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32)는 올 초 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이동통신사를 우체국 알뜰폰(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으로 바꿨다. 앱이나 인터넷 사용이 많아 데이터 사용량이 컸던 그에게 알뜰폰은 통신비를 절약하는 최고의 폰이다. 알뜰폰으로도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달 6만원씩 내던 통신비를 4만원으로 줄였다.
#. 직장인 B씨(39)는 휴대폰 요금을 매달 7만원 납부한다. 이 금액이 부담되지만 그렇다고 알뜰폰으로 교체할 생각은 없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중소·중견업체이기에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알뜰폰이 신형이 아닌 구형 단말기여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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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알뜰폰 가입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알뜰폰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섰다. 가입비를 면제해주는가 하면 더욱 저렴한 요금제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통신업계의 '다크호스' 알뜰폰 열풍을 조명했다.
◆지금은 알뜰폰 전성시대
알뜰폰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네트워크망을 빌려 쓰는 ‘임대망 서비스’를 택했다. 하지만 통신망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단말기를 함께 제공하면서 알뜰폰의 의미가 ‘단말기’와 ‘요금제’로 확장됐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를 필두로 에넥스텔레콤, 유니컴즈, 머천드코리아 등 6곳이 알뜰폰사업에 뛰어들었고 사업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 30곳 이상이 알뜰폰을 제공한다.
통신사별로 보면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SK텔링크·유니컴즈 등 12개사와 KT 망을 사용하는 CJ헬로비전·에넥스텔레콤·이지모바일 등 20개사,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인스코비·머천드 코리아 등 14개사가 있다. 여기에서 우정사업본부는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우체국 망을 통해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들의 판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기존 이통사들에 비해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통신망 설치를 위한 투자나 네트워크 관리 비용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뜰폰 사업자들은 5만~8만원대의 기존 이통3사 요금제에 비해 2만~3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제공한다. 특히 기존 이통3사의 통신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이통3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155만명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는 2015년 11월 말에는 584만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5778만명의 10.1%를 차지하는 수치다.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1명꼴로 알뜰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분주한 업계… 고육지책 동원
시장 초기와 달리 최근 들어 알뜰폰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자 업계는 소비자 끌어들이기에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에넥스텔레콤은 우체국을 통해 기본료가 0원인 ‘A제로’ 요금제를 내놓았다. ‘A제로’는 발신 음성통화량이 50분을 넘기 전까지 요금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이지모바일도 월 3만9900원(부가세 포함 4만3890원)으로 음성·문자·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EG데이터선택 10G 399’ 요금제를 출시했다. ‘EG데이터선택 10G 399’는 데이터 10GB를 제공하고 매일 2GB를 추가로 제공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다. 같은 날 SK텔링크의 경우 알뜰폰 가입비(1만6500원)까지 폐지했다.
이처럼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알뜰폰 가입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알뜰폰 가입자는 2만5372명. 지난해 신규 가입자가 하루 평균 55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격경쟁 심화가 자충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뜰폰업계가 출시하는 요금제들은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어도 이익 창출 부분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요인이 크다” 며 “장기적으로 볼 때 가격경쟁을 유발해 업체 간에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제 살을 깎아먹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3년 알뜰폰시장의 전체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알뜰폰의 한계는?
업체들의 출혈과 더불어 알뜰폰 사업자의 구조적인 한계도 단점으로 부각된다. 기존 이통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차별화된 통신망서비스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과, 대체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중소·중견업체여서 최신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단말기 선택의 폭이 적다”며 “해외 로밍이나 부가서비스 혜택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합리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늘고 현재 스마트폰 기능이 어느 정도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신제품과 구형 제품의 기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논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출시되는 최신형 스마트폰들은 기존 제품에 비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 보다 기존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구형과 신형 사이에 별다른 기능 차이를 느끼지 못해 저렴한 알뜰폰을 구매하는 성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