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특수요? 다 옛말이에요.” 안산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조모씨(53·여)는 3월 신학기 대목을 앞뒀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벌써 5년. 스마트폰시대가 활짝 열리며 이동통신업계에 ‘풍년’이 들었던 때는 ‘과거의 영광이었노라’고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꽃피는 3월이 왔지만 이동통신업계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의 전국 대리점과 판매점의 단말 지원금(보조금)이 동일해지면서 과도한 지원금 살포로 고객을 끌어 모으던 업계의 풍경은 과거의 일이 된 지 오래다.
지원금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이른바 끝이 보이지 않는 ‘빙하기’(휴대폰시장이 얼어붙은 것을 의미)다.
◆사라진 신학기 대목
조씨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월을 맞았다. 2월 졸업과 설 명절로 ‘대목’이 찾아오지 않겠냐는 기대는 빈손으로 끝이 났다. 예년 같으면 풍성한 2월을 보내고 3월 입학시즌을 맞아 고객 유치에 한창일 때다.
꽃피는 3월이 왔지만 이동통신업계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의 전국 대리점과 판매점의 단말 지원금(보조금)이 동일해지면서 과도한 지원금 살포로 고객을 끌어 모으던 업계의 풍경은 과거의 일이 된 지 오래다.
지원금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이른바 끝이 보이지 않는 ‘빙하기’(휴대폰시장이 얼어붙은 것을 의미)다.
◆사라진 신학기 대목
조씨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월을 맞았다. 2월 졸업과 설 명절로 ‘대목’이 찾아오지 않겠냐는 기대는 빈손으로 끝이 났다. 예년 같으면 풍성한 2월을 보내고 3월 입학시즌을 맞아 고객 유치에 한창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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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하지만 단통법은 이들에게서 ‘대목’을 앗아갔다. 입학 시즌이 다가왔지만 바깥에 내붙일 만한 이벤트 벽보(포스터)가 없다. 단통법 시행 후 지원금이 모두 평등해지면서 고객을 유치할 만한 이벤트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조씨의 가게 옆으로 500m도 채 안 돼 자리한 또 다른 대리점에는 ‘신학기 맞이 행사폰’이란 이벤트 벽보가 나붙었다. 관심을 갖는 기자에게 조씨는 “막상 가보면 살 것도 없다”며 “15개월 지난 구형폰인데 저렇게라도 광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통법은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 휴대폰에 한해 최대 30만원까지 공시지원금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15개월이 지나 단통법 상한규제를 벗어난 스마트폰(구형폰)의 경우 통신사와 대리점, 판매점의 보조금에 더해 최대 0원에 가까운 스마트폰 ‘공짜’ 구매가 가능하다. 조씨가 말한 ‘막상 가보면 살 것도 없는 구형폰’ 얘기다.
냉랭한 설 대목을 지낸 이동통신업계는 설 연휴 이후를 주목했다. 공시지원금이 단통법 지원금 상한선인 30만원 근처까지 오르는 등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였다. 그러나 3월을 앞두고 지원금은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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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SK텔레콤은 2월26일 ‘옵티머스G프로’의 공시보조금을 기존 25만원에서 8만7000원으로 16만3000원까지 크게 낮췄다. 이어 같은날 ‘F70’과 ‘G 프로2’의 공시보조금을 각각 4만9000원, 3만7000원씩 낮췄다. ‘갤럭시A5’의 경우 5만2000원이 낮아졌다.
KT는 ‘갤럭시 알파’와 ‘아카’의 공시보조금을 각각 8만원, 5만원씩 내렸고 ‘아이폰6’·‘아이폰6플러스’(16GB)의 공시보조금 또한 3만7000원씩 낮췄다. ‘갤럭시 A5’와 ‘와인스마트’의 공시보조금도 3만원씩 하락했다.
착한텔레콤 관계자는 “조만간 SK텔레콤과 KT 모두 일부 제품의 공시보조금이 하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썰렁한’ 상점가… “난 버티고, 넌 죽고”
공시보조금의 끝 모를 하락세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는 데 상당한 효과를 냈다. 조씨의 상점을 비롯해 안양, 강남, 수원 등 스마트폰 대리점과 판매점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설 명절과 입학 시즌 대목에도 불구하고 상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다.
지난 2월2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통신업의 경기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업황을 조사한 결과 정보통신방송서비스의 경우 2월의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88에서 84로 전월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정보통신방송서비스와 정보통신방송기기,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분야를 합친 ICT(정보통신기술)의 BSI 전망치가 88에서 86으로 2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정보통신방송서비스의 체감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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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은 것을 의미하며 100 미만의 경우 그 반대다. 따라서 전월 대비 숫자가 낮아졌다면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더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단통법 이후 악화된 업황에 대해 조씨는 “법 시행 후 ‘죽을 놈(대리점·판매점)들은 죽고 살 놈은 살자’란 식”이라며 “(단통법 이전에) 대리점과 판매점이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었다. 지금은 불황이 닥치니까 오히려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은 떨어져 나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런가하면 소비자는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가 언제쯤 풀릴 지 지켜보고 있다. '빙하기'가 계속되면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싶어도 혹시나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인터넷용어)이 되진 않을까 지갑 열기에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A군(17)은 "지나치게 비싼 단말 가격은 학생에게 큰 부담"이라며 "설 명절에 받은 세뱃돈을 보태 스마트폰을 구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주일도 안돼 공시지원금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스마트폰을 언제 구입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A군은 하소연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사실상 ‘특수’, ‘대목’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의 인상, 인하 여부도 파악하기 힘들다”며 "3월 이후를 기대하라는 말들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