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일 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검찰에 대화내용 제공은 적법한 절차”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보름 만에 얼굴색을 바꾸고 ‘실정법 위반도 불사한 감청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카카오의 입장 변화를 둘러싼 몇가지 의문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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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박정호 |
◆계산된 초강수 '감청 불응'
긴급기자회견 당일 이 대표는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감청 영장을 발부하더라도 거부하겠다. 만약 이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로서 결정한 만큼 그 벌은 달게 받겠다”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이 대표의 표현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과연 이 대표가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자충수를 둔 것일까.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재원인 이 대표가 이를 모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치밀한 법리해석을 거친 발언으로 해석한다.
이 대표가 거부하겠다고 한 감청 영장(통신보호비밀법상 통신제한조치 영장)은 특정 기간동안 메신저 대화나 전화 통화 등을 실시간으로 엿듣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압수수색 영장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지금까지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시간 감청에 필요한 설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실시간 감청이 아닌 감청에는 응했다’고 밝혔다. 감청은 감청인데 실시간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을 제시할 경우 며칠 동안 누적된 대화 내용을 묶어 수사기관에 제공해 왔다고 한다. 실시간 통신 내용이 아닌, 이미 송수신이 완료돼 서버에 보관 중인 대화 내용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제공을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현행법상 기업은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자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감청장비 설비를 마련해 협조하는 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또한 감청 영장은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내란 음모나 국가보안법 위반, 살인, 강도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집행된다. 그만큼 영장 발부 요건도 엄격하다.
이 대표의 공식사과 발표에 대해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이 “감청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데 마치 가능한데 안 하는 것인 양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은 국민 기만”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감청 영장에 자료를 제공해온 행위는 일반 압수수색 영장 대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판례 역시 감청은 ‘송수신이 진행 중인 동안’ 즉 ‘실시간’으로만 가능하고,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전기통신 내용'은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이 모든 법리 해석을 거친 끝에 ‘감청 불응’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경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검찰에 맞서 고객을 보호하는 기업 이미지를 되찾고자 한 까닭이다.
◆신주 상장 전날 고개를 숙인 까닭
다음카카오의 공식 사과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통합 법인 상장 전날에 대국민사과를 한 데 대한 의문이다. 이는 그동안 다음 주가의 흐름을 보면 일정부분 예상할 수 있다.
사이버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음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7일 2조1000억원을 기록하던 다음은 이후 13일 1조6000억원대로 5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13일 다음카카오는 12일 종가보다 7.76% 떨어진 12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대국민사과 이후 통합법인 상장 첫날 다음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만700원(8.33%) 오른 13만9100원에 마감됐다. 또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합병에 따른 발행신주 4300만434주가 추가 상장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발행신주가 추가 상장되면서 다음의 시가총액은 다소 불었지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할 당시 받았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당시 업계는 다음카카오 합병 신주가 상장되면 18만원에 이르는 주가를 기록,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가가 상당히 빠져나간 탓해 14일 시가총액은 7조8679억원에 장을 마쳐야 했다. 그나마 증시 전문가들은 대응책 발표로 소비자 불안 불식, 오버행 이슈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에 주가가 반등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오버행이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 주식을 의미한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다음은 오버행이슈와 사이버 검열 이슈 우려들로 지난 3거래일간 15% 넘게 급락했다”며 “합병 신주 상장 첫날 주가가 오른 것은 이러한 우려들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도야 어쨌든 지금이라도 다음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반성과 대응안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비단 다음카카오 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IT기업 모두 이용자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카톡 위협하는 텔레그램
다음카카오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반면 카톡 대항마로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917만9000명으로, 전주보다 5만6000명이 줄었다.
반면 텔레그램은 같은 기간 이용자가 2배가량 늘어 이미 국내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다음카카오의 반사이익을 텔레그램이 받는 이유는 보안성 때문이다. 다음카카오가 향후 보안 강화책으로 내놓은 종단간암호화나 비밀 채팅방(프라이버시 모드) 등은 모두 이미 텔레그램에서 시행해 온 방법이다.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의 외압을 받고 독일로 망명해 텔레그램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 전송, 서버에 기록 남기지 않기, 2초~1주일 후 메시지 자동 삭제 등 개인의 보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음카카오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반면 카톡 대항마로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917만9000명으로, 전주보다 5만6000명이 줄었다.
반면 텔레그램은 같은 기간 이용자가 2배가량 늘어 이미 국내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다음카카오의 반사이익을 텔레그램이 받는 이유는 보안성 때문이다. 다음카카오가 향후 보안 강화책으로 내놓은 종단간암호화나 비밀 채팅방(프라이버시 모드) 등은 모두 이미 텔레그램에서 시행해 온 방법이다.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의 외압을 받고 독일로 망명해 텔레그램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 전송, 서버에 기록 남기지 않기, 2초~1주일 후 메시지 자동 삭제 등 개인의 보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