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앞으로 안방보험 인사들이 사내이사로 상근할 경우 동양생명의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본다. 안방보험이 사내이사를 통해 동양생명을 감독하고 한국시장을 파악한 뒤 기존 경영진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안방보험 출신 인사들이 동양생명을 감시하면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구 사장은 임기 전까지 조직 안정화와 시너지 창출이라는 두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 |
동양생명./사진=동양생명 |
![]() |
◆ 中 안방보험 친정체제 구축
동양생명은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뤄젠룽 안방생명 부총경리, 짠커 안방보험그룹 재무부 총괄을 사내이사로, 야오따펑 안방생명 이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우선 뤄젠룽 안방생명 부총경리는 안방손해보험 푸젠지사, 사면지사, 광시지사, 광둥지사 등 주요 지사의 총경리와 본사 총경리 보조 등을 역임했다. 짠커 재무부 총괄은 안방생명 재무회계 총괄, 청두농촌산업은행 부행장, 안방보험그룹 재무부 총경리 등을 거쳤다. 야오따펑 안방생명 이사장은 안방손해보험 사내이사 총경리를 거쳐 안방보험그룹 사내이사와 부총재직을 겸임했다.
동양생명 사외이사도 모두 교체됐다. 동양생명 신임 사외이사진으로 리훠이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 조교수, 푸챵 싱가포르국립대 전략정책대학 부교수, 하상기 전 하나HSBC생명(현 하나생명) 대표,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 허연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보험학회장 등이 선임됐다. 리훠이 교수와 푸챵 교수, 하상기 전 대표 등 3명은 감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김영굉 부사장과 변양호·박병무 기타비상무이사, 김상대·유지수·나종성·하남신·이연창 사외이사는 개인 사유로 이날 사임했다.
그러나 당장 동양생명의 경영전략이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업계에 처음 진출한 안방보험이 한국 보험시장에 대한 적응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한국에 진출한 이후 국내 온라인보험시장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동양생명 내부 직원들은 중국어 공부에 한창이다. 중국 보험사에 인수된 만큼 중국어 말하기가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권에 진입한 이상 안방보험 역시 동양생명의 대주주로서 국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당분간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경영을 국내 경영진에 맡기고 한국시장을 관망할 전망이다.
동양생명도 당분간은 ‘구한서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연임된 구한서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8년 3월까지다.
![]() |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사진=동양생명 |
◆구한서 사장의 두가지 부담
중국 안방보험 핵심인사들이 동양생명에 자리를 잡으면 구한서 사장은 앞으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크게 두가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조직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시너지 창출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구 사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내부조직을 추스러야 한다. 특히 동양생명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안방보험의 입장이 유지되도록 일정규모 이상의 실적을 계속 내야 한다.
최대주주가 된 안방보험과의 시너지 창출도 관건이다. 지금까지 국내보험사를 인수한 외국계보험사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왔기 때문에 선진제도를 갖춘 대주주의 전략을 따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에서 좋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공격적인 성향의 안방보험 시스템을 무턱대고 받아들였다가 오히려 리스크만 짊어질 수 있다.
업계에선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두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 쪽에 중국자본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어서 국내업계도 주시하고 있다”며 “과연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 시장을 어떻게 파악하고 침투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안방보험이 생각보다 온라인보험부문에 강하고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려면 서로 간의 이질감을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금융권이 한국 보험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어서 (구 사장으로선) 앞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은 고객 340만명, 총자산 20조원 규모인 국내 8위 중상위권 생명보험사다.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여타 외국계보다 규모가 큰 데다 설립 25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다양한 경쟁력도 갖췄다.
특히 동양생명은 어린이보험의 강자로 잘 알려졌다. 동양생명의 대표적인 어린이보험상품으로 ‘수호천사 꿈나무 보장보험’을 꼽을 수 있다. 설계사, 다이렉트, GA(보험대리점),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판매채널도 갖췄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당장 국내 보험업계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