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년 만에 적자를 반으로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리는 등 빠르게 경영개선에 나서면서 2014회계연도 1분기(2014년 7~9월)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9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또한 저축은행 수신이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출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30일 무이자혜택', '다이렉트론' 등을 활용해 겉으로는 고객의 편의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해 빈축을 샀다.

◆저축은행, 30일 무이자혜택의 '불편한 진실'

현재 저축은행 중에서는 친애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30일 무이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예컨대 해당 저축은행을 통해 신용대출을 300만원 받을 경우 대출실시일로부터 30일 동안 이자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친애저축은행의 경우 원더풀 프리론과 원더풀 VIP론에 한해 신규대출고객을 대상으로 30일 무이자혜택을 제공한다. 당초 친애저축은행은 창립 1주년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30일 무이자 이벤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해당 이벤트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면배치한 것.

문제는 30일 무이자혜택이 제공되는 상품의 금리가 무이자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상품의 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원더풀 프리론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12월4일 기준) 1~8등급 사이의 고객에게 연 29.1%의 고금리를 적용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앞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할 당시 최고금리로 제한한 29.9%에 근접한 수치다.

원더풀 VIP론도 마찬가지로 1~8등급 사이의 고객에게 연 27.6%의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30일 무이자혜택이 없는 원더풀리더스론의 경우 연 17.3%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 미끼상품 덥석 물었다간 '고금리 폭탄'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은 원더풀 프리론의 경우 신용등급 1~2등급에게도 연 29.2%의 고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반면 3등급 고객에게는 연 28.6%의 금리를 적용해 올바른 금리체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30일 무이자혜택을 통해 대출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정작 출범 당시 금융당국과 약속한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가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0월16일 국회 정무위 소속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의 월별 대부실적'에 따르면 OK저축은행 인수 후 3개월(7∼9월)간 신규대출액은 23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수 전보다 무려 142배 증가한 수치다.

저축은행의 대출실적이 석달간 최고 142배까지 급증한 것은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따져봤을 때는 괄목할 만한 수치다. 하지만 신용도와 무관하게 고금리 신용대출에 집중해 빈축을 사고 있는 것. 이 같은 고금리 대출과 관련해 이학영 의원은 "취급대출의 99% 이상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조건으로 제한한 최고금리대에 몰려 있다"며 "단지 '은행' 간판만 내걸었을 뿐 사실상 대부업체 시절과 똑같은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OK저축은행은 가계신용대출고객 대부분에게 연 25~30%의 고금리를 적용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3개월 동안(12월4일 기준) 전체 가계신용대출자 중 99.4%에게 25~30%의 금리를 적용했다.

최계연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30일 이자면제혜택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연 29.9%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건 변함없다. 이는 고금리에 대출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명백한 '미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 출범 당시 금융당국과 약속한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는 현재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30일 무이자혜택을 제공할 여력을 집중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서민부담 가중시키는 다이렉트론

저축은행이 실시하는 초간편 대출상품과 관련해서도 미끼상품 논란이 일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스피드론이 대표적이다. 스피드론은 본인인증방법으로 공인인증서, 휴대폰, 신용카드 중 선택한 뒤 대출을 진행하는 상품이다. 이를 통해 신청서 정보를 입력하면 담당 상담원과 전화통화만으로 30분 내에 대출금액이 송금된다.

이 상품의 경우 대출진행과정에서 별도의 구비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바쁜 직장생활에 주민등록 등·초본, 통장사본 등의 서류를 따로 준비할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간편함에 혹해 대출을 진행했다가는 고금리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SBI 스피드론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12월4일 기준) 1~9등급 사이의 고객에게 연 31.8%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또한 해당상품은 SBI 홈페이지를 통해 연 19.9%에서 34.8% 사이의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고 공지했으나 실제로는 신용등급 1등급 고객에게 연 25.1%, 2등급 고객에게 연 29.3%의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실질적인 적용금리는 연 25.1∼34.8%인 셈. 반면 SBI저축은행의 오프라인 신용대출상품인 U스마일론의 금리는 연 22.1%로 이보다 더 낮다.

김준하 에듀머니 팀장은 "저축은행의 초간편 대출상품은 얼핏 보기에는 바쁜 현대인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유용한 상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고금리를 통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약탈상품"이라며 "저축은행을 통한 대출을 진행할 경우 비교적 저렴한 금리를 통해 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상품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