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00원짜리' 고객정보
“제 개인정보가 고작 2000원에 거래됐다니….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 똑같았군요. 상품을 유통하는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까지 유통해 실적을 낸 건가요? 어쩐지 이런 행사에 한번 참여하고 나면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설마 설마했는데….”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대형마트의 고객정보 판매는 비단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경품행사에서 얻은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으로 팔아 넘겼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된 것.

시민단체 서울YMCA는 지난 2월 24일 두 업체가 수년간 고객정보를 수집해 보험사에 파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각 대형마트와 보험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제기한 의혹을 토대로 이뤄졌다.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전국 매장에서 4차례 경품행사를 벌여 수집한 개인정보 311만2000여건을 보험사에 넘겨 66억6800만원을 받았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매장과 온라인에서 수집한 개인정보 250만건을 보험사에 넘겨 23억3000만원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거래가격은 고객정보 하나당 약 2000원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 홈플러스발(發) 개인정보 유출수사가 진행됐을 당시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자신들은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홈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발발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이와 관련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처럼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직접 판매한 것이 아니라 장소만 빌려준 것이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이들의 책임이 경감될 수는 없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한 데도 이를 묵인했다는 점에서다. 소비자 역시 믿었던 대형마트의 화려한 경품행사가 결국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에 적잖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제 논란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대형유통사답게 고객 개인정보까지 유통해 돈 버는 일이 쉬웠을지 몰라도 한번 잃은 소비자 신뢰는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