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은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롯데건설의 건설하도급 불공정행위 신고건과 관련한 질의를 했다. 공정위 내부 조사 결과 부당하도급대금 결정·과징금·시정명령 등 중징계 불공정행위로 심사한 사건을 같은 공정위 심결위원회 최종 결정에서 ‘경고’, ‘무혐의’, ‘심의절차 종료’ 등 이해할 수 없는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것에 대한 의혹제기였다.
특히 해당 사건을 맡았던 공정위 상임위원(당시 심결위원장) 장모씨는 심결 후 해당 사건에서 피신고인(롯데건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직해 의혹을 더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변호사는 “공정위 심결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표한다”며 “공정위가 심결위원회 위원들의 이해충돌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과 공정위를 둘러싼 사건의 내막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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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2010년부터 시작된 '비극'
지난 2010년 4월. 롯데건설의 하도급업체인 아하엠텍은 롯데건설을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아하엠텍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기계공사와 배관공사를 맡은 중소기업.
이에 공정위는 3개월간의 자체조사를 펼쳤고 2011년 3월 심사관 신모씨는 롯데건설의 하도급법위반 사실을 기술한 심사보고서를 심결위원회에 회부했다. <머니위크>가 입수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심사관은 롯데건설을 상대로 ‘부당하도급 대금 약 113억원’과 ‘과징금 32억3600만원’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1년 8월 공정위 최종 심결위원회는 ‘사실관계 확인 곤란’, ‘피신고인과 신고인의 주장이 상반됨’, ‘하도급법 적용 사항 아님’ 등의 사유로 10여건의 롯데건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경고 2건과 무혐의 또는 심의종결 등 심사보고서와는 상반된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처분을 내린 장본인인 심결위원장은 약 1년2개월 뒤 해당 사건에서 롯데건설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직했다. 2012년 11월 당시 롯데건설은 아하엠텍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소송이다.
◆이해할 수 없는 심결, 이유는?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심결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학연 의원과 참여연대는 심사보고서와 최종 심결서를 비교하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우선 심결서에는 ‘기계공사 탱크 제작 설치비용’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설치공사 계약과 계약변경요구 내역 등의 구체적인 자료가 있고, 이에 근거해 심사보고서에서 부당하도급대금결정행위로 결론 내린 사안이었다.
‘배관공사 도장공사비’에 대해서도 심결서에는 당사자 주장이 상반되고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로 처분됐다. 하지만 이 또한 애초 계약 단가와 변경계약단가가 기재된 내역이 있음을 근거로 심사보고서에서 부당하도급대금결정행위로 결론내린 바 있다.
아울러 ‘부당산재처리요구 및 처리비용 미지급행위’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조치를 내렸지만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제8호에 따른 부당하도급대금 감액 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이 의원과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심의종결이란 예를 들어 검사가 기소를 했는데 판사가 사건을 심의하던 도중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심리를 중단한 것과 같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도 “심결위원장의 이직도 공직자윤리법 등 취업 제한 법률 저촉여부를 떠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 처리의 문제점을 포함해 공정위 사건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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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판결 따랐을 뿐, 이직은 별개”
"아하엠텍의 경우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사의 답변 기준은 국가재판기관의 판결이어서 이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의 공식답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롯데건설은 의연(?)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공정위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라 심사관의 판단(약자인 아하엠텍 의견에 근거)이고, 심결위원장은 양측 입장 및 사실관계를 통해서 판결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심결위원장의 이직은 아하엠텍과의 분쟁과는 전혀 별개라고 못을 박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명백한 근거없이 법무법인으로 이직한 사실 하나만으로 당시 상임위원의 부당한 의결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심결위원장 장씨는 해당 사건 처리 후에도 1년 넘게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있었으며 수많은 사건을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법무법인 바른의 홈페이지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장00 변호사를 팀장으로 공정거래 전문변호사들과 공정거래 위원의 기업협력국장 사무관 출신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라고 장씨가 속한 팀을 소개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00건설사 불공정하도급 행위에 대해서 심사관이 거액의 과징금 조치의견을 제시했으나 위원회에서 단순경고로 마무리’식의 광고까지 하고 있었다”면서 “이 자체가 공정위 출신 변호사들로 심결을 약화시킨 사례를 적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에 솜방망이 조치를 내리는 공정위 심결의 문제점이 이번 국정감사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며 “해당 심결을 맡았던 위원장이 아무런 관련 없이 롯데건설을 대리하는 로펌으로 갔다고 하기에는 홈페이지의 광고문구가 너무나도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