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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사용권은 창의적인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다른 금융사에서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이다. 일종의 특허인 셈이다.
보험 상품의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배타적사용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수익성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상품 베끼기 관행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 노력에 비해 실익 적어 vs 상품 베끼기 대안
이달 들어 보험사들이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생명보험사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곳은 교보생명, 신한생명, KB생명 세 곳 뿐이다. 앞서 KB생명이 신청한 배타적 사용권은 기각됐다. 최근에는 비슷한 특징의 종신보험을 출시한 교보생명과 신한생명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 한 곳만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연일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 수에 비하면 신청 수는 저조한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해 부여받은 생명보험 상품은 5개, 손해보험 상품은 3개로 총 8개에 불과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배타적사용권 신청에 소극적인 이유는 노력에 비해 거두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는 한번 인정받으면 20년간 권리가 보장되는 반면 배타적 사용권은 대부분 3개월 동안만 권리가 보장된다. 최대 6개월까지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는다 해도 이후에는 비슷하면서도 단점이 보완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곤 했다.
중소형보험사들은 구조적 한계를 호소했다. 한 중소형보험사 관계자는 “신상품을 개발해 배타적사용권을 얻는다 해도 자체 영업조직 규모가 작아 판매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며 “신상품의 독창성을 어필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PT) 준비과정도 대형보험사에 비해 미흡해 적극적으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현재 배타적사용권이 무분별한 상품 베끼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반대 측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배타적 사용권마저 없다면 각 보험사의 영업행태가 무사안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보험업계에서는 신상품 개발이 한계에 봉착해 상품 개발에 인색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이런 상황에 배타적사용권까지 없다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상품 개발보다는 기존 인기 상품을 보완하는 식의 상품만 내놓는 등 시장 자체가 지금보다 더 침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형보험사 한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은 개발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상품이 성과를 냈다는 증거”라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면 일정 기간 동안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당장 수익이 좋지 않아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인식을 끌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 배타적사용권 기간 연장의 ‘딜레마’
배타적 사용권을 없애기보다는 기준을 높이고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배타적사용권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아 이렇다 할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비슷한 상품을 동일한 시기에 출시한다. 그런데 만약 배타적 사용권이 1년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독점권을 가져간 보험사 외 나머지 보험사들이 개발한 상품은 시장에서 빛조차 보지 못하게 된다. 배타적 사용권 기간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그 피해가 더 크다.
최근 연금을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을 출시한 교보생명과 신한생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특징의 종신보험 상품에 각 사만의 새로운 서비스를 부과했다는 이유로 두 보험사는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완전히 독창적인 상품은 나오기 힘들다”며 “시장창출을 위한 신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상품에만 배타적사용권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개발 시 주어지는 메리트가 있어야 배타적사용권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