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단순히 ‘이동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이제는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탈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관련 업계에서도 자동차 중심의 ‘문화 알리기’에 앞장서며 발 빠르게 대응한다.


불스원 타운 /사진=불스원 제공
불스원 타운 /사진=불스원 제공

◆주말마다 줄 서는 셀프세차장

달라진 문화는 ‘셀프세차장’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좁고 열악한 시설의 세차장이 아니라 밝고 여럿이 한꺼번에 세차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 늘고 있다. 동호회 단위 모임이 잦아진 게 배경이다.
불스원은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최대규모의 차 관리 공간인 ‘불스원 프라자’를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이곳은 18대가 동시에 셀프세차를 할 수 있고 40대가 차를 말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자동차 튜닝이나 관련 용품을 살 수 있는 가게도 운영 중이다. 동호회원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벌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불스원 관계자는 “주말마다 700~800여대의 자동차가 몰려든다”면서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자동차문화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져서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이야기] 자동차요? 문화를 팔아야죠

◆소중한 내 차, 구석구석 관리해야 직성 풀려

새 차를 산 다음 해야 할 것으로 ‘썬팅’과 ‘언더바디코팅’이 필수 코스로 자리했다. 차를 안전하고 오래 타기 위한 움직임이다.
보통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를 만들 때 아연도금 강판 사용량을 늘리고 방청작업을 하지만 염화칼슘 등 여러 환경적 요인 탓에 부식에서 자유롭지 못해 출고 뒤 추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글로벌 화학회사 독일 헨켈도 우리나라에서 방청·방음 시공 전문인 '테로손(TEROSON)샵’을 운영한다. 내시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부식을 진단하며 부위 별로 다른 제품을 써서 기능에 이상 없도록 작업하는 게 특징이다.

헨켈코리아의 자동차유지보수 사업부 현용언 부장은 “차체 부식은 계속 번져나간다는 점에서 자동차에겐 `암`과 같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겉은 멀쩡해도 속이 상해 사고가 났을 때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뵈르터제투어 2014 /사진=아우디 제공
뵈르터제투어 2014 /사진=아우디 제공


◆문화를 파는 자동차회사
유럽이나 미국의 역사 깊은 여러 행사들도 처음엔 가벼운 친목모임으로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뵈르터제 투어가 대표적이다. 매년 오스트리아 뵈르터제(Wörthersee) 호숫가에서 열리는 유럽전역 폭스바겐 GTI오너들의 오래된 연례행사지만 지금은 폭스바겐 그룹 축제로 거듭났다. 세계 각지에서 마니아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의 모습은 물론 폭스바겐 그룹 내 여러 브랜드들이 내놓은 다양한 신차 전시도 이어진다.

옛날엔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한정적이었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게다가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유럽의 자동차 문화도 자연스레 전파됐다. 이런 점에선 ‘MINI’가 선두주자다. ‘이동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열광하는 기이한(?) 현상도 생겨났다. 자연스레 판매량도 쑥쑥 늘었고 자동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현대자동차’도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차를 팔기에 급급했을 뿐 문화를 판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게 여러 관계자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래서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며 조금씩 시도하려 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문화를 하루아침에 따라잡으려니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차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려고 커뮤니케이션팀을 새로 만들어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결국 제품에 특별한 가치를 녹여내야 하고 이를 통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점이 제조사들에겐 새로운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