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의 동탄에서 태동한 <고베화로>는 수원, 판교, 역삼을 거쳐 최근 사당동에 5호점을 개설했다. 일본의 야키니쿠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콘셉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외식업계에서 가히 군계일학이다.
◇ 절대 미각과 독한 자립 의지
박기완 대표는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부친이 보석상을 경영했는데 상당히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단순히 여행만 한 것이 아니라 아들인 어린 박 대표를 데리고 맛집에도 자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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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월간 외식경영 |
부친은 대단한 미식가였다고 한다. 어떤 때는 아침에 갑자기 생선회를 먹으러 동해로 간 적도 있다. 아버지와의 맛집 동행은 그의 미각을 예민하게 담금질 해줬다. 정확하고 살아있는 맛감각은 음식을 파는 사람에겐 아주 소중한 자질이다.
박 대표의 인상은 언제 봐도 호감을 준다. 하지만 그의 선한 마스크 뒤에는 엄청나게 강한 페르소나의 사나이가 버티고 있다. 외식업계에 진출하기 전, 잘못된 투자 계약서에 서명해 큰 타격을 받았었다. 완전히 무일푼이 되어 끼니 잇기가 힘들 지경이 되었다.
주변의 지인과 친구들조차도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박 대표의 곁을 떠났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을 것이다.
박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건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고 ‘쓰레기’가 되는 길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애초에 차라리 쓰러져 죽을지언정 부모님 도움은 받을 생각이 없었다.
일종의 오기이자 자존심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결기가 최후의 자산이었고 에너지원이었다. ‘독기는 나의 힘’이자 ‘오기는 나의 수호천사’였던 것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들꽃 색깔이 점점 화려해진다.
특히 보랏빛 꽃들이 그러하다. 겨울을 앞두고 뿌리와 줄기에 독기를 축적하는 것이다. 화려한 꽃뱀들도 겨울이 가까워올수록 색깔이 짙어진다. 독사도 점점 몸에 독을 쌓아둔다.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서는 독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처음 <고베화로>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500원을 아끼기 위해 먹고 싶었던 삼각김밥도 참아가면서 일을 했었다. 그는 굶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 아르키메데스 뺨치는 남다른 직관력
연구나 사업을 하다 보면 논리적인 접근으로 해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직관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돼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문제를 직관으로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이 문제해결을 잘 해낼 확률은 높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정보통신의 혁명을 이룩한 스티브잡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도 논리보다는 직관에 의한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박 대표 또한 예리한 직관력의 소유자다. 그의 직관력이 가장 활발하게 발휘되는 분야는 메뉴 개발이다. 어떤 음식이건 점포에 필요한 메뉴가 설정되면 그 메뉴에 필요한 식재료, 소스, 조리법까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레시피를 재구성해낸다.
박 대표는 이전에 조리 관련 교육을 받거나 셰프로 일한 적은 없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예민한 미각이 창조해낸 그의 작품에 요리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른다. 이전에 취급했던 메뉴들은 물론 지금의 <고베화로> 메뉴들도 그의 손을 거친 것들이 많다.
그의 남다른 직관력은 단지 메뉴 개발뿐 아니라 인테리어나 여타 비즈니스 활동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새로 매장을 내면 맛과 분위기, 운영 콘셉트를 직관으로 잡아낸다. 물론 집중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의 직관이 크게 빗나간 적은 거의 없다.
직관력은 선천적 기질과 능력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아무 노력도 안 하는데 거저 주어지는 능력은 아니다. 아르키메데스처럼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간절하게 해답을 원할 때 비로소 신은 ‘유레카!’를 허락한다.
매화와 달은 각자 따로 존재해도 멋지지만 둘이 함께 있는 풍경은 몇 곱절 빼어난 풍경을 연출해낸다. 매월상조(梅月相照)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뛰어난 직관력이 비즈니스와 만나 빛을 발하게 해준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뛰어난 체력이고 하나는 꾸준히 실천하는 벤치마킹이다.
박 대표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무형의 유산이 여럿 있지만 강건한 신체를 제일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건강 체질인데다가 운동을 좋아해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매일 거르지 않는 운동과 함께 일상화된 습관이 벤치마킹이다. 보통 일주일에 7~8군데 정도 찾아간다. 평균 하루에 한 번 꼴이다. 운동선수가 시합을 쉬게 되면 운동감각을 잃는다. 마찬가지로 외식업자는 외식업 감각을 잃지 않으려면 꾸준히 타 점포를 보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상식을 거스르는 역발상
남들이 모두 ‘예스’할 때 나도 따라 하면 뒤떨어지진 않겠지만 남보다 앞서기는 힘들다. 그러나 남들이 모두 ‘예스’할 때 나 혼자 ‘노’를 외치면 리스크는 발생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도약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대체로 남들이 ‘예스’할 때 ‘노’를 외친다.
그가 큰 좌절을 딛고 다시 재기하고자 경기 동탄에 어렵게 창업한 <고베화로> 1호점은 입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일반적 상식을 깨고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주변에선 모두 의아해 했다. 그러나 그 나름 계산이 섰던 것이다.
그의 안목으로는 충분히 틈새 수요가 보였다. 주변에 대기업 근무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갈 만한 외식업소가 없었다. 특히 이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접대를 할 만한 술집이 인근에 전무했다. 하지만 누구도 불황기에 모험을 하려들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자신 있었다. 메뉴를 고급화 해, 이들을 단골손님으로 끌어들였다. 남들이 소주를 2000~3000원에 팔 때 5000원을 받았다.
2011년 3월에 개점해서 4개월 만에 월 매출 1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2호점을 준비했다.
좋은 고기를 구해다 팔면 그저 쉽게 좋은 고깃집이 된다. 박 대표는 <고베화로>를 기획하면서 단순한 고깃집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조리 기술이 스민 음식이라야 비로소 내 영혼이 깃든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지금의 양념구이 전문점, 즉 야키니쿠 전문점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남의 고기 갖다 그저 되파는 생고기 집은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고생이 되더라도 식재료에 내 손길이 스친 음식을 손님에게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 강한 추진력과 밀도 높은 시간 사용
강한 체력에 마음까지 굳은 사람은 대개 추진력도 강력하다. 박 대표가 그렇다. 자신의 직관과 분석에 따라 성공할 것으로 판단하면 좌우보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물론 이 점이 무조건 장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물쭈물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편이 성격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의 추진력은 집중력과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성공에 대한 강한 신념이 뒷받침된다. 그래서 ‘무대뽀’와 구분된다. 박 대표는 스스로도 워커홀릭임을 자인한다. 어떤 날은 두 시간 정도 자고 계속 일만 한다.
그는 철저하게 시간을 통제한다. 심지어 불필요한 모임, 만남이나 전화통화도 자제한다. 그렇게 해서 아끼고 모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쓴다. 최대한 시간 효율성을 높이려고 스스로 생산성을 체크하곤 한다. 4년이란 짧은 시간에 5개의 <고베화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건 모두 강한 추진력과 밀도 높은 시간 효율성이 화학적 결합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그는 지금의 여세를 몰아 제2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고베화로>보다 캐주얼한 콘셉트인 ‘正고기’라는 이름의 브랜드다. 앞으로 각 시군별로 한 곳씩 개점할 계획이다.
단 가맹점은 열지 않고 모두 직영점으로 꾸릴 생각이다. 박기완이라는 이름을 걸고, 본사가 책임을 지고 수십 수백 년 장수하는 브랜드로 키울 야심을 갖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여행을 즐기는 그는 늘 세계일주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正고기>가 지역 명소로 자리 잡기 전까지 그가 비행기에 오르는 일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