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다 실수요 위주 접근… '거주 만족도' 기준 선택

아파트 분양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을 늘린 가운데 특히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전국 새 아파트는 총 4만126가구에 이른다. 이 회사가 통계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물량이다.


그러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장기간 불황이 이어진 탓에 실제 청약으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투자’ 아닌 ‘거주’를 목적으로 한 거래가 분양시장을 살릴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머니위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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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 손님 북적북적

서울 강남구 언주로 812, 도산공원 인근의 한 견본주택. 문을 연 첫날만 5000여명이 다녀갔다. 경기 하남시에 새로 지어진 ‘미사강변도시 e편한세상’을 구경하러 온 수요자들이다.

시행사인 대림산업은 지난달 26일 견본주택을 오픈한 이후 첫날 약 5000명을 시작으로 주말 3일 동안 2만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남정필 분양소장은 “가족을 동반한 30~40대 손님이 특히 많았다”며 “내집 마련 실수요자의 관심이 컸다”고 전했다.


이달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2만7011가구가 주인 맞이에 나섰다.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속속 눈에 띈다. 서울에서는 강남 ‘래미안 블레스티지’, 광진구 ‘래미안 파크스위트’, 서대문 ‘DMC 아이파크’ 등 6490가구가 분양 중이다. 경기에서는 고양 ‘킨텍스 원시티’,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수원 ‘호매실 한양수자인’, 안성 ‘아양 시티 프라디움’ 등 1만9534가구가 분양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분양단지에는 1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는다. 분양권 호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약간 낮은 수준이나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달 청약 결과가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3월은 계절적 성수기인 이사철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어 주택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한 강남 개포주공2단지 등 대규모단지의 청약 결과에 따라 강남권 거래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상우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3월 이후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을 재개하며 신규공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 대출규제가 본격화돼 재고주택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전세 대체할 수요 기대

다만 물량 대비 실제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3월은 대표적인 분양 성수기로 건설사들이 대규모 분양을 내놓지만 ‘공급 과잉’의 우려도 적지 않다. 또한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정책이 뒤바뀔 수도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연초부터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가격과 거래량이 동반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금리와 신규분양 감소로 인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 “정부정책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주택가격 변동률은 0%로 제자리를 걸었다. 이어 2월 둘째주 마이너스(-) 0.01%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5492가구로 1년 만에 19.4%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매매된 분양권 금액은 3조73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6%가량 줄었다. 분양권 거래건수 역시 올 1~2월 1만23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청약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평균 5.35대1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07대1과 비교할 때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지난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대출 규제 강화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지표까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격히 늘면서 세입자를 벗어나 내집 마련에 나선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수요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은 3.3㎡당 2월 말 900만원을 기록, 2년 전과 비교해 24%나 올랐다. 전셋값 급등으로 서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6%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청약 전 주변 시세와의 비교를 통해 고분양가를 피하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 교통여건과 학교시설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김종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은 대세 상승보다는 지역적 주거환경과 단지의 가치를 중심으로 등락이 나타날 것”이라며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이 주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거주 만족도를 기준으로 집을 골라야 한다”면서 “주거환경이 좋으면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부동산] 살(買)만한 집보다 살(住)만한 집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