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는 40%부터 많게는 50%까지 하락을 방어하는 기능이 있어 많은 투자자가 원금비보장형상품임에도 손실위험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가입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손실구간 진입을 앞둔 상품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홍콩H지수 하락… 녹인 진입 ‘비상’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파생결합증권(ELS·ELB·DLS·DLB) 발행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94조원이다. 이는 지난 2010년 22조4000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종목형 상품보다 낮은 리스크에 원금보장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지수형 ELS의 규모는 전체 파생결합증권시장의 63%를 차지한다. 1%대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표적 중위험·중수익상품인 지수형 ELS가 대안 투자처로 인식된 점이 규모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 |
지수형 ELS는 기초지수 2~3개를 이용해 수익과 리스크를 조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지수는 홍콩H, 유로스톡스(EUROSTOXX)50, 코스피(KOSPI)200지수다. 이 중 홍콩H지수는 다른 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높아 ELS의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큰 폭의 하락은 없는 특성이 있어 인기 기초자산이다. 실제 올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의 발행규모는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잔액의 38.5%를 차지한다. 시중에 나온 ELS상품의 셋 중 하나는 홍콩H지수에 연동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지난 6월 들어 중국 본토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연출하며 휘청거리자 홍콩H지수도 동반하락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중 43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구성의 특성상 중국증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등락한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중국 본토증시에 비해 저조한 상승세를 기록했던 홍콩H지수는 상대적으로 중국 본토증시에 비해 하락세가 먼저 시작됐다”며 “지난 4월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연중 고점 대비 -38%의 약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녹인배리어(Knock-In) 구간 진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지수형 ELS의 경우 지수가 40~50% 하락한 구간을 녹인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본격적인 파생결합증권 손실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며 증권사의 건전성·유동성·수익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주요 녹인 분포구간은 홍콩H지수가 4500~7850인 수준에 몰려있다. 이는 최근 5년래 최저점인 8102.58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령 지난 5월26일 홍콩H지수가 1만4801.94를 기록할 때를 기준으로 녹인 60%가 설정된 상품에 가입했다면 8977.64 밑으로 지수가 떨어질 경우 녹인에 진입하는 셈이다.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던 지난 7일 9103.22에서 불과 120여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
◆ ‘사전에 위험방지’ vs ‘투자자 기회 박탈’
금융위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증권사의 유동성과 건전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홍콩H지수로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잠정적으로 발행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주요 파생상품증권 발행사 10여곳은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지난 7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을 자제하기로 협의했다. 쏠림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홍콩H지수가 하락할 경우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해 투자자의 환매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의 발표 이후 각 증권사 ELS 담당 부서장들이 모여 이에 대해 논의했다”며 “당국의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한 ELS 발행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 금융당국도 국내 증권사 몇군데에 선물옵션 보유고를 축소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홍콩H지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헤지하기 위한 선물을 국내 증권사들이 대량으로 보유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롱포지션(매수) 규모는 약 36조원으로, 홍콩H지수 기초 ELS 규모와 비슷하고 H지수 선물시장의 연평균 미결제약정금액을 초과한다. 따라서 홍콩H지수가 급락할 경우 대규모 물량 청산으로 인한 주가의 추가 폭락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인기상품인 홍콩H지수 ELS를 포기한다면 수익률도 평균 6~7%에서 4~5%대로 낮아져 투자자의 발길이 끊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근의 저점을 기회로 삼아 ELS에 가입하고 싶은데 상품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은 보고서를 통해 “홍콩H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12배로 중국 본토증시의 15.76배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이 홍콩에 상장된 중국주식에 투자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에 유동자금이 넉넉함에도 홍콩H지수를 활용한 ELS의 녹인 이슈와 금융당국의 규제방안으로 발행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며 “녹인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것이 바로 손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이번 발행규모 감소에서 해외지수 기초발행은 유지됐으나 코스피200지수 활용비중은 10% 미만으로 감소했고 개별종목을 활용한 숫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13종목까지 줄어들었는데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며 “시장의 다양성 감소로 기본적인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