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귀농한 조옥향씨(62)는 젖소 3두를 밑천으로 낙농사업을 시작했다. 조씨의 처음 농장경영 방침은 원유량 늘리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국내 원유생산량 증가로 잉여원유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정부가 나서 우유 감산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조씨의 해법은 원유의 직접 가공을 통한 다양한 유제품 생산. 나아가 그는 판매 루트 확보를 위해 낙농체험사업도 시작했다. 생산·가공·관광·판매 등을 결합한 조씨의 농장은 현재 연매출 6억원, 연간 1만1300명의 방문객이 찾는 ‘6차 산업’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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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은아목장. /사진제공=은아목장 |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6차 산업 우수농가 사례 중 하나로 선정한 은아목장 이야기다. 조씨의 성공 비결은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춘 신속한 대응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6차 산업이 농업 개방화에 따른 농가 위축,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농가를 되살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6차 산업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생산(1차 산업), 제조·가공(2차 산업),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군을 총칭한다.
◆6차 산업 유형 다양화
기본적 유형은 조씨의 사례와 같이 1차 산업에서 출발해 2차 산업과 3차 산업으로 차례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2·3차 산업에서 출발해 다른 산업 영역으로 사업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유형도 나오고 있다.
제주 한라산 청정촌은 2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발전한 대표적 사례다. 한라산 청정촌은 제주도라는 고립된 지리적 환경이 만든 ‘푸른 콩’을 전통방식과 현대적 식품위생개념을 접목해 만든 ‘된장’으로 상품화했다.
주변 농가와 연대해 토종 푸른 콩을 재배·생산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종자로 브랜드화 시키는 한편 사멸위기에 처한 제주도 전통제조법을 찾아내 이를 보존·발전시킨 방식으로 된장을 만든다.
특히 청정촌 된장은 ▲메주 전용 발효실 ▲방서가 철저하게 된 메주 건조실 ▲한라산 620m 고지 숙성장 등 여러 공정에서 식품 안전성을 강화한 차별화 전략으로 제조해 특판직판행사,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브랜드관, 제주 주요 호텔, 학교급식, 음식점, 개인고객 등에 판매한다.
이와 함께 농촌교육농장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학생·교사·영양사·조리사·학부모,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전통장을 주제로 전통식문화에 대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공동체 회복운동도 펼치는 중이다. 이런 교육활동을 통해 형성된 고객의 신뢰는 제품 홍보에도 도움을 줘 현재 한라산 청정촌은 연 2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3차 산업을 중심으로 6차 산업을 일궈낸 케이스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결빙이 이뤄지는 자연환경에 적합한 축제를 열어 1·2차 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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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 /사진제공=뉴스1 |
매년 1월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축제 기간 지역상품권 제도를 도입해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지역 농·특산물 구매를 유도하며 ‘바로파로 겨울축제’, ‘동심산촌 축제’ 등 연계축제까지 추진하면서 농촌마을 활성화를 꾀한다. 축제기간 방문객은 약 140만명에 이르며 이 기간 수입은 25억원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산천어축제는 대한민국 겨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일본(삿포로 눈 축제), 중국(하얼빈 빙등 축제), 캐나다(윈터 카니발)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최근에는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인식될 만큼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투자 늘리고 규제는 풀고
이처럼 일부 지역에서 다양한 6차 산업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온 데는 해당 산업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난 3년간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현 정부의 방침이 관여돼 있다.
올해도 정부는 5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 펀드를 신설해 향후 2~3년 간 ‘6차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스마트팜 확산을 추진키로 했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시설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을 측정 분석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농장이다. 이는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과 함께 귀농·귀촌 증가를 유도할 방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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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6차 산업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또한 정부는 6차 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100억원 규모의 특수펀드도 결성했다. 6차 산업은 1·2·3차 산업을 융·복합해야 한다는 특성상 외부 지원이나 업체 간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의 영역에서 숙달되는 데 통상 3~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명의 개인이 3개 산업에 모두 숙달되기 위해선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은아목장의 성공도 조씨가 두 딸을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교육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씨의 큰딸은 세계적 요리학교인 르꼬르동블루를 졸업한 파티쉐이며 둘째딸은 일본에서 유가공을 전공한 전문가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18일 경북 문경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농업의 6차 산업화 성과확산 보고대회’에서 “내수경기 부진을 극복하려면 생산·가공·유통·수출·관광이 서로 연계된 지역단위 6차 산업화 시스템을 구축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가공·판매·관광을 융·복합화해서 6차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컨설팅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