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에 블루칩이 등장했다.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차, 바로 닛산자동차의 캐시카이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21일 새차 내음이 풍기는 캐시카이를 시승했다. 

그런데 이 차를 타는 내내 기자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물음과 답변이 오고갔다. ‘나에게 3000만원이 있고 차가 필요하다면?’이라는 물음과 ‘이 차를 사자’는 답변이었다. 그렇다고 이 차가 ‘최고’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할 때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시승기] 내가 차를 산다면… '답'을 내놓다

◆ ‘최고’는 아니지만 ‘갖고 싶은 차’

왜 이런 생각을 한 것일까. 우선 캐시카이의 디자인은 무난했다.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LED 리어램프 부분은 닛산 고유의 정체성이 느껴졌다. 차체가 낮고 넓어 소형 SUV이지만 체감상 크기는 더 컸다. 실내 디자인을 볼 때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는 깔끔하고 무난했다. 다만 기본 옵션 모델에는 인포테인먼트 패널이 없어서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스마트기기와의 연동이 아쉬웠다.

하지만 넉넉한 실내공간은 보기와는 달리 일품이었다. 특히 실내공간을 비롯해 트렁크는 요즘 말하는 콤팩트SUV 차량에 비해 넉넉했다. 개인마다 느끼는 편차는 있겠지만 적어도 기자와 동승했던 사람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본격적인 성능과 승차감을 알아보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 시승코스는 서울 종로에서 시작해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쳐 안면도로 정했다. 왕복 거리는 총 360km 내외. 시동버튼을 누르자 디젤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엔진소리와 약간의 떨림이 전해졌다. 서서히 차를 움직이며 가속페달에 다리를 올리자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면도로 향하기 전 시내주행 구간에서는 다소 많은 차량과 신호 대기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신호대기 시 엔진 정지 후 출발할 때 반응속도도 민첩했다. 요철을 넘을 때는 얇은 타이어를 끼운 듯 단단해, 충격 흡수력은 좋으나 기복이 클 땐 덜컹거림을 어쩌지 못했다. 완숙함이 떨어지나 역시 이 차급에서 흉이 될 정도는 아니다.

승용차보다 살짝 높다는 기분으로 탈 수 있는 크로스오버 차량도 있지만 이 차는 타고 내릴 때 좌석이 높다는 느낌이 뚜렷하고 그만큼 운전시 시야도 넓다. 보닛이 잘 보이고 사방이 트여있어 쾌적하다.

본격적인 고속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캐시카이의 진가가 드러났다. 이 차가 일본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퍼포먼스적인 측면이 강하게 느껴졌다. 흔히 유럽 독일차를 타는 듯한 가속력을 뽐냈다.


[시승기] 내가 차를 산다면… '답'을 내놓다
[시승기] 내가 차를 산다면… '답'을 내놓다

◆유럽차로 착각… 퍼포먼스↑ 정숙성↓

가속 성능을 위해 페달에 힘을 주자 디젤 특유의 파워가 차체를 밀어냈다. 최고출력 131마력에 최대 토크 32.6㎏·m의 1.6 DCI 직렬 4기통 엔진이 지닌 순발력이 중저속 구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100km, 아니 150km 이상의 더 빠른 속도도 흔들림 없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흔히 말하는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닛산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집약된 엑스트로닉 CVT(무단변속기)는 넓은 기어비로 부드러운 가속을 가능케 했다. 신속한 반응속도로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제공하며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캐시카이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발휘됐다. 닛산 모델 최초로 적용된 섀시 컨트롤시스템(차체제어장치)은 운전자가 차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도와준다.

실주행 연비 또한 발군이었다. 고속 주행 시 시속 130~160㎞ 가속이 잦았고 시내와 국도주행에서는 70~100㎞ 속도로 달렸다. 다소 거친 주행으로 엔진회전수(rpm)의 피로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평균 연비 수치는 ℓ당 16.8㎞가 나왔다. 스티커 연비(15.3㎞/ℓ)와 편차가 적다. 에코 버튼을 누르고 얌전하게 차를 몰고 간다면 복합 연비는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소음 차단 능력은 아쉬웠다. 저속주행이나 고속주행 모두에서 정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소음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기자에게는 큰 소음으로 다가왔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캐시카이의 경쟁모델로 꼽히는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놓고 비교할 때 어떤게 좋을까?’

성능이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가격만 놓고 본다면 캐시카이(3050만~3790만원)가 티구안(3840만~4830만원)보다 실용성과 경제성에서 우수한 것은 분명했다. 과연 캐시카이가 2014년 수입차 판매왕인 티구안을 넘어설 수 있을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다가오는 2015년이 궁금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