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세계는 혼돈에 빠져 있다. 미국과 OPEC(석유수출국기구)간의 치킨게임은 여전히 국제유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고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액셀을 밟으며 엔저기조를 밀고 나가는 추세다.
또한 ECB(유럽중앙은행)가 언제 양적완화 카드를 내밀지, 미국은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숨가쁘게 대응 중이다. 지난해 후강퉁제도를 시행하며 금융시장의 문을 조금 연 중국은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을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초이노믹스에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건다. 이번에는 공공과 금융, 교육,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새해에도 우리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가득하다. 올해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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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 횡보장세…글로벌이슈에 출렁일 듯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증권시장이 어려운 상황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가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횡보장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박스권 탈피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재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박스피 장세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다양한 글로벌 이슈가 속속 등장하며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정책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경제를 이끄는 미국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부채 정리의 압력과 유로존 및 일본의 저성장은 글로벌경제에 부담스런 부분이다. 신흥국도 선진국의 제한적인 수요성장과 과잉생산의 후유증으로 탄력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조 센터장은 다만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저성장에 대응한 경기부양 정책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금리의 수준은 낮을 것이고 일본과 유로존은 통화완화를 강화할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한국의 금리인하를 유인하고 국내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시장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초금융완화정책을 취한 유럽이나 일본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의 차별화는 시장의 변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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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망업종·종목, 3가지 투자테마에서 찾아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해 유망한 업종 혹은 종목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의 투자테마를 제시했다. 정책이슈(초이노믹스), 고령화, 선진국(미국)의 경기회복이다.
지난해 화두가 됐던 배당에 대한 관심은 초이노믹스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배당확대정책을 펼친 덕분에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통적인 배당주나 고배당주보다 향후 배당확대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 외에도 정책 기대감을 받는 업종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정책 기대감이 꾸준히 작용하는 은행 및 건설업종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로 건설업종이, 중소기업부문의 대출 증가세로 인해 은행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논리다.
두번째 테마는 고령화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신흥국에도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지난해 증권시장에서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의료기기나 바이오업종 같은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며 “저성장국면에서도 돋보이는 성장세가 기대되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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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만 몰두하지 말고 시장을 크게 보는 것이 올해 가장 알맞는 투자전략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노멀(저성장·저소비·고실업률·고위험·규제강화 등)시대에는 개별 국가나 자산보다 분산 및 해외투자 등 다양한 자산으로의 투자를 강요한다”며 해외쪽도 살펴볼 것을 권했다.
세계경제가 워낙 복잡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내에만 한정되지 말고 세계 각국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다각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류 센터장은 “올해 주식투자처로 유망한 국가는 미국 중심의 선진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그리스, 체코 등으로 예상된다”며 “채권(국채) 투자 유망 국가는 베트남,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