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서울옥션에서 진행된 미술품경매 낙찰가 총액이 무려 119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한 경매에서 낙찰가 총액이 1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이어 지난 5일 진행된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국내 단색화 대표작가인 김환기 화백의 1971년 작품이 무려 47억2100만원(31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5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를 제치고 국내작가 미술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출품작 67점 중 60점이 팔려 낙찰률 90%, 판매총액 1억5200만홍콩달러(약 230억원)를 기록하며 낙찰가 총액을 재차 경신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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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미술품경매사 서울옥션이 설립된 이후 17년 만에 미술품경매시장 규모 1000억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미술품경매사를 기준으로 지난해 경매액이 전년(724억원)대비 약 35.5% 증가한 98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10월 경매까지 포함하면 약 1000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시장규모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미술품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술품이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미술품은 금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강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점이 매력적이다.


또 미술품을 보유하는 동안 미술품 감상을 통해 얻는 심미적 만족감과 수집가로서의 자부심은 기존 금융자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추가수익이다. 이제는 미술품이 사치재(luxury goods)가 아닌 지위재(positional goods)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슈퍼리치들이 특히 미술품에 관심을 쏟는 이유기도 하다.

◆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미술 ‘단색화’

미술품 경매시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아 미술품시장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아시아의 독특한 미술사조 등에 글로벌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미술품 역시 글로벌시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단색화는 최근 홍콩 등 해외 옥션하우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미술 장르다.

단색화는 한가지 색이나 같은 계통의 색조를 사용해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한국의 단색화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하고 순수한 단색과 반복, 수행의 철학을 담고 있어서다. 단색화에 대한 관심 증가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미술경매시장 낙찰금액 상위권에 이들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다수 포진됐다.

[고수칼럼] 슈퍼리치가 미술품에 손대는 이유

◆ 미술품투자 위험 줄이려면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전시장이나 온라인마켓에서 미술품 보유자가 올려놓은 매도가격에 직접 매수하는 방법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 등 두가지가 있다. 이 중 미술품의 가치를 직접 평가할 정도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미술품경매를 통해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경매를 통해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은 몇가지 메리트가 있다. 첫째,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 경매사들이 먼저 작품에 대해 검증하기 때문에 진품이 아닌 가품을 매수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작품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관심을 갖고 직접 찾아다니지 않으면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 경매사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세부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셋째, 좋은 작품을 싸게 매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경쟁자가 많으면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직거래보다 낮은 가격에서 경매가 시작되므로 시세보다 좋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미술시장의 대중화 바람으로 당분간 미술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재조명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분명 국내시장에서도 미술품은 또 다른 투자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고수칼럼] 슈퍼리치가 미술품에 손대는 이유

그러나 어설픈 투자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제한적인 시장에서 제한적인 정보를 통해 거래되는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주식보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 새로운 종목에 대한 발굴과 같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술품을 딱딱한 투자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각박한 세상에 정신적 안정과 여유를 찾아주는 순수예술품으로 바라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미술품투자 시 유의할 점

미술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 혹은 유사한 작품이더라도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쉽게 투자해서는 안된다. 미술품 투자 시 유의할 사항을 정리했다.
1. 미적 가치나 즉흥적인 투자심리만으로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2. 작가의 작품세계, 미적인 요소뿐 아니라 작가 신상의 호재 정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
3. 남의 말만 믿는 맹목적인 투자나 작가의 명성에 함몰돼 투자가치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무분별한 투자는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
4. 미술작품의 공급 상황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작가의 잠재능력, 작가의 생존 여부)
5. 미술시장은 주식시장보다 2~3개월 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