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곧 신영지웰에 입주를 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마포 신영지웰을 갔다가 너무 놀랐습니다. 건물 안에 흡연실이 있다고 해서 무심코 따라 갔더니 바닥은 뻥 뚫려있고…. 불현 듯 판교 환풍구 사고가 생각나더라고요. 같은 시행사에서 지은 오피스텔에 입주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어찌 해야할지 고민이에요.”

신영지웰의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고민중씨(가명·36)가 고민을 털어놨다. 최근 마포신영지웰을 방문했던 고씨는 ‘제2의 환풍구 사고’를 우려하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브랜드의 오피스텔 입주를 앞둔 만큼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것일까. 지난 10월27일 오후, 마포 신영지웰을 찾았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공포의 흡연실, 직접 가보니…
마포 신영지웰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덕역 1번 출구로 나오자 눈앞에 대형 오피스텔 건물이 ‘신영지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출입카드가 있어야 했지만 마침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한 무리에 휩쓸려 무사히 내부에 도착했다. 일단 1층 로비는 다른 오피스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별다른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비치된 ‘정기점검보고서’에서 찾은 오피스텔 설계도면. 오피스텔 양쪽 끝에 조성된 4개의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제보자가 지목한 문제의 ‘흡연실’이었다.

9층으로 올라갔다. 복도 끝으로 작은 문이 보인다. 좌측 상단에 ‘완강기’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피난구로 활용되는 듯싶다. 문을 열자 성인남성 3~4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좌측 벽면에는 간이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다. 현행법상 건물 내에서 흡연이 불가능하지만 난간 위로 보란 듯이 재떨이(종이컵)가 놓여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려는 순간 바닥을 보고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일발적인 시멘트 바닥이 아니었다. ‘스틸그레이팅’(뚜껑 등에 쓰이는 격자 모양의 철물) 2개가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최근 세간을 공포에 떨게 만든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의 ‘환풍구 덮개’와 같은 것이었다. 스틸그레이팅을 지탱해주도록 양쪽 끝으로 걸침턱이 있었지만 규격이 잘 맞지 않았는지 스틸그레이팅 하나는 비스듬히 놓여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다른 층도 살펴봤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스틸그레이팅 위에 올려진 대상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었고, 에어컨 실외기나 화분 등이 놓인 곳도 있었다.

해당 공간을 흡연실로 봐야할지, 에어컨 실외기실로 봐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층이 뚫려 있는 만큼 위층에서 담배꽁초가 아래층으로 떨어지면 화재나 폭발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취재 다음날 다시 찾은 마포 신영지웰 ‘공포의 흡연실’. 아래층에서 미화원이 재떨이와 담배꽁초 등을 청소 중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취재 다음날 다시 찾은 마포 신영지웰 ‘공포의 흡연실’. 아래층에서 미화원이 재떨이와 담배꽁초 등을 청소 중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흡연실 바닥 스틸그레이팅 사이로 벌어진 틈새. /사진=류승희 기자
흡연실 바닥 스틸그레이팅 사이로 벌어진 틈새. /사진=류승희 기자

◆흡연실? 피난기구?
“완강기를 놓았지만 이곳을 피난구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바닥을 스틸그레이팅으로 처리해 비상 시 이를 뽑아내고 탈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어 이조차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요. 사실 천장과 바닥을 스틸그레이팅으로 처리한 것 자체를 처음 봅니다. 아무래도 건축면적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바닥과 천장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소방방재청 관계자)

‘공포의 흡연실’의 용도에 대해서는 비록 완강기가 설치돼 있지만 피난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소방방재청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중론. 특히 바닥을 스틸그레이팅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건축면적에서 제외시켜 용적률을 낮추기 위한 꼼수였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시행사인 신영과 당시 설계를 맡았던 H건축사사무소는 애초에 피난구가 아닌 에어컨 실외기 등을 놓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H건축사사무소 한 관계자는 “그곳의 바닥 레벨이 낮다 보니 디자인적인 측면을 고려해 둔탁해 보이지 않도록 얇은 스틸그레이팅으로 처리한 것이었다”며 “만약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면 인·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관리상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신영 관계자는 “그곳은 사람이 다니거나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면서 “별도 시건장치가 돼 있는 문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평상 시 오픈돼 있는 공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해당 구역이 오픈돼 있다면 관리상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관리상의 문제일 뿐?

마포 신영지웰은 신영이 시행을 맡아 서울 마포에 처음으로 선보인 ‘지웰’ 오피스텔이다. 지난 2004년 입주가 시작됐으며 지상 19층 2개동 총 424세대 규모다. 현재 입주자들로 구성된 ‘마포신영지웰관리단’(이하 관리단)이 관리 중이다.

일단 흡연 등에 대한 관리 미흡과 화재의 위험 등에 대해서는 관리단도 인정했다. 하지만 시건장치에 대해서는 신영과 주장이 엇갈렸다. 피난기구인 완강기는 당초 신영이 건물을 지었을 때부터 기본시설로 설치돼 있었고, 이에 따라 비상 시 피난구로 사용되는 장소를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리단 관계자의 주장이다. 앞서 신영이 언급한 시건장치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

논란의 핵심인 ‘공포의 흡연실’은 현재 단 한곳도 밀폐돼 있지 않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신영 관계자는 “그곳에 완강기가 왜 걸려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건설시행사 신영이 공급한 ‘강남 지웰홈스’와 ‘여수 웅천지웰3차’는 지난 10월3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특히 서울 강남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에 공급한 ‘강남 지웰홈스’(지상 10층 2개동 20~50㎡ 653실)는 마포신영지웰과 같은 오피스텔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과 설계를 다른 곳에서 하더라도 이를 총괄하는 시행사가 같은 만큼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영 관계자는 “마포 신영지웰의 문제는 설계 등 건축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리적인 측면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