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출퇴근시간 등 특정시간을 제외하곤 손님 찾기가 쉽지 않은 택시기사들이 운행건수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택시앱 개발업체들의 ‘기사 모시기’ 이벤트 마케팅이 치열해지면서 택시기사들의 스마트폰에는 온갖 택시앱이 속속 깔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택시앱이 자리 잡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앱의 특성상 접근이 용이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기사의 서비스 교육 등이 뒤따르지 않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각 앱 개발업체마다 벌점제도 등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택시기사들의 택시앱에 대한 이해도와 충성도, 마인드 등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앱택시를 이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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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
◆ 앱 깔면 손님 받고 재테크까지?
지난 15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역 인근 뒤편 골목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요청했다. 취재를 위해 앱을 설치한 후 처음으로 신청해본 카카오택시.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작동했고 인근의 한 주소가 자동으로 설정됐다. 목적지(홍대역)를 입력하고 해당위치로 자리를 옮겨 택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주변에 빈 택시가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후 재시도 버튼을 누르길 서너번 . 이윽고 ‘예약이 완료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택시 차량번호와 자동차모델, 택시기사의 사진까지 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차량의 위치와 도착 예상시간이 택시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줬다.
앱에 표시된 예상도착시간은 약 2분. 하지만 신호대기가 걸린 탓인지 예상시간을 넘어선 약 5분 후에 택시가 도착했다. 택시에 탑승한 후 “홍대역으로 가달라”고 말하자 기사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기사용 앱을 통해 목적지를 미리 파악한 것이다.
약간 멋쩍어 하자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 참 편해졌죠?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기사는 요즘 택시기사 사이에서 앱을 설치하는 것이 일종의 재테크라고 말했다. 각 앱 개발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어서다. 커피나 아이스크림 쿠폰 등을 지급하는가 하면 앱을 켤 때마다 하루에 2000원씩 적립금을 모아 한달에 최대 4만원까지 계좌로 돈을 입금해주는 곳도 있다.
이런 까닭에 이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에는 카카오택시, T맵택시, 리모택시, 이지택시, 백기사, 티머니택시 등 언뜻 보기에도 5~6개의 앱이 깔려 있었다. 택시기사는 “설치하는 게 약간 번잡하고 운전할 때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걸로 하루에 1~3건의 손님을 더 모실 수 있다”며 “손님이 없을 때 스마트폰으로 배차신청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택시가 많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이렇게 고객을 받는 창구가 늘어나니 좋고 앱만 설치하면 선물이나 현금을 받으니 좋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라며 웃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앱의 오작동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한두번은 꼭 위치지정 오류 또는 중복이나 허위 콜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특히 손님의 요청을 받고 앱에서 알려준 위치로 가도 손님이 없는 경우가 가끔 발생해 손님들과 마찰이 빚어져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가끔이긴 하지만 갑자기 스마트폰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도착한 목적지. 요금을 계산한 후 택시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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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할 땐 조용, 바쁠 때만 울리는 앱
홍대에서 볼일을 마친 밤 11시쯤. 이번엔 리모택시 앱을 이용해봤다. 목적지는 집. 약간 외진 곳이어서 평소에도 이 시간대에 택시를 잡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앱을 켰다. 현재 위치와 가까운 택시들이 지도상에 나타났다.
지도에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개인, 모범, 법인 등 종류별 택시들이 표시됐다. 서울시내인 만큼 리모택시로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많았다. 평점이 높은 기사나 선호하는 차종 등에 따라 승객이 기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택시와 차별화됐다.
감탄은 여기까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클릭한 후 배차신청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예약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하길 20여분. 드디어 배차가 완료됐고 택시기사의 확인전화가 걸려온 후 금세 택시가 도착했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택시기사에게 앱을 통한 배차 요청이 자주 들어오는지 물었다. 기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사는 “앱마다 다르긴 한데 합치면 20건 정도 된다”며 “많이 알려진 카카오택시가 10건 정도 들어오고 나머지 앱들은 2~3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봤자 실제로 태울 수 있는 경우는 많아야 5번이 채 안된다”며 “한가한 낮이나 새벽에 앱이 울려야 효율적인데 이때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바쁘고 계속 손님이 이어지는 출퇴근시간이나 자정 때 앱이 정신없이 울린다”며 “이때는 바로 앞에서 손님이 손을 드는데 앱을 받을 일이 뭐가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택시기사 역시 상품권이나 적립금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앱을 설치했다고 한다. 기사는 “솔직히 말해 신기하고 선물을 준다니까 택시기사들이 너도나도 설치한 거지, 바쁠 때만 울려 시끄럽다”고 짜증냈다.
이윽고 도착한 집 앞. 택시요금을 지불하며 기사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앱이 많이 알려지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홍보만 하면 뭐합니까. 택시기사들 대부분이 앱을 귀찮게 생각하는데. 선물을 주니까 설치한 거지. 앱마다 택시기사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이 있어 소속감이 생긴다면 모를까 지금은 별 영양가 없어요. 고객이나 우리나.”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