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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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시중은행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곳곳에서 봄꽃 개화소식이 들려오지만 은행권에 부는 한파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을 기세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3200명을 내보낸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1000명 안팎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임직원수는 은행권 최대 규모인 2만1000여명이다. 은행권에서 두번째로 인력이 많은 우리은행(1만5000여명)보다 6000여명이 더 많다. 지난해 말 총자산 역시 304조원으로 우리은행(278조원), 신한은행(266조원)보다 덩치가 크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을 들여다보면 희망퇴직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가 짐작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조2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직원수 1만4000여명에 불과한 신한은행(1조4552억원)보다 30%가량 낮다.

사실 희망퇴직 카드를 놓고 고민하는 곳은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현재 은행업은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인터넷거래 등 비대면 거래 증가로 점포수가 줄어 은행으로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희망퇴직이 유일한 자구책이라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인력 감원 한파가 은행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자들에게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650여명을 내보냈다. 전직원 4240명의 15%에 해당되는 규모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월 270여명의 희망퇴직자들에게 18~20개월치 급여를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희망퇴직자들에게 잔여 정년과 직급별로 평균임금의 24~3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주고 예년의 두배가량인 310명을 떠나보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역시 지난해 20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짐을 쌌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200~30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은행들 사이에서 희망퇴직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임금피크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은행원의 정년은 통상 60세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대상 연령인 만 55세가 사실상 정년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임금피크제 대상 인력의 70% 정도가 희망퇴직을 선택한다.

실례로 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를 약 10년 전 도입했지만 이 제도를 선택한 직원은 한명도 없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만 55세부터 60세까지 5년간 연봉의 총 250%(2년6개월치)를 각각 70·60·40·40·40%로 나눠 받는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3년치 연봉인 300%를 지급한다. 다시 말해 임금피크제보다 50%가량을 더 챙길 수 있어서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 55세 이상의 인력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후선 업무로 밀려나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며 “은행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인력은 많다보니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희망퇴직 한파는 상반기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