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만5세 어린이 교육·보육, 국가가 책임진다” 지난 2011년 5월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2012년 3월부터 모든 만5세 어린이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만5세 공통과정’을 도입·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만5세 공통과정’은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교육·보육과정을 통합하여 만5세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공통과정을 배우게 하는 주요 골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만5세 자녀를 보내는 모든 보호자에 대해 유치원비·보육비 지원을 순차적으로 늘려 젊은 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의 탄생이었다.


2011년 5월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는 '만5세 어린이 교육·보육, 국가가 책임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누리과정'을 처음 선보였다. /자료=‘만5세 어린이 교육보육, 국가가 책임진다’(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1.5.2)
2011년 5월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는 '만5세 어린이 교육·보육, 국가가 책임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누리과정'을 처음 선보였다. /자료=‘만5세 어린이 교육보육, 국가가 책임진다’(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1.5.2)

이어 지난 2012년 1월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만 3~4세까지 누리과정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4세 누리과정 도입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소득과 관계없이 유치원비·보육비를 지원하여 육아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켰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이를 이어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누리과정 예산 등을 포함한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령별 ‘누리과정’ 일원화(안) /자료=‘3~4세 누리과정 도입계획’(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12.1.18.)
연령별 ‘누리과정’ 일원화(안) /자료=‘3~4세 누리과정 도입계획’(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12.1.18.)

하지만 보육료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동결됐다. 지난해 말 보육료는 3% 인상돼 현행 22만원이 지원되고 있으나, 기존 계획대로라면 올해 보육료 지원금은 27만원이 되어야 했다. 문제는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각 지방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국가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5~2018년 만 3~5살 누리과정 사업을 위한 국비로 매년 4510억원 지원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반영 지원 금액은 0원이었다. 교부금 지방채(정부 보증 지방채)로 지방교육청들이 빚을 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지방재정법 시행령’ 및 ‘지방자치단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 운용에 관한 규칙’ 개정 등을 입법예고했다. 지방교육청 예산인 교육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성명을 통해 “재정확보 대책 없이 졸속으로 누리과정을 확대하면서 막대한 소요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겨 교육 황폐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생환(57·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사랑채 인근 무궁화동산에서 누리과정 재원부담에 대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김생환(57·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사랑채 인근 무궁화동산에서 누리과정 재원부담에 대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이렇듯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보육료 갈등이 깊은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개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을 미편성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지방재정법 시행령’ 및 ‘지방자치단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 편성 운용에 관한 규칙’ 개정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감들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 비편성 방침이 예견됐던 셈이다.
지난달 28일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사흘간 연차투쟁에 나섰다. 다행히 보육대란 사태는 피했지만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육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을 편성하거나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0~5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2012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자가 했던 말이다. 그는 또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겠다”라고도 밝힌 바 있다. 정책 포퓰리즘이 보육대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지난달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