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층이 촘촘하게 낀 등심은 찌거나 삶을 때보다 ‘불에 구웠을 때’ 그 풍미를 최대로 느낄 수 있는 부위다.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움과 입안을 가득 메우는 풍부한 육즙은 등심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다.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맞춰 앞으로도 등심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맛있는 등심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등심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릴링 방법은 무엇인가? 등심 맛을 결정하는 요소를 짚어보면서 등심으로 이름난 집 여섯 곳을 취재해 그 인기비결을 찾아봤다.

◇ 갈비를 누른 등심
우리나라에서 소는 식용으로 길러지지 않았다. 소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이를테면 경운기나 트랙터에 가까운 ‘농사 도구’였다. 하루 종일 밭을 가는 소는 지방보다는 근육이 발달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자연히 질길 수밖에 없었다. 질긴 소를 먹기 위해서는 오래 끓여야 했고 그래서 소고기는 탕이나 전골로 소비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고기 구이 전문점에서 외식을 하게 된 것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1970년대에 이르러서다. 당시 소고기 외식은 성공의 상징이었다.

 

이 때 구이용으로 가장 선호하던 부위가 갈비 부위다. 오죽하면 불에 구운 고등어를 ‘고갈비’라고 표현했을까. 선망의 대상이었던 갈비를 아쉬운 대로 서민의 술안주였던 고등어구이에 투영한 것이다. 이렇게 소고기 구이는 갈비부위부터 알려졌다. 오랜 시간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기는 ‘씹어야 제맛’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식생활이 변화했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단단한 식감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게 됐다. 구운 소고기도 등심의 인기가 갈비를 앞질렀다. 갈비는 작업공정이 등심보다 복잡하고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

 

현재 한우 구이 전문점의 대표메뉴는 갈비가 아닌 등심이다. 현대인은 연한 식감을 선호한다. 부드럽고 연하다는 것은 곧 맛있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 됐다. 부드러운 식감의 등심은 예전에 갈비가 차지했던 위상을 이어받았다. 아직도 일부 지방에서는 등심보다 갈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앞으로 점점 더 등심의 선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지방층 촘촘히 박혀 육즙과 풍미 뛰어나
등심은 소의 가장 연한 부위이며 가치와 수요가 큰 부위다. 소의 어깨 위쪽부분으로서 등뼈를 기준으로 두 덩어리로 분할한다. 등심 한 덩어리는 제1흉추에서 제5흉추까지 부분을 윗등심, 제6흉추에서 제9흉추까지 부분을 가운데등심, 제10흉추에서 제13흉추까지 부분을 아랫등심, 윗등심살의 앞다리 부분을 분리한 부위를 살치살로 다시 소분할한다.

 

가운데등심 부위는 ‘꽃등심’이라 부르며 한가운데 지점에서 양쪽으로 15cm 부분이 가장 맛있는 부분이다. 꽃등심은 소 한 마리에서 8~10Kg정도 나온다. 제5흉추에서부터 제11흉추까지는 인대인 ‘떡심’이 박혀있다. 떡심을 중심으로 두꺼운 지방층이 자리 잡은 꽃등심 부위는 ‘알등심’이라 불리는 최고급 부위다.


등심이 맛있는 이유는 지방이 촘촘히 박혀있어 구웠을 때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위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블링’이라 불리는 근내 지방은 다즙성과 보수성에 긴밀한 연관이 있다.

 

즉 마블링이 진할수록 씹었을 때 육즙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열했을 때 고기 표면을 감싸 수분 증발을 억제하며 다양한 풍미물질을 생성해 소고기 맛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마블링은 소고기 단면에 박힌 지방층 모양이 마치 대리석Marble 무늬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소고기 등급은 등심 마블링을 기준으로 정한다. 다섯 개 등급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1+ +등급은 근내지방 비율이 20%이상이다. 1986년 축산물등급제도 시행 이후 1+ +등급은 ‘투뿔’이라 불리며 최고급육이라는 인식이 퍼진다.

 

그래서 등심 중에서도 특등급 수요가 높아지면서 곡물을 먹여 비육한 1+ +등급 거세우 소고기가 대량 생산됐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특등급 소고기의 발현율이 대단히 높아진 것이다. 특등급 소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육방식이 체계화된 결과다. 소고기 구이 전문점에서도 부드럽고 맛있는 등심을 서비스하기 위한 연구와 발전이 이뤄졌다.

◇ 맛있는 등심, 원육선별이 경쟁력
맛있는 등심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좋은 원육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업주는 한우를 비롯해 국내산 육우, 미국산과 호주산 등 제각각 장단점을 지닌 원육을 선택할 수 있다. 소고기의 품질은 외관품질요인(육색·육즙·조직감), 식감 품질요인(연도·향미·다즙성), 신뢰품질요인(안전성·브랜드·원산지)으로 결정된다.

 

연한 등심을 찾으려면 먼저 육색과 연도를 살펴봐야 한다. 운동량이 많은 부위는 운동량이 적은 부위보다 미오글로빈 함량이 높기 때문에 육색이 어둡다. 곧 근막 결체조직이 많아 결이 거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근섬유막 사이에 축적되는 근내지방,

 

즉 마블링이 촘촘하고 두꺼울수록 연도와 다즙성이 높아진다. 지방은 색이 유백색을 띠고 끈기가 있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등심을 고를 때 육색이 밝고 윤기 있으며 얇은 근섬유막 사이에 근내지방이 충분히 축적된 것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 구이 전문점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고기는 한우다. 등심의 만족도가 ‘연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한우 가운데서도 1+ +등급 거세우가 널리 쓰이고 있다. 소고기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소고기의 지방산 중 ‘올레인산’의 함유량이 좌우하는데, 한우는 올레인산 함유량이 수입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거세우보다 암소에 올레인산이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등급이라면 암소가 훨씬 풍미가 진하고 맛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암소의 경우 곡물비육 시 수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마블링을 키우기 어렵다.

 

거세우보다 암소에서 1+ +등급 발현율이 낮고 가격도 비싼 이유다. 한우는 수입산 소고기와는 달리 소규모로 축산이 이뤄지므로 도축월령수가 정확해 품질이 일정하다. 또한 국내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육에 필요한 곡물사료를 수입에 의지하다보니 수입산 소고기보다 단가가 많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수입산 소고기는 미국산과 호주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3년 광우병파동 이후 국내 미국산 소고기 수요가 크게 줄었다. 반면 호주산 소고기는 목초를 먹여 키운 ‘청정우’라는 이미지를 업고 수입 소고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호주산 소고기는 목초를 먹여 길렀는지Grass fed 곡물을 먹였는지Grain fed가 등급 기준이 되며 곡물을 먹였을 경우에는 100일, 200일, 300일 등 기간으로 등급이 나뉜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곡물비육을 해도 근내지방 형성은 달리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곡물비육 기간과 함께 마블링 등급을 표기하기도 한다.


호주산 와규는 일본 재래종인 화우를 개량한 것이다. 근내지방이 잘 발달해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인기 있는 품종이다. 호주에서 사육된 와규품종 소고기는 일본식 마블스코어(MB)를 따르고 있다. 일본은 마블링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가인 만큼 우리나라 1+ +등급보다 근내지방도가 높은 등급이 존재한다.

 

마블스코어는 1부터 12까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주로 한우의 1+등급과 1+ +등급에 해당하는 마블스코어 4에서 9까지다. 호주산 와규는 일반적으로 300일 이상 곡물비육해 마블링이 좋은 편이며 값도 비싸다.

 

한때 호주산 소고기 가격 이하로 값이 떨어졌던 미국산 소고기는 최근 최고등급인 프라임급 소고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호주산 와규 가격은 미국산 프라임 등급과 초이스 등급 사이로 형성돼있다.

◇ 등심의 맛은 불판 위에서 완성된다
등심의 맛이 완성되는 것은 불판 위에서다. 소고기 구이는 ‘타이밍의 미학’이라 부를 정도로 미묘한 차이에 의해 맛과 식감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등심이라도 잘못된 방법으로 구우면 식감을 망친다. 반대로 잘 구우면 원육이 지닌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등심의 경우 육즙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구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는 숯불에 구워야 가장 맛있다는 인식이 있으나 일본의 경우 열원보다는 불판이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고급 야키니쿠점에는 수백만원대의 가스로스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숯은 다른 연료보다 2~5배 강한 열을 내기 때문에 육즙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훈연향을 더해 등심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또한 원적외선을 발산해 두껍게 컷팅한 등심도 골고루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숯을 피우기 위한 시설비와 인건비가 들고 참숯이나 백탄같은 고급 숯은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뜨거운 숯통을 테이블까지 옮겨야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편의성을 더한 가스착화식 로스터를 쓰기도 한다. 연탄이나 열탄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고온이라 직화구이에 적합하고 숯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용과 효율면에서 좋은 것은 가스로스터다. 유지비용은 저렴한 편이나 숯에 비해서 온도가 낮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럴 때 가스 직화방식 보다는 팬을 뜨겁게 달궈 등심을 굽는 것이 좋다.

 

또한 가스로스터를 이용해 전골이나 탕을 식사메뉴로 판매할 수도 있어 운영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가스와 팬 조합 방식은 1980년대 이후 음식점에 가스 시설이 널리 보급되면서 대세를 이뤘던 방식이다.

 

고기를 먹고 난 뒤 팬에 남아있는 소기름에 밥을 볶거나 된장국을 끓여 감칠맛이 풍부한 후식메뉴를 내곤 했다. 불판은 저렴한 코팅팬을 쓸 수도 있고 묵직한 무쇠팬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등심의 육즙 손실을 막으려면 굽기 직전에 썰어야 한다. 썰어두면 육즙이 배어 나와 맛을 잃고 공기가 닿는 면적이 클수록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등심을 두껍게 썰어 구우면 육즙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데, 두께가 두꺼울수록 굽기가 어려우므로 테이블마다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한다.

 

지나치게 두꺼우면 구우면서 컷팅을 많이 해야하므로 결과적으로는 육즙을 잃을 수 있다. 1인분 150g기준으로 2~3cm정도 두께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