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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 확보에 나섰다. 이 후보는 "광주의 역사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구했다"고 강조하며 헌법 전문에 광주 정신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한강 작가께서 그렇게 표현하셨는데 결론은 과거가 현재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구절을 인용하며 5·18 정신의 현재적 의미와 12·3 비상 계엄 당시 시민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끈 시민들'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소년이 온다'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와 계엄 선포 당일 친구에게 "아침까지 연락이 안 되면 어머니에게 연락해달라"고 말한 뒤 국회로 달려갔던 박선우 한림대 학생, 이 후보의 후원회장이자 같은 날 국회로 향했던 시민 김송희 씨 등이 참석했다. 캠프 대변인인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도 자리했는데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26일 치러질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이 후보가 지역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마련된 자리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 후보에게는 '호남 홀대론'이 따라붙으며 비판적 지지를 보내온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광주·전남·전북 순회 당시 90%대에서 80%대로 떨어진 바 있다.
이날 이 후보가 전일빌딩에 도착하자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외치며 환호했고 김 여사는 이 후보를 껴안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이 후보는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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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간담회 현장에 전시된 그림들도 둘러봤다. '윤석열 파면', '오월의 봄날' 등 직접 손글씨로 표현된 그림들부터 조국 전 혁신당 대표의 '쇄빙선' 발언을 모티브 삼은 그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까지 다양했다. 이어서 전일빌딩 10층에 위치한 5·18 기념공간을 방문한 이 후보는 1980년 당시 헬기 사격으로 남은 총탄 자국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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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을 둘러본 뒤 이 후보는 지하에 위치한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살롱245'로 이동해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김길자 여사의 손을 꼭 잡으며 "광주에 올 때마다 여사님을 뵙고 인사를 드린다. 이번 12·3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여사님) 가슴이 철렁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 역시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가며 1980년 5월 광주에 서 계엄군이 몰려온다고 도청으로 도망가자고 방송하던 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그날 방송을 켰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광주의 역사가 지난해 12월3일,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구했다"며 "지금도 군사 쿠데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내란 세력들이 여전히 국가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내란의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번영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헌법 전문에 광주 정신을 명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국민의힘도 수없이 약속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과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또 하나의 역사였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현실 권력을 국민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끌어내리는 일은 세계사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 두 번 벌어졌다"며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 참 위대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밤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빛의) 혁명 과정에서 각각의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모두 기록한 뒤 국가의 이름으로 그 공적을 표창하는 방법을 현재 연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은 'K-민주주의'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여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발언을 들은 뒤에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러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며 "저는 여전히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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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헌법 전문에 광주 정신을 명시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일상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선 "1987년 체제는 이미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이 되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국민의 기본권과 자치분권을 확대하고 권력구조 역시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년 중임제를 기본으로 하되 총리추천제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조항을 한 번에 고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으므로 합의 가능한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개정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개헌 시점에 대해선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통해 개헌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임기 내에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장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조금 늦으면 다음 총선(2028년) 즈음이 될 수 있다. 시간적 여유는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기소된 것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검찰이 어느 순간부터 정치가 아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증거도 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기소한 데 대해 경찰이 '추론이다'라고 답했다고 들었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각본을 쓰는 곳이 아니라 정확한 증거에 기반해 판단하는 조직으로 반드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