6월 이마트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캠핑용품 매출에서 405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절반을 넘었다. 과거에는 대부분 가족단위 캠핑을 즐기기 위해 4인용 텐트와 코펠 등 풀 세트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홀로 떠나는 ‘솔로 캠핑문화’가 유행하면서 1인용 캠핑용품을 추가로 장만하는 4050세대도 늘고 있다.

한편, 오픈마켓 11번가는 올해 1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해외여행상품 판매동향을 조사한 결과, 4050 고객들이 배낭여행지로 유명한 동유럽(32%)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크로아티아(28%), 터키(20%) 등이 뒤를 이으면서 과거 휴양지를 선호했던 것에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내일투어는 4050대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배낭여행 상품 7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반시장과 출판시장, 리메이크 앨범부터 전자책 열풍까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음악과 서적을 즐기는 4050세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지난 해 조용필의 ‘바운스’를 통해 4050세대의 문화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80년대 인기 곡들을 재조명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김광석의 ‘꽃’, 김창완의 ‘너의 의미’ 등이 수록된 이 앨범은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전 세대에게 두루 사랑을 받았다.

한편, 디지털 출판업계에서도 4050세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8개 전자책을 유통업체를 조사한 ‘전자책 유통 기초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4050대의 구매율은 34.7%를 기록했다. 이는 디지털문화에 호의적인 30대(35.6%)에 상응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종이책을 접하던 4050세대가 전자책의 간편함과 활용성을 경험하고 넘어오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플랫폼에도 뒤쳐지지 않고 적극 이용

한국정보화진흥원(NIA)가 올해 초 발표한 ‘2013년도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률은 41%를 기록했다. 4050세대의 두 명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 특히 4050세대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네이버의 지인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밴드(BAND)’가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밴드가 월간 총 20억 체류시간을 기록하며 대표적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마저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밴드의 폭발적인 성장을 두고 4050세대의 힘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가 작년 8월 ‘동창밴드 찾기’ 기능을 추가한 이후 밴드 체류시간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밴드는 40대 남녀의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이 습관이 된 세대, 이제는 온라인 주문으로
▲찍스 사진인화 어플 및 디카북(제공=찍스)
▲찍스 사진인화 어플 및 디카북(제공=찍스)

필름사진을 촬영해 본 적이 있는 4050세대는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이 익숙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진관이 아닌 온라인 사진인화사이트를 방문한다는 것.

사진인화사이트 찍스는 전체 회원 중 4050 연령층의 비율이 약 25%에 달하며, 지속적으로 가입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사진인화를 주문하는 4050연령층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 4050세대는 과거 개인 및 가족 사진을 주로 인화했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등산이나 취미활동 중 찍은 사진들을 인화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찍스의 사진인화 앱을 통해 등산지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주문하는 4050대도 적지 않다. 

한편, 찍스는 4050세대의 경우 타 고객층과 비교해 건당 주문가액이 20% 정도 높은 특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