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류는 물물교환을 통해 거래했다. 자급자족 경제시대이니 만큼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물물교환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거래방식은 물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어렵고 거래기준도 애매한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화폐다.

최초의 화폐는 돌멩이나 조개껍데기 등이었다. 무거운 물건보다 거래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이 화폐 역시 허점이 있었다. 돌멩이는 비슷한 것을 구하면 됐고 조개껍데기 역시 닮은 것을 찾아 돌에 갈면 감쪽같이 위조화폐로 변신했다.

이후 인류는 새로운 화폐를 정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신용을 내걸었다. 또 모두가 탐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렇게 해서 금과 같은 귀금속이 화폐로 사용됐다. 하지만 금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미량의 다른 금속을 섞어 함량을 속이거나 금화 테두리를 조금씩 깎아내 이익을 취하는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결국 화폐의 재료는 금이 아닌 구리로 대체됐다. 역시나 금속화폐도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중국에서 지폐의 시초가 만들어진 계기다. 이 지폐는 동물가죽을 화폐로 제작한 것이었다.

현대와 같은 신용화폐가 만들어진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다. 현실경제가 거대해지면서 어떤 자원으로도 시장에 필요한 모든 화폐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지폐보다 휴대하기 편리한 수표, 어음 등의 신용화폐가 개발됐다.

현재의 신용카드와 유사한 결제수단은 1950년 미국의 프랭크 맥나마라가 다이너스클럽을 만들면서 등장했다. 사실 이런 후불식 카드의 개념은 1920년대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다이너스클럽은 한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커버스토리] 싸이월드 '도토리'도 옛날 이야기

◆편리함 좇다 열린 온라인결제시장

이 같은 결제수단의 진화는 모두 사회적 약속과 신용 외에도 편리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돌멩이나 조개껍데기를 활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금속화폐, 지폐, 수표로의 변화를 거친 현금은 현대인들의 주요 결제수단인 신용카드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오프라인 결제수단들은 온라인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온라인결제시스템은 '규제'라는 창과 '보안'이라는 방패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변화를 이끌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제시스템이다. 오프라인은 현금과 신용카드가 주요 결제수단이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와 전자화폐 등이 결제수단으로 활용된다.

우선 국내에서 사용되는 카드결제부터 살펴보면 크게 신용카드, 선불카드 및 직불형카드로 나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이용규모는 일평균 3154만건, 사용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불카드 사용규모는 지급결제 및 시장인프라위원회(CPMI)에 속한 23개 회원국과 비교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위이고, 1인당 연간 건수는 5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불카드 및 직불카드보다 신용카드의 사용빈도가 월등히 높다. 직불형카드 사용은 신용카드보다 늦은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직불형카드가 전체 카드 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년 1.2%에서 지난해 16.1%로 상승했다. 다만 직불형카드 중 직불카드는 체크카드에 비해 가맹점수가 적고 이용시간에 제약이 있어 신용카드에 비해 불편하다.

◆멈추지 않는 온라인결제시장 '지각변동'

사실 온라인결제수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휴대전화 결제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결제를 하려면 지갑을 열어야 했지만 2000년 초부터는 휴대전화를 찾았다. 휴대전화 결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을 지녔다.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이동통신사를 통한 소비자 인증과정을 거쳐 결제된 금액은 다음달 이동통신요금에 포함돼 청구됐다. 2000년 다날과 KG모빌리언스, 인포허브 등 전자결제대행사업자(PG)들이 결제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휴대전화 결제시장의 몸집이 커졌다.

또한 전세계 휴대전화의 혁신과 광대역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기존 플라스틱카드에서 모바일카드 등으로 변화된 결제방식이 등장했다. 모바일카드는 카드정보를 저장한 곳에 따라 IC방식과 앱방식으로 구분된다. IC방식은 휴대전화의 유심(USIM)칩의 일부 영역에 카드정보를 저장하고 상품구매 시 NFC 등 근거리통신이 가능한 가맹점 단말기를 통해 결제한다. 앱방식은 카드사 서버에 저장된 카드정보를 바코드 또는 QR코드 형태로 출력한 후 가맹점에 제시해 결제서비스를 받게 된다.

모바일카드의 이용규모는 지난 2007년 일평균 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6조1000억원으로 치솟았다.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내시장에서 이 같은 결제시스템은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 전자화폐의 등장도 결제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화폐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원조로 불리는 싸이월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도토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도토리는 선불충전식 전자화폐로 현금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도토리로 싸이월드 내에서 음악, 스킨, 글꼴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국내 카드사들은 회원들에게 적립금으로 도토리를 지급하기도 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 상품을 사거나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음원을 구입할 때 역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전자지갑의 시대가 열렸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앱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한 후 쇼핑몰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만으로 간편하게 지불할 수 있는 모바일결제서비스다.

현재 국내 모든 신용카드사가 참여를 확정했다. 카카오페이는 3700만명가량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에 기반을 둔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모바일결제를 늘릴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5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달 동안 가입자가 120만명을 넘어서며 온라인결제시장에서 또 다른 지각변동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