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만난 ‘브라운스톤 당산’ 사기분양 피해자 장모씨가 노트북을 보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지난 17일 만난 ‘브라운스톤 당산’ 사기분양 피해자 장모씨가 노트북을 보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이수건설이 시공하는 지역주택조합아파트 ‘브라운스톤 당산’에 먹구름이 꼈다. 잔여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분양 마케팅이 한창인 가운데 ‘사기분양’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7일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한 남성(장모씨)이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브라운스톤 당산의 사기분양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의 시작은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초 인터넷을 통해 브라운스톤 당산을 접한 장씨는 홍보관을 찾았다. 장씨를 맞이한 분양대행사(환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이모 이사와 채모 팀장은 분양조건 등을 설명하며 투자를 권했다.

처음에는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반신반의했지만 ‘계약 해지 시 계약금 전액을 즉시 환불해 준다’는 말에 장씨는 투자를 결심했다.

며칠 뒤 홍보관을 다시 방문한 장씨와 그의 아내는 지주조합물건(원 분양가 5억9900만원, 할인분양가 4억9000만원)에 대해 계약금 1000만원을 지불하고 계약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이사는 또 다른 조합원 자격해지분에 대해 설명하며 “현재 5%를 할인 중이지만 장씨에게만 7%를 할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더 이상 할인분양은 없고 만약 있다면 배액을 보상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씨는 고민 끝에 아내와 어머니의 명의로 2건을 추가 계약하고 계약금 6000만원(각각 3000만원씩)을 송금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장씨의 아내와 어머니는 지역주택조합원 자격이 없었다는 것. 장씨는 "투자목적으로 계약을 하는 만큼 문제가 안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을 듣고 계약을 진행했다"며 "이는 (분양대행사가) 법을 무시하고 분양 계약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주택조합원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여야 하며, 조합설립인가신청일 현재 동일한 시·군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신혼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장씨의 꿈이 무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월 초 장씨는 분양대행사의 또 다른 분양담당자 A팀장으로부터 브라운스톤 당산을 최대 10% 할인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초 장씨에게만 7% 할인을 해주는 것이며 더 이상 할인분양은 없다던 이 이사와 채 팀장의 말과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분양대행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장씨는 분양대행사에 해약을 통보했다. 하지만 ‘계약 해지 시 계약금 전액을 즉시 환불해 준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절차상의 이유로 계약금 환불을 지연하던 분양대행사는 오히려 장씨에게 ‘분양 가계약 해지 통보서’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본인의 단순 변심을 사유로 해약을 요구해 계약금을 분양대행사로 귀속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씨는 계약금을 환불받지 못했다.

분양 가계약서를 확인해본 결과 본인 명의 가계약서의 약정내용에는 해약시 계약금을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아내와 어머니 명의의 가계약서에는 없었다. 계약문구를 꼼꼼히 확인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장씨도 실수를 인정했다.

최근 장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고, 분양대행사도 장씨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봤다며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을 장씨에게 알려온 상태다.

◆분양대행사 "사실과 다르다"… 직원은 "사실이다"

“우리가 오히려 장씨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습니다. 우리가 장씨에게 계약을 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달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입니다.”(환엔터테인먼트 이모 이사)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분양대행사인 환엔터테인먼트 측은 장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이사는 “장씨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일단 7월 초 장씨에게 10%를 할인해 주겠다고 한 A팀장은 분양대행사에 속한 분양담당자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분양현장 주변의 부동산에서 말도 안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환엔터테인먼트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장씨의 아내와 어머니가 조합원자격을 갖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분양 계약을 유도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자격부분에 대해 계약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줬고 그래도 계약자가 투자를 하겠다고 해 계약을 했을 뿐 유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브라운스톤 당산 지역주택조합은 소송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씨와 환엔터테인먼트 양측의 주장이 180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 본지는 수소문 끝에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브라운스톤 당산의 내부관계자 B씨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브라운스톤 당산의 분양팀에 속해 A팀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으로 사건정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B씨는 “환엔터테인먼트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장씨에게 10% 할인을 제시한 A팀장은 11년차 분양대행 베테랑으로 공인중개사가 아니다”면서 “환엔터테인먼트 기존 분양팀의 실적이 저조해 투입된 소규모 분양팀(10여명으로 구성)의 일원이었다”고 밝혔다.

B씨의 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브라운스톤 당산 분양현장에 투입된 A팀장은 환엔터테인먼트의 총괄 지휘 아래 분양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5% 분양가 할인을 지시했던 환엔터테인먼트는 얼마 후 7%, 그리고 10%로 잇따라 할인율을 높였다. 하지만 환엔터테인먼트는 또다시 7%로 할인율을 낮췄고 이미 10%로 계약을 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A팀장은 결국 분양팀을 나가게 됐다.

환엔터테인먼트가 분양현장 경험이 적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