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주는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

3년전 국내 맥주업계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맛 평가’에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들 국산맥주는 ‘밍밍하다’는 인식이 많았던 터. 이후 맥주업체들은 묵직하고 쓴 맛이 특징인 ‘에일맥주’를 앞다퉈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맥주는 싱겁다는 평가가 남아있는 게 사실.


지난해 4월 경기도 남양주에 ‘더핸드 앤몰트 브루잉컴퍼니’(이하 핸드앤몰트)를 설립한 도정한 대표는 평가절하된 국산맥주에 자극받아 맥주제조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세계 각국의 맥주를 한국에서도 그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수제(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겠다는 게 창업 목적이다.

“다른 나라 맥주는 한국에만 오면 맛이 달라집니다. 장시간 운반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맛의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각 나라에서 쓰는 맥주원료와 동일한 것을 사용해 한국에서 직접 제조합니다. 독일에서 마시던 맥주 본연의 맛을 그대로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독일맥주 원료는 독일서 공수
맛을 중시하는 도 대표의 수제맥주에 대한 철학은 지난해 4월 완공한 남양주의 맥주 양조장에도 잘 배어있다. 핸드앤몰트의 양조장은 지난 20여 년간 전세계 양조장의 설비를 담당한 미국의 필립 켈름씨가 지휘했다. 그리고 도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은 배관부터 스팀 시스템, 전기 및 목공 설비 작업까지 직접 양조장 건립에 참여했다.


도 대표의 열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고의 수제맥주를 만들기 위해 영국의 마리스 오토 맥아와 액체효모를 직접 공수해 사용한다. 이 역시 맥주의 맛을 높이기 위한 전략. 지난해 9월 처음 수제맥주 제품이 생산된 이후 현재 핸드앤몰트는 벨기에, 독일, 영국, 미국 등 4개국 전통맥주를 5종의 제품으로 판매한다. 매월 3만7000리터 정도의 수제맥주가 남양주 양조장을 통해 생산되는 셈이다.

“물론 처음 수제맥주가 나왔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어요. ‘너무 쓰다’라든가 ‘너무 진하다’라는 평가가 많았죠. 하지만 특별히 홍보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점차 저희 맥주를 찾는 마니아가 늘고 있습니다. 이곳의 맥주는 믿을 수 있다며 품질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핸드앤몰트의 수제맥주는 서울 이태원과 강남역, 광화문, 양재 등 젊은층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전국 75개 펍이나 바,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 중이다. 특히 서울 논현동과 광화문 인근에서 도 대표가 직접 게스트로펍 '합스카치'를 운영하며 핸드앤몰트 홍보의 전략지로 삼고 있다. 올 연말까지 매장수를 더 확대해 전국 200군데로 늘리겠다는 게 도 대표의 계획.

◆ 두터워지는 마니아층… "맥주 맛 좋다"

이처럼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사업가인 도 대표지만 사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 IT기업의 임원 출신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국 컨슈머 사업본부 총괄이사가 그의 최종 직책. 10년간 몸담았던 회사지만 수제맥주 사업에 대한 그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게다가 재미교포 2세인 까닭에 한때 아리랑TV의 퀴즈프로그램 MC로 활약할 만큼 유명세도 탔던 그다.

“사람은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되나 봐요. 요즘엔 매일 수제맥주를 맛보는 일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내년에는 현재 규모보다 두배로 큰 양조장을 추가로 건설해 대량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에요. 거거에 수제 캔맥주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생각이고요.”

미국의 대표적인 수제맥주 브랜드이자 회사설립자 이름인 사무엘 아담스. 사업가로서의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도 대표는 "한국의 사무엘 아담스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꿈과 도전은 이제 막 시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