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스마트폰을 배제하고는 현대인의 삶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은 개인의 일상에서 필수품이 됐다. 지하철을 타도 사람들은 책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의 광활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의 경우 십중팔구는 지레 겁먹고 스마트폰에 대해 배워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시니어들의 소극적인 배움에 대한 태도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선 이가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강사 황영목씨(82)가 바로 그 주인공. 남양주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해 강의하는 황씨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주장한다. 황씨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노년기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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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배우고 누리는 것이 '중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들 손쉽게 스마트폰을 다루잖아요. 현대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단지 노인이란 이유로 이런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발달된 문명은 만끽해야 하고 노인이라도 그런 행복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배워놔야 손자들과도 소통이 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서 즐길 수 있죠. 경로당에서 화투만 치고 앉아있을 것이 아니라 노인들도 이 즐거운 걸 누리자는 겁니다."
황씨는 스마트폰이라는 좋은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듯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일관되게 강조했던 점은 바로 '배움의 중요성'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부족한 점을 느꼈을 때 배움을 통해 채워나가면 그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논리에서 노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노인의 경우 기억력 감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해 교육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수록 반복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가 진행 중인 스마트폰 강의는 1대 1 맞춤교육 형식으로 진행되며 진도도 각각 다르다. 강의를 수강하는 인원은 12~15명.
황씨는 수업을 통해 전에는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는 것도 버거워하던 노인들이 손녀와 SNS 메시지를 주고받고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단다. 간혹 스마트폰을 젊은 친구들보다 더 잘 다루는 노인도 있을 정도라고.
황씨가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바로 이 순간이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치고 또 배우는 이의 실력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비로소 자신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사회에서 은퇴하기 전 교직생활을 했는데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거쳤어요. 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남은 시간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강남복지관에서 주부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 후로도 방과 후 아동 한자교실,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을 가르치는 일 등을 하며 교육에 대한 끈을 이어왔어요. 저는 배움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좋아요. 새로운 정보에 흥미를 느끼면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는 게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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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 최적의 시기는 바로 '오늘'
그렇다면 황씨가 생각하는 노년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황씨는 즐거운 황혼을 보내기 위해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물질적으로 얼마나 풍족하냐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 만족할 만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노년기엔 자신의 삶의 질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든 육체를 핑계 삼아 한없이 나태해지는 것은 행복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이라고 기죽지 않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걸 써먹든 안 써먹든 배우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죠."
끝으로 노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후회 없이 오늘을 사는 것"이란다.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것 같아요. 우리 나이가 되면 몸 상태가 오늘하고 내일이 확연히 다른 게 느껴져요. 이를 바꿔 말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에는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요. 누릴 수 있는 만큼은 꼭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