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모하비는 정통 오프로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차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든다. 네바퀴 굴림 방식과 프레임 바디는 기본. 시트포지션도 높아 창문을 열고 아래를 살피기 좋다. 물 웅덩이를 지날 때도 흔들림이 없어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새로운 심장, 새로운 디자인

‘더 뉴 모하비’의 디자인은 8년 만에 살짝 바뀌었다. 큰 틀은 유지하되 디테일 변경에 집중한 게 핵심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를 덮은 스키드플레이트(차체 손상을 막기 위한 판)를 적용해 강인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뒷모양도 살짝 다듬어 입체감을 강화한 새로운 범퍼와 넓은 스키드플레이트를 적용했고 면발광 타입의 LED 리어 램프로 세련미를 높였다.

새로운 엔진도 이번 변경의 핵심이다. 요소수를 활용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방식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적용해 유로6 기준을 충족시켰다. 모하비에 탑재된 새로운 V형6기통 S2 3.0리터급 디젤엔진은 후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을 낸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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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살짝 굼뜨지만 금세 강한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낮은 엔진 회전 수에서도 구형보다 큰 힘을 내도록 설정된 덕분이다. 저중속 토크가 24% 개선됐고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120㎞까지 충분히 가속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굽은 도로를 돌아나갈 땐 무게 탓에 불안할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다루기 쉬웠다. 고속 코너링 성능과 험로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륜 서스펜션에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을 적용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구형보다 한층 단단해진 느낌이다.

◆넉넉한 실내공간, 다양한 활동에 제격

넉넉한 실내공간은 모하비의 꾸준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 적합한 차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여유로우며 트렁크 공간은 유모차나 캠핑용품 따위의 이런저런 짐을 실어도 버겁지 않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웬만한 화물차에 버금가는 공간이 생긴다.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차여서 바닥이 높은 편이다. 아이나 키가 작은 여성이 탈 땐 도움을 주는 것도 좋겠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시원해 주변을 내려다보게 된다. 창문 턱 높이도 낮은 편이어서 험로를 달릴 때 아래를 내려다보며 길을 살필 수 있다. 달릴 때 소음도 그리 크지 않다. 엔진룸에서 들리는 소리도 거슬리지 않는다.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계통이 동작하는 다양한 소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형을 몰았을 때와 비교하면 조용한 편인데 소리의 톤(음색)이 바뀐 것 같다.


인테리어는 무난하다. 그렇지만 ‘요즘 차’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출시된 지 무려 8년이나 된 차다. 내장재 일부와 시트 소재를 바꾸고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다듬은 건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다. 변경 전 모델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손댈 데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제공=현대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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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이라고 부를 만한 국산차가 없는 상황이지만 4000만원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가격대와 기아차에서 가장 좋은 SUV라는 ‘급’을 고려했을 때 내장재는 조금 더 좋은 걸 써도 좋았을 것 같다.

◆다양한 안전·편의장비

전자장비는 변화가 크다. 최신 안전장비와 편의장비가 대거 탑재됐다. 차선을 바꿀 때 사각지대 위험을 안내하는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벗어나면 경고하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앞 차와의 추돌 위험이 예상되면 경고해주는 ‘전방추돌 경보시스템’(FCWS), 주변 환경에 따라 상향등을 자동으로 조작해주는 ‘하이빔 어시스트’(HBA) 등의 첨단 안전기능을 담았다.

다양한 편의장비는 기본이다. 차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으로 주차를 돕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AVM),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위치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최신 IT기술과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원격시동 및 공조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는 ‘유보(UVO) 2.0’, 8인치 신형 내비게이션 등 국산 최고급 SUV에 걸맞은 품목들로 무장했다.

◆장수 비결은?


모하비는 8년 전 출시됐을 때 이상하리만큼 세련된 멋이 있었다. 북미시장에서도 큰 관심거리였다. 단정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겉모양과 깊은 속내가 은근한 매력을 풍겼고 지금까지 변함 없이 인기를 누리며 명성을 이어온 차다. 이번에 시승한 ‘더 뉴 모하비’는 디자인을 다듬고 상품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요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점을 짚어낸 데다 경쟁모델이 없고 그동안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