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에서 3국까지 3연패를 당한 이 9단은 지난 13일 열린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에서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 뒤 거둔 감격의 첫 승이었다.
지난 3번의 대결을 마친 후 이세돌 9단은 어두웠다. 이 9단은 알파고에 무력하게 진 것에 대해 "압박감을 벗어나기엔 내 능력이 부족했다"면서 심리적 부담이 컸음을 토로했다. 알파고의 연승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1승이라도 거두면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알파고에 1승을 거둔 직후 이세돌 9단은 대국 이후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 9단은 4국 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약점 2가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파고가 백돌보다 흑을 잡았을 때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알파고는 3번의 대결에서 백돌을 잡았을 때 2승을 챙겼다. 흑돌이었던 2국 때도 초중반에는 이 9단에 유리했지만, 중후반 이 9단의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를 내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또 이 9단은 "알파고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 수를 뒀을 때 대처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면서 "알파고가 일종의 버그와 같은 형태의 수를 둔다"고 설명했다. 4국에서도 알파고에 끌려가던 이세돌 9단은 계속된 비틀기로 알파고를 괴롭혔다. 이 9단이 78수째에 묘수를 내던지자 알파고는 인간 바둑기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던졌고, 경기흐름은 급격히 알파고에 불리하게 전개됐다.
5국에서도 이 9단은 알파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4국에서도 초읽기에 몰린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높은 집중력을 통해 승리를 따낸 만큼, 2연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송태곤 9단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4번째 대결까지 펼치면서 점점 알파고에 익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알파고의 약점도 미세하게 드러났으니 5국에서 보다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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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소감을 밝히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