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환율은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현시점에서 꽤 매력적이다. 특히 외화예금의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차익과 수수료절감, 세제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얼어붙었던 금융소비자의 투자심리를 녹이고 있다. 꿈쩍 않던 돈이 ‘저금리’라는 늪에서 ‘환테크’라는 출구를 찾아 꿈틀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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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
◆달러 투자 : 슈퍼달러시대 임박
미국이 9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 2008년 이후 7년간 지속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 정책이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고 있지만 미국은 거꾸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해 ‘슈퍼달러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올해 3~4차례 더 금리를 올리고 몇년간 점진적인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러투자로 눈을 돌리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더구나 달러는 국제통화로서 가치를 갖고 있어 지속적인 추가하락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자에 매력적이라는 장점을 가졌다. 이런 상황에 맞춰 금융업계도 다양한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아직까지는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지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①달러예금
가장 대표적인 달러투자방법으로 달러예금이 꼽힌다. 원금손실을 꺼리는 예·적금족이라면 일단 달러예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받는 금융상품이다. 가장 안정적이지만 금리가 낮은 단점이 있다. 1% 미만 금리상품이 대부분이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때 최소 1% 이상의 환전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환차익이 크게 나지 않으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②달러보험
달러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다면 달러보험을 살펴보자. 달러보험은 상품에 따라 연 2~3%의 이율이 적용돼 예금금리가 연 1% 안팎인 달러예금보다 2배 이상 높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은행창구 보험판매) 전용상품으로만 출시돼 보험회사와 제휴한 은행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다.
③뱅크론펀드
공격적인 투자를 꺼리지 않는다면 뱅크론(은행대출채권)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뱅크론펀드는 투자부적격등급(신용등급 BBB급 미만)에 속하는 미국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을 유동화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리보금리(LIBOR·국제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은행 간 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인상기에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예컨대 연 0.4% 안팎인 리보금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연 1%를 돌파하면 인상분만큼 금리가 올라간다.
④ELS·ETF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좀 더 큰 수익을 내고 싶다면 ELS(주가연계증권)나 ETF(상장지수펀드)를 고려해보자. 달러ELS는 달러화 쿠폰과 원금으로 수익을 지급한다. 따라서 기존의 원화 ELS에 비해 달러 강세 기조에서 수익이 확정될 경우 고수익과 함께 달러를 보유할 수 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증권사에 해외ETF 거래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채권·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에 투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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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
◆엔화 투자 : 환율 상승추세 주목
달러에 비해 약세로 예상되지만 엔·달러 환율의 상승추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양적완화정책의 성공으로 일본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양적공급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엔화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4년간 꾸준히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올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사키 토루 JP모건 도쿄지점 일본리서치 대표는 “엔화는 내년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할 것”이라며 “완화정책에만 기대 통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셉 카푸르소 호주 커먼웰스은행(CBA)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봐도 국가의 통화가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라며 “통화정책에 따라 엔화가 다소 떨어질 수는 있지만 일본의 꾸준한 흑자가 엔화를 들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①FX마진 거래
엔화에 투자하는 가장 공격적인 투자법은 FX(Foreign Exchange)마진 거래다. 서로 다른 통화 간 환율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나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후 30여개의 이종 통화환율 묶음에 투자한다. 원화와 해외통화를 바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달러화와 엔화, 파운드와 엔화, 유로화와 엔화 간 환율변동으로 투자해야 한다. 다만 레버리지가 10배에 달하는 만큼 고수익에 따른 고위험도 동반된다.
②간접투자상품
직접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원·달러선물 ETF, 증권사가 판매하는 외환관련 랩어카운트 등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ETF 중에는 KOSEF달러선물ETF와 KOSEF달러인버스ETF가 있는데 각각 달러화 강세와 약세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해당 상품을 주식처럼 사고팔면 된다.
③엔화예금
수익은 적지만 안정추구성향의 투자자라면 엔화예금을 추천한다. 엔화예금은 최근 넉달째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여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말 거주자예금현황’에 따르면 엔화예금은 지난달보다 3억달러 증가한 36억달러로 집계됐다.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2004년 11월 40억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환율은 예측하기 힘들고 단기간에 빠르게 상승해 위험성도 크다”며 “장기적인 관점과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으로 시기를 나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지나친 편견이나 극단적 판단으로 무모하게 투자하면 절대 안된다”며 “어렵게 모은 자산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만큼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