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씨가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한 손님이 들어와 편의점 직원에게 다가갔다. 이 손님은 작은 목소리로 "담배"를 외쳤고, 편의점 직원은 담배 판매대가 아닌 계산대 밑 서랍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이 손님에게 건넸다. 이씨는 "눈뜨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며 "그동안 재고 없다는 문구로 발길을 돌린 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편의점에서 사재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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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판매대 /사진=머니투데이DB |
새해 맞이를 보름 앞두고 벌어진 최근 편의점 풍경이다. 일부 소비자들의 '담배 사재기'와 편의점 판매업자의 '역 사재기'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사실 편의점 입장에서는 보름 정도만 담배를 팔지 않고 있으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담뱃값은 내년 1월 1일부터 4500원으로 오른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값을 판매하면 250원의 마진이 남지만 내년까지 며칠만 쥐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도 갑당 2000원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 편의점 업주들에게 떨어지는 몫이 최고 10배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을 꾸리고 도소매점 물량을 제한하는 등 사재기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편의점 한 직원은 "말로는 소비자들 사재기로 물량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뿐 아니라 친구가 일하는 편의점에도 창고에 담배가 있는데 내놓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몇일만 더 쟁여 놓으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데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담배판매상도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보관장소만 바꾸면 사실상 찾을 길도 없다"며 "업자들 사이에서는 못해도 10%만 쌓아뒀다가 내년에 팔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