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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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 살렸다" vs "효과 미미하다"
지난 2012년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규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통시장 인근 1㎞ 이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1㎞ 이내 대형마트 출점 규제는 2020년까지 5년 더 연장된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은 "프랑스의 대형마트 규제를 분석한 결과 골목상권 살리기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도 유통업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련 단체와 대형마트 측은 이처럼 대형마트 규제가 실효성이 적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자체와 소상공인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장치라며 찬성 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김기태 기자
/사진=뉴시스 김기태 기자

◆ 규제 찬성 3가지 근거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지자체장의 재량권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을 지정하도록 했다. 이를 찬성하는 이들은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양극화 방지 ▲마트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통계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공단이 500여개의 명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규제 직전에 비해 12.9% 증가했다. 고객수도 9.8%가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야채청과물소매점은 매출액이 28.2%, 정육점은 25.6%, 의류소매점은 8.6%, 신발소매점은 7.7% 각각 증가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2013년을 기준으로 소상공인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189만원으로 2010년 대비 25.5% 증가했다"며 "이는 정책이 적절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소상공인 단체들은 또 이 규제가 양극화를 방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형마트 규제가 사라지면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으며 가격을 올리는 등의 행위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의 양극화를 초래해 경제민주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마트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형마트의 격주 일요일 휴무 지정과 24시간 운영 제재로 근로자의 휴일이 보장됐다는 것.

소비자들도 대체적으로 규제 찬성 의견을 보였다. 지난 9월 리얼미터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61.1%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기에 의무휴업을 반대한다'는 의견(32.8%)보다 2배가량 많았다.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 규제 반대 3가지 근거
반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 대형마트 측은 해당 규제가 이익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전통시장 영향 미미 ▲유통시장 발전 저해 ▲소비자 선택권 박탈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먼저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TN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할 경우 쇼핑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7명은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 다른 쇼핑장소를 찾는다'고 답했는데 이 중 20% 정도만이 전통시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대형마트에서 구매하지 못한 물품을 전통시장이 아닌 편의점과 온라인쇼핑몰에서 사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통시장의 매출효과가 약하다는 뜻이다. 또 이들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취급 품목 수와 품목별 브랜드 수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대형마트는 5만개의 SKU(거래 품목)를 갖고 있는 반면 전통시장은 2000개 SKU를 취급하는 데 그쳤다는 것.

두번째 문제점은 유통시장의 발전 저해다. 규제가 대형마트뿐 아니라 납품업자, 마트 근로자 등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물품 납품업자의 경우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마트 근로자는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에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객의 마케팅 노출 빈도가 저하되고 쇼핑의 불편함을 느끼며 쇼핑분위기 조성이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더불어 구매 연기에 따른 고객의 망각이 발생하고, 유통채널의 효율성이 하락하는 등 5가지 소비증발효과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숭실대 안승호 교수는 9월 열린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 조례' 소송 공개변론에서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유통시장의 현대화를 거스르는 일이고 시장의 자연스런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의 규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소비자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고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중소소매업 쇠퇴의 원인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지역 내 유사한 업태 간 경쟁과 경쟁력 문제"라면서 "지역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연 관계자도 "우리나라도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소비자후생을 훼손시키지 않고 복지차원에서 접근해 소매유통업자를 보호하는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