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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연기는 어떤 향기일까. 충무로 대표적인 여성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 연기파 배우 박효주.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을 지녔지만 그녀의 향은 ‘배우’라는 느낌의 향 하나로 좁혀진다.
기자는 박효주와 함께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데메테르’의 퍼퓸 스튜디오를 방문해 그녀의 향을 찾아봤다. 박효주는 향수 만들기에 앞서 윤계상과 호흡을 맞추게 된 영화 ‘극적인 하룻밤’ 속 배역인 마주연과 자신을 두고 누구의 향기를 찾을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박효주는 지난 2008년 영화 ‘추격자’에서 ‘4885’를 외치며 범인을 쫓는 오 형사, 2012년 SBS 드라마 ‘추적자’에서 예쁜 척하지 않아도 되는 조 형사,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서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로맨틱한 30대 여성으로 출연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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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만들기에 앞서 작성한 향기 브리프(향수 만들기 전에 조사하는 질문지)에서 트렌치코트, 니트, 북카페, 꽃이 가득한 정원, 흰색과 보라색을 선택했다. 튀지 않고 온화한 분위기다. 자신의 향수에 어떠한 향을 담고 싶나.
박효주 : 편안한 향이 좋아요. 지나치게 화려한 꽃보다는 들꽃이 더 좋고요. ‘저 향수 뿌렸어요’라고 말하는 향보다는 은은한 향이 끌리더라고요.
본인이 떠올린 이미지에 따라 7개의 향료를 골랐다. 향수를 구성하는 탑노트(Top Note)와 미들노트(Middle Note), 베이스노트(Base Note), 각각의 향료를 고른다면.
박효주 : 탑노트는 수줍은 듯 은은한 데이지 꽃향기가 나는 ‘데이지(daisy)’, 미들노트는 세탁을 마치고 갓 다림질한 옷의 향기가 나는 ‘론드러맷(laundromat)’, 베이스노트는 비누 계열의 파우더리한 향이 나지만 화려하고 달콤하지 시원한 향기가 나는 ‘비솝(bsoap)’. 이렇게 3가지가 좋은데요?
올가을 영화 ‘사라진 내일’과 ‘극적인 하룻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각각의 작품 속 캐릭터들을 향기로 표현한다면.
박효주 : ‘극적인 하룻밤’ 속 마주연은 푸드 매거진 편집장으로 극중 윤계상 씨의 전 여자친구예요. 연애보다는 일, 남자가 자신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여자라고나 할까요. 무겁고 시크한 쿨향이 어울릴 것 같아요.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조금은 피곤해도 정열적으로 일할 것 같은 모던한 향? ‘사라진 내일’ 속 이혜리는 인권기자에요. 향기보다는 비누, 들꽃 냄새가 날 것 같아요. 왠지 흙 냄새도 날 것 같고요.(하하)
박효주의 향기는 어떤 향기인가요. 향수에 이름을 지어준다면.
박효주 : 요즘 즐겨 듣는 곡이 있어요. 에피톤 프로젝트의 연주곡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은은한 데이지 꽃향기도 좋고 프레시한 비누 향기가 좋은데요? 그래서 봄에 어울리는 노래가 떠올랐어요. 저랑 어울리나요?
향료 선택부터 비커와 전자저울을 사용해 배합하는 과정까지, 털털한 이미지 보다는 의외로 여성스럽고 섬세한 것 같은데.
박효주 : 30대가 되고 나니 제 향기도 변하는 것 같아요. 20대를 돌아보니 너무 거침없이 달려왔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느린 호흡’에 빠져 있어요. 점점 차분하고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헬스장에서의 과격한 운동이나 등산을 즐겨 했는데 3년 전쯤 부터는 취미나 운동하는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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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털털했던 여형사 이미지와는 다른 것 같다. 지난해 작품 속 박효주의 모습은 한층 여성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이었는데 2015년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나.
박효주 : ‘여형사’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셔서 드라마가 재미있으니 배역도 예뻐 보이는 게 아니었을까요.(하하) 다행히 좋은 배역이 찾아왔고, 작품들도 인기가 좋아서 너무 감사하죠. 이후에는 색다른 역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때마침 ‘로맨스가 필요해’, ‘타짜’를 만났어요. 어떻게 보면 제 연기 변신은 ‘로맨스가 필요해’가 물꼬를 터준 것 같아요.
‘극적인 하룻밤’에서 윤계상과는 첫 호흡이다. 어떤 영화인가.
박효주 : 로맨틱 코미디에요. 수위는 ‘로맨스가 필요해’보다는 살짝 세겠죠?(호호) 과거와 현재의 연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자의 이야기에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우먼 마주연은 과거의 연인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에요. 뭔가 삶을 달관한 여자랄까요.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외로운 여자죠. 솔직 발랄한 영화지만 들여다보면 외로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그런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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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사극부터 멜로, 드라마, 코미디, 액션, 공포까지, 장르를 불문하는 배우다. 그중에서도 어떤 장르를 선호하나.
박효주 : 비슷한 것에 대한 불편함, 똑같은 직업에 대한 지루함을 늘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극을 하다보면 현대물이 하고 싶고, 너무 심각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로맨스가 필요해’ 속 낙천적인 캐릭터 이민정이 생각나기도 해요. 최근 촬영을 마친 ‘사라진 내일’은 크고 무거운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극적인 하룻밤’이 더 반갑더라고요. 매번 내가 원하는 작품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점점 ‘연기’ 하나에 집중하게 되요. 장르를 떠나서.
슬럼프가 찾아온 적은 없었나.
박효주 : 제 슬럼프는 영화 ‘완득이’가 극복시켜줬어요. 29살.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많았고, 연기 못한다고 욕만 먹던 시기였어요. 무용 전공을 하다가 잡지 모델로 알바 겸 뛰어든 게 직업이 됐으니까 얼마나 불안감으로 시작했겠어요. 칭찬 한 번 받으려고 연기에 더 집착하고 저를 괴롭혔어요. 그러다 지쳤고, 무작정 바다로 여행을 가서 “너 수고했어. 잘했어. 이제 그만하자”라고 마음을 먹는데 3개월 전 오디션을 봤던 ‘완득이’ 측에서 캐스팅 전화가 왔죠. 저도 모르게 “지금 바로 갈게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내가 투정을 부렸구나. 아직 배우에 대한 애정이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에 ‘완득이’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연기가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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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 변하는 게 특히 없는데도 30대가 되면 여자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호호) 지금도 생각해요.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을 믿자. 내가 보기에는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나를 믿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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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극적인 하룻밤’은 각자의 연인에게 차인 두 남녀가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윤계상은 겉으로는 한 없이 쿨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전 여자친구 박효주를 잊지 못하는 연애 루저 정훈 역을 맡아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의 연애심리를 꾸밈없는 연기로 그려낼 예정이다.
▶장소협찬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4-7번지 ‘데메테르(DEMETER)’ 퍼퓸 스튜디오
<사진=젤리몬즈스튜디오(jelliemonzstudio.com), SBS ‘추적자’, 영화 ‘타짜’, ‘추격자’,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