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올 증권가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초부터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바로 롯데그룹.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일본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부회장), 롯데상사(대표이사), 롯데아이스(이사)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에서도 해임되면서 증권가의 시선은 온통 롯데를 향한다.

특히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예견되면서 관련 수혜주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뜨겁다.


 

롯데손해보험,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왼쪽부터) /사진=머니위크 DB
롯데손해보험,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왼쪽부터) /사진=머니위크 DB

◆ 한국 롯데그룹株, 힘 좀 받나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들의 임원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알려진 6일 이후 지난 14일까지 6거래일간 롯데칠성은 146만1000원에서 164만5500원으로 총 12.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제과는 9.39%, 롯데푸드는 8.41%, 롯데손해보험도 3.01%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8개 롯데그룹주 가운데 5개가 올랐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크게 한국 계열사와 일본 계열사로 나눠 운영돼왔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을 맡고 차남 신동빈 회장이 한국을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장남이 경영일선에서 배제된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에 상장된 롯데그룹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스페셜 리포트] '롯데 수혜주'는 없다

현재 투자자들은 롯데제과처럼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롯데계열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계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롯데쇼핑(1월 현재 8조원대)의 지분 7.86%를 보유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6.83%), 신 회장 (5.34%), 신 전 부회장(3.96%), 신영자 이사장(2.5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롯데푸드도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 김윤오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롯데푸드의 대표이사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그룹 정책본부에서 비전을 담당했던 임원이 롯데푸드로 전보됐다”며 “그룹내 지위가 향상된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그룹의 조력이 필요한 신규사업에 한층 탄력을 받을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롯데그룹 제 1의 상장사인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다. 실적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도 전분기에 이어 부진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2% 늘어난 7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3574억원으로 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사진=머니위크 DB
롯데칠성 /사진=머니위크 DB

◆ 전문가들 “수혜주 아직 찾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롯데그룹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수혜주’를 분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되기는 했지만 지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한국롯데 회장의 지분차이는 크지 않다. 롯데쇼핑의 경우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지분과 신 회장이 보유한 주식이 단 1주 차이로 거의 같다. 또 롯데제과에 대한 지분도 신 회장(5.34%)과 신 전 부회장(3.92%)간 격차가 크지 않다.

현 시점에서 승계구도는 신 회장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움직인다면 롯데판 ‘왕자의 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총수일가의 지분이동이 없는 만큼 롯데그룹 수혜주를 분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후계구도가 정립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롯데그룹주의) 주가에는 나쁘지 않은 이벤트라 본다”고 말했다.

승계구도의 ‘보이지 않는 힘’ 광윤사

롯데는 대한민국 순환출자 1위 그룹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기준으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순환출자 고리 내 출자사와 출자 대상회사 간에 1주 이상 출자가 있는 경우)수는 총 417개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14개, 2위인 현대차그룹도 6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숫자다.

더불어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다, 일본계열사 모두 비상장사인터라 지분구도가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움직이는 곳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그리고 이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가 또 있다. 바로 일본의 광윤사다.

신 총괄회장이 지분의 5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광윤사는 직원이 3명뿐인 것으로 알려진 포장재 회사다. 비상장사라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가지고 있다. 또한 롯데호텔(5.45%), 롯데알미늄(22.84%), 롯데캐피탈(1.92%) 등 한국 롯데 핵심 계열사들의 주식도 보유중이다.

따라서 경영승계 관점에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광윤사의 지분을 물려받는 사람이 바로 롯데그룹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