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5일 내년 하반기부터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가구의 미취업자 중 활동의지를 가진 청년 3000명에게 최대 6개월 간 매달 5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취업을 준비하는 저소득 청년들이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심사를 거쳐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월 평균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활동 지원 사업'으로 ‘2020 청년 기본계획’의 일환인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붉은벽돌 밀집지역 현장을 방문해 수제화거리 일대를 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붉은벽돌 밀집지역 현장을 방문해 수제화거리 일대를 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그러나 이 사업이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지부가 서울시가 5일 발표한 이 사업에 대해 지자체와 복지부 사이의 협의 대상이 되는 '신설 복지 제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사업 시행 예정일 180일 전에 복지부에 협의요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복지부는 제도 변경의 타당성·기존 제도와의 관계·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을 고려해 요청서 접수 후 90일 이내에 수용·조건부 수용·수용불가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사업의 대상자를 신청자 중 활동 계획을 받아 심사한 뒤 결정하는 방식이라 복지제도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와 협의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복지부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행정자치부로부터 ‘교부세 감액’이라는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행자부는 지자체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신설·변경하는 복지 제도에 대해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지출된 금액 이내에서 지자체에 대한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복지부는 바뀐 법의 시행 예정일이 내년 1월1일이지만 제도 시행이 이 시점 이후인 서울시의 청년수당도 바뀐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남시의 경우는 어떨까. 성남시는 지난 9월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청년에게 분기당 25만원씩 연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의 과다나 일자리 유무와 무관하게 19세 이상 24세 미만 청년들에게 개별적으로 일괄 지급하는 조건없는 소득인 것이다. 이른바 ‘청년배당 정책’이다. 성남시는 내년에 24세를 대상으로 청년배당을 지급하고 19~24세까지 점진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청 한누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청년배당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사진=성남시 제공
지난달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청 한누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청년배당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사진=성남시 제공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의 차이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이다. 서울시의 청년배당 정책이 소득이나 취업 여부 등을 고려해 활동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의 일환인데 비해 성남시는 기본소득 개념으로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의 차원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성남시 모두 ‘복지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 ‘인기영합주의’ ‘1회성 정책’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리가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아니고,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중앙정부한테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예산을 최대한 아껴서 토목공사 예산낭비 부정부패 안 하고, 그걸로 청년 계층에 주겠다는 걸 반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정부라도 예산을 아껴서 모든 세대 중에 가장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 계층한테 특별한 배려가 크지도 않은 이런 걸 하겠다는 건데 정말 너무 심한 비난”이라며 “성남시의 복지 예산이 5300억원이고 이 중에 노인 예산이 30%다. 그런데 청년계층의 복지 예산은 0.6%에 불과하다”고 청년 복지의 실상을 지적했다.

이시장은 또 서울시 청년배당정책에의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 “서울시 같은 경우는 맛보기 정도다. 이런 걸 청년문제를 고민하고 확대하자고 시작한 단초인데 이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거 아닌가. 정말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시장은 또 ‘무상 복지’의 경우 지자체의 재정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건 공짜가 아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다. 그리고 헌법에 정부의 역할 중에 제일 큰 게 인권옹호와 국민의 복지 확대”라며 “세금으로 국방과 안전 등 필수적 경비를 쓰고 최대한 아껴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복지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