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해외자본이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는가 하면 소규모 증권사를 가진 회사가 대형증권사를 매수해 업계 순위를 뒤바꾸기도 했다.
지난해 동양증권을 대만 유안타그룹이 사들였고 현대증권은 일본 오릭스그룹에 팔렸다. 국내 기업의 증권사 M&A도 활발한 양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아이엠투자증권(옛 솔로몬투자증권)을 인수했고 NH농협금융그룹은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여 NH농협증권과 합병, NH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올해도 M&A는 지속될 전망이다. KDB대우증권은 아직 공식적인 매각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5~6월, 늦어도 하반기 초까지는 매각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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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
◆ 증권가 지도, 어떻게 바뀌었나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M&A를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합병’이다.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그룹이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을,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증권가의 M&A는 본래 증권사를 가지지 않았던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중소규모의 증권사를 사들이는 정도였다.
최근의 금융투자업계 M&A가 과거와 다른 점은 이미 증권사를 보유한 회사가 증권사를 사들여 합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증권가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이전 우리나라에서 자기자본이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KDB대우증권이었다. 지난 2013년 말 기준 KDB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9063억원이었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3조46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이 각각 3조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이들을 묶어 ‘빅5’라 불렀다.
증권가의 넘버원 자리가 바뀐 것은 지난해 말(12월31일)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하며 재탄생한 NH투자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만 해도 자기자본 기준 12위였던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2위인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하며 KDB대우증권이 지난 2008년부터 지켰던 1위 자리를 빼앗았다.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도 M&A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오는 5월31일 아이엠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8292억원(13위), 아이엠투자증권은 1752억원(30위)이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추산되는 자기자본은 수치상으로 약 1조44억원이다.
이에 따라 만년 중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번 합병을 통해 신영증권(9359억원)을 밀어내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업계 10위권(자기자본 기준)의 대형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처럼 증권업계가 ‘몸집’을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자본확대에 따른 신사업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일 경우 외화대출 및 지급보증 등 외국환 신용공여가 가능해진다. 또한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회사는 종합금융투자업자가 된다. 자기자본을 확대할 경우 영업활동 범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만 늘려도 신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 증권가에 밀려드는 해외자본
해외자본이 들어오는 점도 최근 증권가 M&A의 특징이다. 국내 증권가는 그동안 외국자본에 대해 단단히 ‘빗장’을 걸었다. 과거 증권사 매각 시 여러 해외자본이 관심을 가졌으나 실제 해외자본으로의 매각이 성사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빗장이 풀렸다. 지난해 3월 대만의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인수했다. 지난 2004년 LG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유안타증권은 10년만에 동양증권을 인수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상위 5개사 중 하나인 현대증권은 일본에 팔렸다. 지난 2월 산업은행은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PE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격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연내 매각이 결정된 KDB대우증권도 해외자본으로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직 매각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후보군에 대해 말이 많다. 현재 지목되는 유력후보 가운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도 언급된다. 이밖에도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와 중국의 푸싱그룹 등도 물망에 올랐다.
KDB대우증권의 M&A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 다만 또 한번 국내 증권가에서 업계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론스타 논란 재현될까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 해외자본이 밀려옴에 따라 ‘먹튀 논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론스타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LSF-KEB를 통해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론스타는 지난 2007년 6월 외환은행 주식의 13.6%를 1조192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2년에는 나머지 지분도 3조9156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뒤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가치를 최대한 낮게 평가해 숫자를 조작(외환은행 가치 저평가, 주가조작 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지난 2013년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지만 ‘먹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 증권시장에 들어온 해외자본은 어떨까. 현 시점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권업계에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밀려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형매물은 현재 KDB대우증권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다. 현재 KDB대우증권의 매각과 관련해 거론되는 외국자본은 중국의 푸싱그룹뿐이다. 그러나 푸싱그룹이 실제로 KDB대우증권 매각에 참여한다 해도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증권사 대주주 자격요건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주체가 외국법인일 경우 승인신청일을 기준으로 인수하려는 금융투자업자와 비슷한 영업을 해야 한다. 현재 푸싱그룹은 오릭스나 유안타증권과는 달리 증권업을 영위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 해외자본이 밀려옴에 따라 ‘먹튀 논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론스타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LSF-KEB를 통해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론스타는 지난 2007년 6월 외환은행 주식의 13.6%를 1조192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2년에는 나머지 지분도 3조9156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뒤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가치를 최대한 낮게 평가해 숫자를 조작(외환은행 가치 저평가, 주가조작 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지난 2013년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지만 ‘먹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 증권시장에 들어온 해외자본은 어떨까. 현 시점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권업계에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밀려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형매물은 현재 KDB대우증권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다. 현재 KDB대우증권의 매각과 관련해 거론되는 외국자본은 중국의 푸싱그룹뿐이다. 그러나 푸싱그룹이 실제로 KDB대우증권 매각에 참여한다 해도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증권사 대주주 자격요건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주체가 외국법인일 경우 승인신청일을 기준으로 인수하려는 금융투자업자와 비슷한 영업을 해야 한다. 현재 푸싱그룹은 오릭스나 유안타증권과는 달리 증권업을 영위하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