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몰 내부/사진=위키백과
롯데월드몰 내부/사진=위키백과
하루 평균 9만명이 오가는 수원역 인근의 롯데몰. 주말 내내 주차장 이용 문제로 손님과 직원 간 시비가 붙는 탓에 긴 자동차 행렬이 이어진다. 직원들은 “규정상 구매금액의 일부만 주차요금에서 할인된다”고 설득하지만 일부 손님은 막무가내로 화를 낸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과 경기지역 일부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이 같은 상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주차장 유료화를 시행했다가 다시 몸을 사리는 이유다.

◆롯데월드 vs 서울시 유료주차 책임 서로 미뤄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차장 유료화를 시도한 곳은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이다. 한국 최고 높이인 123층의 호텔·쇼핑·업무 복합빌딩으로 관심을 모으며 올해 말 완공을 앞뒀지만 한가지 문제가 남아 시행사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 일부 매장이 문을 열며 불거진 유료주차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해서다.

그동안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은 구매고객에 한해 무료주차를 허용했으나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에 ‘롯데월드몰 주변의 교통혼잡이 예상되니 주차유료제와 사전예약제를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롯데월드몰 개장 당시 대한교통학회의 예측 결과 주말 기준 기존의 1.8배에 이르는 차량이 몰려 통행속도가 10㎞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따라 롯데월드몰 주차장은 10분당 1000원의 유료제와 사전예약제를 시행했으나 이후 매출 부진을 겪었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은 주거와 업무는 물론 쇼핑, 문화까지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초호화 복합시설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몰 개장 초기 주차율이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서울시에서 먼저 교통혼잡을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대책을 내놨다는 입장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손님에게 주차요금을 받고 싶은 곳이 어디 있겠냐”며 “주차요금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성훈 서울시 교통정책과 주무관은 “롯데물산 측에서 먼저 유료주차를 제안했기 때문에 교통량을 우려한 것은 사실이나 시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유료주차 철회 요청… 서울시 “안돼”

롯데월드몰은 매출 감소와 입점 상인의 반발에 부딪혀 주차요금을 계속해서 인하 중이다. 사전예약제와 3시간 주차 이상 할증을 없애고 지난해 7월부터 주차요금을 10분당 1000원에서 800원으로 낮췄다. 이어 석달 뒤 영화관과 수족관 방문객의 주차요금을 최대 4시간 동안 1만9200원에서 4800원으로 인하했다. 4시간 이내는 10분당 200원으로 조정했다.

반면 서울시는 ‘걷기 좋은 도시’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유료주차를 차츰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진국 도시에서는 유료주차가 보편화돼 있다. 유료정책은 철회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부 대형쇼핑몰에서는 이미 물건 구입 후 주차요금 일부만을 할인받을 수 있고 음식점을 이용해도 할인규정이 없다.

대형유통업계는 유료주차가 확산될 경우 시행착오를 우려하면서도 롯데월드몰이 선도적으로 유료주차제 문화를 확립시켜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인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무료주차장이 많아 놀라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국내 고객들에게는 무료주차가 익숙하기 때문에 유료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최영 롯데물산 홍보팀장은 “개장 초기 주변 지역 교통량이 증가할 수 있어 유료주차와 사전예약제를 진행했으나 주차장 이용률과 잠실역 사거리의 교통량 흐름을 모니터링한 결과 서울시와 효율적으로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완공 이후 주차제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서울시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