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견기업에 다니는 50대 최진혁씨(가명)는 대학생 자녀와 중대형 평형의 집이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구의 가장이다. 순탄하기만 할 것 같던 최씨의 삶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부동산경기의 냉각 영향이 컸다. 한때 7억원 수준까지 치달았던 아파트의 매매가는 5억원대로 떨어졌다. 담보대출 빚만 3억원이 넘는데 주택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족한 돈은 신용대출로 끌어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월 100만원, 150만원씩 적자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최씨는 결국 채무조정기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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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이 1040조원을 돌파했다. 이제 빚 문제는 최저생활이 어려운 서민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빚의 진앙지는 우리 경제의 '허리'를 구성하는 중산층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등이 조사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소득 상위 40~60%)의 부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다. 소득 1~5분위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 '쪼그라든 중산층'(squeezed middle)이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았다. 몸이 병 들어도 쉽게 자각하지 못하는 간암처럼 '서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암세포가 퍼지고 있는 것. 소득이 많을수록 대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에 빚을 감당하지 못해 손을 들 땐 더 크게 터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사회를 시시각각 조여오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폭발을 막고 빚 안지는 건강 경제체질로 거듭날 수 있을까. 재무설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빚의 위험 자각에서 치료까지 '빚 탈출 5계명'을 뽑아봤다.
① 빚의 증가를 일단 '스톱'시켜라
빚의 경고음이 울릴 땐 일단 '멈춤'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준하 에듀머니 팀장은 "채무자들은 빚 독촉이 오면 또 다시 돈 빌릴 곳을 찾으며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다 빚을 더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장 역시 "응급처치 시 일단 지혈 후 병원을 찾듯 이럴 땐 혼자 해결하려하지 말고 더 이상 빚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채를 꽁꽁 동여 맨 채로 객관적 재무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는 한달이라도 자녀의 학원을 중단시켜 교육비를 줄이거나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등 가계지출도 바짝 동여매는 게 좋다. 서 부장은 "채무금액이 많을수록 채무조정 시 상환금액이 높게 책정될 뿐 아니라 최근 6개월 이내 채무가 많으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늘려온 것으로 간주돼 지원이 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빚의 원인 파악하기
돈 문제가 꼬이다보면 대개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이럴 경우 큰 빚이 아닌데도 과도하게 괴로워하거나 소득과 지출의 일부만 조정하면 해결 가능한 빚도 오판할 수 있다. 정확한 빚 진단을 위해서는 스스로 빚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소득에 비해 과도한 지출이 문제라면 가계부를 써보는 것이 도움된다. 한달치 가계부를 써서 실질적인 지출의 균형점을 알아보고 여기에 맞는 본격적인 부채 해소방법을 찾는다.
③ 섣불리 돌려막지 말라
고금리를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거나 여러곳에 흩어져 있는 빚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빚 관리 원칙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또한 정확한 재무진단에 따른 치료가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김준하 팀장은 "저금리 전환이라고 해도 이는 위험을 일부 완화하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빚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이 무려 7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출규제 완화효과와 낮은 금리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 그러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기' 또한 신중하라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서 부장은 "상환계획을 세우고 담보대출로 갈아타면 합리적인 부채완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면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대출과 달리 각종 채무조정제도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④ 내 병에 맞는 '처방전' 받기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등을 신청한 상당수 채무자 가운데 또 다시 주변에서 일수 등 사채를 쓰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서 부장은 "빚 치료의 올바른 처방여부를 가늠해보려 한다면 그 상환법을 썼을 때 최소한 마이너스 가계를 벗어날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설계전문가를 통해 각종 변수를 체크하고 각종 서민금융지원제도 이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좋은 주치의 선별하기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만 고수하는 곳보다는 비재무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상담해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빚 문제는 단 1회 처방으로 해결이 어려운 만큼 지속적으로 건강체질로 거듭나도록 조언해주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된 빚 갚아주는 프로젝트, 아세요?"
채무불이행자로 은둔자가 돼 살아가던 어느 날 "귀하의 빚이 청산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는다면?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빚을 갚아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서울시, 성남시, 대부업체 등과의 사회연대를 통해 총 384명의 빚 42억여원을 처분하고 해당 채권을 소각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진행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를 본뜬 것. 김미선 희망살림 본부장은 "장기 부실채권은 1000만원짜리가 몇십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릴 정도로 추심업체에 헐값에 팔린다"며 "이렇게 거의 수익을 포기한 채권을 기부받거나 시민이 모은 기금으로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채무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권하는 금융사의 반성과 '10년 이상 부실채권 소멸제도' 등 제도개선 촉구도 이번 프로젝트 진행의 주요 의미다.
유의할 점은 특정 개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미리 부채탕감 대상을 선택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채권인지 모르는 채로 부실채권을 기부받거나 사들인다.
김 본부장은 "기초생활수급자거나 고령인 채무자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 '내 빚도 소각해달라'고 호소할 때 매우 안타깝다"며 "이런 경우 탕감 대상자로 임의 선정할 수는 없지만 추심 대응법이나 법적 보호방안 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은 굿펀딩(www.goodfunding.net)이나 개별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002-230486 희망살림)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자로 은둔자가 돼 살아가던 어느 날 "귀하의 빚이 청산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는다면?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빚을 갚아주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서울시, 성남시, 대부업체 등과의 사회연대를 통해 총 384명의 빚 42억여원을 처분하고 해당 채권을 소각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진행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주빌리'를 본뜬 것. 김미선 희망살림 본부장은 "장기 부실채권은 1000만원짜리가 몇십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릴 정도로 추심업체에 헐값에 팔린다"며 "이렇게 거의 수익을 포기한 채권을 기부받거나 시민이 모은 기금으로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채무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권하는 금융사의 반성과 '10년 이상 부실채권 소멸제도' 등 제도개선 촉구도 이번 프로젝트 진행의 주요 의미다.
유의할 점은 특정 개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미리 부채탕감 대상을 선택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채권인지 모르는 채로 부실채권을 기부받거나 사들인다.
김 본부장은 "기초생활수급자거나 고령인 채무자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 '내 빚도 소각해달라'고 호소할 때 매우 안타깝다"며 "이런 경우 탕감 대상자로 임의 선정할 수는 없지만 추심 대응법이나 법적 보호방안 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은 굿펀딩(www.goodfunding.net)이나 개별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002-230486 희망살림)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