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의 침묵을 깨고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나선 것. 그간 고객정보 불법 유통, 홈플러스 매각설 등 크고 작은 논란과 악재에 휩싸였지만 도 사장은 딱히 이렇다 할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남 탓’으로 규정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샀다. 가뜩이나 저조하던 홈플러스 실적은 소비자 신뢰까지 잃으며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코너에 몰린 도 사장은 결국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 하지만 너무 늦은 탓일까. 그가 ‘변화의 원년’을 선언한 첫 기자회견장에서 일련의 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안팎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홈플러스가 과연 체질개선에 성공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주류였다. 언뜻보면 ‘경영난 탈피’에만 집중된 모양새지만 무게가 그리 가볍지도 않다. 도 사장이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후 첫 대외 행보기 때문. 과연 이 암초 사이를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지, 도 사장표 홈플러스 부활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1년의 사태에 대해 걱정과 심려를 끼친 점 깊이 반성합니다. 홈플러스 전 임직원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우려를 깊이 새기고, 고객 중심 서비스로 돌아가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보다 신뢰받는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본업에 충실"… 재도약 꿈꾼다

도성환 사장이 홈플러스의 변화를 추구하고 나섰다.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실적악화, 매각설 등 최근 잇따른 악재에 노출되며 사면초가에 몰리자 경영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 사장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체질개선을 통해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가격 ▲품질 ▲매장 ▲서비스에 대한 4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도 사장은 회사의 체질개선 방안과 더불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500개 신선식품 가격 연중 상시 10~30% 인하, 기존 마트 취급 상품의 품질 개선, 매장 환경·서비스 업그레이드, 시니어 인력을 포함한 500명 고용창출 등 유통산업의 특성을 살려 고객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 모델을 제안했다.

가장 핵심은 구매 고객비중이 64%에 달하는 신선식품 가격 인하 정책이다. 일명 ‘신선식품 강화 프로젝트’에 약 1000억원의 자체마진을 투자해 연중 상시 고객에게 기존 대비 10~30% 싸게 제공하겠다는 플랜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 강화로 소비 촉진을 일으켜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도 사장은 특히 “연중 내내 가격할인이 적용된다는 점과 할인으로 인한 마진 감소는 온전히 홈플러스가 100% 떠안는다는 것이 가장 다른 부분”이라며 그동안 진행하던 이벤트성 가격 할인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 기여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니어 인력을 포함한 500명의 신선지킴이를 신규 채용하고 최적의 쇼핑 환경을 위해 매장과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사진제공=홈플러스

◆ 악재 털고 신뢰 얻을까

돈을 받고 ‘고객정보’를 팔아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상품을 싸게 팔아 고객에게 보답하겠다는 식의 논리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 사장이 가격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대형마트는 태동 초기부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대형 할인점이기 때문이다. 업의 본질로 돌아가 고객이 준 기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게 도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산적한 여러 악재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2년 전부터 따라다니는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최근까지도 홈플러스 매각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주요 인수자 후보로 농협과 현대백화점 등이 거론되는 등 조만간 계획이 구체화되리라는 관측이 더해졌다.

도 사장은 그러나 “매각이슈와 관련해서는 현재 영국 테스코 본사측으로 부터 구체적인 결정사항을 전해들은 바가 없다”며 “매각은 주주의 결정권한이기에 답변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편의점 씨스페이스 인수 추진과 관련, 덩치를 키워서 되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편의점은 전세계적으로도 성장할 비즈니스로 떠오르기 때문에 플러스 365와 네트워크를 늘리는 측면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홈플러스가 씨스페이스를 인수하더라도 큰 시너지는 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플러스365와 씨스페이스 매장을 더해도 그 수가 편의점업계 꼴찌 수준으로 ‘투자 목적’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것.

‘국부 유출’ 논란에 휩싸인 영국 테스코에 대한 758억원의 로열티 지급건에 대해선 영국 조세 당국과 국세청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 사장은 “영국 조세당국이 테스코가 진출한 모든 나라 조세당국과 로열티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당국 간 협의에 따라 지금까지 지급한 로열티에서 가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홈플러스의 변화 목표가 소비자 신뢰 회복임을 감안할 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악재들을 잘 넘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치 않은 위기와 맞닥뜨리더라도 다시 소비자들이 등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부활의 시점, 도 사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가 홈플러스의 방향키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들려주는 답은 다를 것이다. 지금은 선장의 몫이 가장 중요한 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