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아이가 산만할 때 엄마가 해볼 수 있는 방법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두 주가 지났다. 아이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단체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엄마는 아이가 단체생활 증후군, 새학기 증후군 등으로 잔병치레를 겪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가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산만해서 학업이나 단체 활동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도 내심 걱정스럽다.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짧다
흔히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할 때 우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가 지레짐작으로 아이의 상태에 대해 걱정하고 미리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아이들은 원래 산만한 존재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라고 해도 만 2세의 경우 20초 정도, 만 3세의 경우 1분, 만 4세는 3분, 만 5세가 되어도 5분 정도밖에 집중하지 못한다. 만 5세가 되어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했더라도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부모 기대치보다 짧다.


만 5세 이후에도 짧은 5분 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항상 움직이고 설치고 말이 많으며, 다른 아이들을 공연히 괴롭히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 또 자기 또래에 비해 미숙하고 울기도 잘하고 화도 잘 내는 아이라면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본다.

아이 몸에 쌓인 열(熱)이 화(火)를 부르면…

한방에서는 아이가 집중력이 현저히 낮고 산만한 이유로 ‘열’을 꼽는다. 아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몸속의 열을 풀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얽매일수록 머리에 열이 몰려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오장육부 중 열이 가장 많은 장부는 심장이다. 화가 날 때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이나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다’는 말을 한다. 화가 나는 것은 정신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로, 화가 나면 피가 몰려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급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심장은 비상 신호를 보내며 더 많은 운동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열이 쌓인다.

박지호 천안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사람들은 화를 풀 때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고, 격렬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화를 잘 내는 아이의 행동 또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난폭할 수 있다.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정도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심장에 열이 쌓이고 이것을 풀기 위해 아이는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잘못된 식습관, 음식물이 열을 쌓이게 하는 주범?

심장의 열을 내리려면 우선 속열을 쌓이게 하는 생활습관부터 바로잡는다. 박지호 천안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특히 아이의 식습관부터 살펴본다. 합성 첨가물, 농약, 방부제 성분이 있는 식품을 피하고 맛이 자극적인 음식, 기름진 음식은 물론 야식과 과식을 줄이고 갈증은 음료 대신 물로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심장에 열이 많다. 인스턴트식품, 청량음료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나 시럽을 첨가하는데, 이들의 성분은 포도당과 과당이다. 과당의 경우 포도당보다 단맛이 더 강하며 포도당보다 몸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런 단당류 음식들은 곧장 에너지로 전환되어 몸을 흥분상태로 만들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뇌를 자극하여 기분이 고조된다. 그러나 뒤이어 급격하게 올라간 혈당을 낮추려는 반작용이 일어나 오히려 혈당이 정상보다 떨어져 버리면서 기분이 저하되어 아이들은 다시 단맛 간식을 찾게 된다.

봄나물 같은 제철 쓴맛 채소가 열을 풀어주는 데 도움

늦은 밤, 과도한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도 열을 쌓이게 하는 주범이다. 심열이 많은 아이는 열이 위로 올라 쉽게 흥분하고 잘 가라앉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밤이 되어도 기운이 안정되지 않아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TV나 컴퓨터 게임은 아이의 이런 상황을 부추긴다.

반면 요즘 제철인 상추, 깻잎, 씀바귀, 미나리 등과 같은 봄나물이나 쓴맛 나는 푸른잎 채소는 몸속에 수분을 공급하고 열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백합차나 구기자차 등 성질이 서늘한 재료의 차를 직접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특히 대추차는 대추의 독특한 단맛이 심장에 도움이 된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또 적당히 땀이 배어나올 정도의 운동 역시 열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산만한 아이에게 숨어 있는 병, 비염과 축농증

때로는 아이의 산만함이 콧병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랜 비염, 부비동염(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아이 중에는 집중력 저하와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박지호 원장은 “아이가 비염이나 부비동염을 앓아 코에 문제가 생기면 비도가 좁아져 호흡량이 줄고, 적어진 호흡량 때문에 몸속의 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성격이 산만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부비동의 입구가 막히고 그 안에 세균이 번식하게 되면서 생기는 염증이 독소를 발생시키고 신경을 자극해 아이를 우울하게 만들고, 화를 잘 나게 하며, 지구력이 떨어지게 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아이를 산만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이의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의 치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도움말 / 아이누리한의원 천안점 박지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