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직원에게 '편의점 밀어주기'
'홍익회 비리' 척결했다더니… 널리 직원을 이롭게 하는 유통?

전국 역사 내 스토리웨이 편의점을 비롯, 1000여개의 상업시설을 운영 중인 코레일유통. 이곳은 전신인 홍익회가 가진 특성상 각종 이권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려대로 코레일유통은 번번이 비리의 온상지로 지목됐다. 갑질 논란부터 일감 몰아주기, 방만 경영에 이르기까지…. 부정과 비리가 없는 공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이곳은 수년째 반복되는 불법행위와 함께 역주행 중이다. ‘국감 단골 스타’는 거기에 덧붙여진 오명이다.

/자료사진=뉴시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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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끼리 점수 주고 점포 먹기

#. 코레일유통의 한 지역본부 S팀장은 자신의 조카 인감도장을 쓰는 등 친인척 명의로 페이퍼컴퍼니 H사를 설립했다. H사의 주업종은 의료용품 및 화장품 도매업. S팀장은 이후 H사가 코레일유통의 전문점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H사는 지난 2012년 2~4월에 걸쳐 총 7개의 전문점 입찰에 응찰했고, 이 중 5곳의 가맹점(신도림, 부개, 주안, 영등포, 경마공원)을 낙찰받았다. 그중 4곳은 S팀장이 소속된 지역의 가맹점. 이들 각 가맹점은 적게는 600만원부터 많게는 4350만원까지 월평균 매출을 올린다.

이 같은 사실은 코레일유통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심지어 H사가 낙찰받은 전문점 중 한 곳은 7000만원을 받고 전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통 전문점 입찰은 경쟁이 심해 1년에 한곳을 낙찰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 신규로 사업자를 낸, 그것도 식품업과는 무관한 법인이 짧은 기간 5곳의 전문점을 낙찰받았다는 것은 내부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기남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가 짧은 시간 안에 전문점 여러곳을 낙찰 받는 것은 업계에서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어렵다고 한다”며 “H사는 전문점 외에도 '숍인숍' 형태로 다른 편의점 안에서 추가 사업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매장 운영자 선정 시 외부위원 3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심의위원을 랜덤방식으로 선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머니위크>가 입수한 전문점 비계량평가표에 따르면 당시 평가위원들은 대부분 내부직원으로 이뤄졌다. 신도림점의 경우 전 CS혁신팀장 김모씨, 광고영업팀장 안모씨, 정보지원팀장 이모씨, 사옥건립추진단장 이모씨 등이 평가자로 기록돼 있었다. H사는 73.5점으로 2위에 머문 경쟁자보다 2점을 앞서면서 해당 매장을 낙찰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전문점 역시 마찬가지. 평가위원은 모두 유통사업본부장, 경인지역본부 팀장, 인재개발팀 차장, CS혁신개발 팀장 등 코레일유통 내부 직원이었다. 경마공원의 경우 외부위원 3명이 심의위원으로 들어왔지만 나머지 3명은 광고영업차장과 광고영업팀장, 유통기획팀장 등 역시 내부 인력이었다.


H사의 심의평가표.
H사의 심의평가표.

이들이 평가하는 비계량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항목이다. 전문점 입찰은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로 점수를 받는데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비계량 평가는 ▲시설·장비 투자계획 ▲마케팅전략 ▲CS역량 및 판매사원 관리 ▲제안 상품 브랜드 ▲업종 적합성 등이 포함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시설·영업장비 제시, 인테리어 설계방안 제시, 마케팅 목표의 실행방안 등 평가항목이라 하기엔 다소 모호한 부분을 제시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사업 규모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코레일유통 담당 직원이 어느 정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충분히 특정 사업자를 밀어줄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며 “그마저도 논란이 된 입찰의 낙찰업체를 선정할 때는 직원들이 모두 평가자로 들어갔으니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량·비계량 평가 지표.
계량·비계량 평가 지표.

◆ 비리 직원 감싸기… 범죄 저질러도 복직

더 큰 문제는 코레일유통의 비리직원 감싸기 문화다. 해당 팀장은 차명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부정입찰과 전매행위를 하는 등 범죄행위를 했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코레일유통이 S팀장에게 내린 징계는 1개월 정직. 1개월 뒤 팀원으로 발령받은 S팀장은 최근 지방본부의 사업팀장을 맡으면서 팀장직으로 복귀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특정업체가 5곳의 전문점을 따낸 것은 의아한 부분이지만 내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S팀장이 특혜를 줬다는 물증이 없었다”며 “다만 친인척을 전문점 이사로 등기시킨 책임을 물어 정직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형사고발 등을 통해 회사 손실 여부를 가려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오히려 비리직원을 감싸고 있다”며 “이 같은 조직문화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리가 눈감아지고 당연스레 자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코레일유통에서 징계를 받은 직원이 원 보직으로 복귀한 사례는 지난 9월 기준 총 19건. 이들은 현금영수증 부당발급, 광고 수의계약 부당처리, 상품재고 부당 대입대출, 매각대금 처리 부정 등 업무상 과오를 저질렀지만 모두 예전 보직으로 복귀했다.

특히 용업업체 선정 및 계약업무에서 부정을 저지른 정모실장은 신사업추진단장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보직 이동해 근무하던 중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금품취득 사실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견책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리문화가 가능한 데는 전신인 홍익회와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홍익회를 중심으로 코레일유통 곳곳에서 심각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며 “수년간 반복적인 문제가 새어나오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해 공기업 위상은 떨어뜨린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