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종류의 자전거가 모인 다른 자전거 동호회와 달리 이들의 자전거는 각양각색이었던 것. 바퀴 크기가 들쑥날쑥하다거나 두께가 얇거나 굵고, 아예 누워서 타도록 설계된 제품까지 다양한 자전거가 한데 모여 있었다. 그저 자전거와 라이딩을 좋아해 만나 친구가 됐다는 이들에게 각자의 자전거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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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 /사진=머니투데DB |
◆MTB, 오르막도 ‘가뿐’
듬직한 풍채가 보기좋은 직장인 김선명씨(41·남)는 자전거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라이더다. 이 동호회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 김 씨가 타는 자전거는 바퀴가 굵직하고 튼튼해 보이는 산악용자전거(MTB·Mountain Bike)다.
“MTB는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자전거로 말 그대로 산에서도 탈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일반 도로용자전거와 달리 타이어나 기어 변속의 폭이 넓어 경사를 쉽게 오르내릴 수도 있지요. 타기 편하고 장시간 운전해도 불편함이 없어 산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많이 애용되고 있습니다.”
이 자전거의 특징은 두꺼운 바퀴와 차체(프레임), 일자로 곧게 뻗은 핸들, 운전자가 험한 산길에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서스펜션)가 부착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부품의 특성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전거나 로드자전거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 MTB는 라이딩스타일과 험로의 정도에 따라 크로스컨트리 하드테일, 크로스컨트롤 풀 서스펜션, 올마운틴, 프리라이드, 다운힐 등 5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로드,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강직한 이미지의 MTB와 달리 날렵한 인상을 주는 자전거가 보였다. 이 자전거는 최근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눈에 많이 띄는 로드바이크(Road Bike)다. 자전거 라이딩 경력 5년차인 김지민씨(34·남)는 속도를 즐기기 위해 로드바이크를 선택했다.
“로드바이크는 자전거의 스포츠카나 도로의 제왕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지요. 흔히 사이클로 알려진 로드바이크는 타이어 폭이 좁아 지면과 마찰을 최소화하고 스피드를 낼 때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핸들손잡이가 안장높이보다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핸들손잡이는 여러 방향으로 잡을 수 있도록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드롭바’가 사용되고요.”
김 씨의 설명에 따르면 로드바이크는 변속기가 달려있어 포장된 길이라면 산악이든 평지든 어디에도 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가의 가격대로 일부 마니아층만 선호했지만, 최근엔 10만~20만원대 입문형 로드바이크부터 다양한 가격대로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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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자전거 /사진=머니투데이DB |
◆픽시, 감각적 디자인에 젊은 층 인기 ‘폭발’
이번엔 로드자전거와 비슷한 듯 다른 외형의 픽시(fixie)를 탄다는 대학생 김철회씨(23·남)가 자신의 애마를 소개했다. 김씨의 자전거는 이들 무리 중에서 가장 화려한 외관을 가졌다. 알록달록한 바퀴 색상과 날렵한 몸매가 인상적이다.
“픽시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자전거예요. 젊음의 상징이랄까요(웃음). 외관상 하이브리드와 구분이 잘 되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변속기가 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어가 하나라는 거죠. 또 브레이크가 달려있지 않다는 것도 픽시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멈추려면 다리의 힘을 사용해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제동하는 수밖에 없지요. 위험해보이지만 그래서 젊음의 상징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요.”
픽시는 경기용 원형트랙이나 자전거 묘기를 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최소한의 부품만을 사용해 무게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자전거다. 구조가 단순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기어가 없기 때문에 속도조절이 어렵고 브레이크가 없어 초보자는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국내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픽시는 브레이크를 장착해 안전성을 높혔다.
◆미니벨로, “작아서 더 좋다”
동호회의 유일한 홍일점인 이지영씨(29·여)는 아담한 키에 어울리는 귀여운 미니벨로(Minivelo)를 가지고 있다. 이 자전거는 작은 바퀴의 아기자기한 외형에 휴대와 보관이 쉬워 여성 라이더들이 선호한다. 미니벨로는 보관이나 이동이 편리한 접이형, 트라이앵글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가진 스트라이다, 산악용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돼요. 자전거 속도로는 웬만해선 뒤지지 않거든요. 미니벨로는 20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가 특징입니다. 바퀴가 작기 때문에 페달을 밟을 때 매우 가볍고, 중심이 낮아 안정감이 높지요. 처음엔 디자인이 예뻐 구매했는데, 출·퇴근도 할 수 있을 만큼 편해서 앞으로도 미니벨로만 타게 될 것 같습니다.”
◆리컴번트, 독특한 외형에 ‘주목’
동호회의 가장 연장자인 최종목씨(44·남)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리컴번트(Recumbent)를 소개했다. 누워있는 듯한 자세로 달릴 수 있는 이 자전거는 특이한 외형으로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리컴번트는 일반 자전거보다 자세가 편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 유리하고 공기저항이 적어 생김새와 달리 무척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자전거 경력으로 따지자면 10여년이 벌써 훌쩍 넘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장거리 라이딩을 하고 싶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타게 된 자전거가 리컴번트입니다. 자리에 눕듯이 앉아서 다리를 앞으로 페달링하는 데다 등과 엉덩이의 하중을 받쳐줘 장거리 라이딩에 제격입니다.”
리컴번트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일반 자전거에 비해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게 특징이다. 실제 지난 2002년 캐나다의 샘 휘팅햄은 자전거 전체를 유선형 덮개로 씌운 리컴번트를 타고 시속 81마일(130km)로 달려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 자전거부터 기능이 특화된 자전거까지 무수히 많은 종류의 자전거가 있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자전거는 무엇일까. 이 질문엔 공통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자전거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편한 자전거가 최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