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에 붙인 ‘뉴스테이’란 이름은 굉장히 직설적이다. ‘새로운 유형의 주거’라는 국가적 필요성에 따라 등장한 정책임을 분명히 한다. 한국 주거의 큰 축을 차지하던 전세가 몰락하고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투자’에서 ‘거주’의 방향으로 선회하며 등장한 주거대안인 셈이다.
정부와 국민, 기업들은 저마다 뉴스테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치밀한 계획이 아닌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돼 너무 많은 변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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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도화 견본주택에 많은 사람이 몰려있다. /사진제공=대림산업 |
◆정부, ‘중산층 주거난 해소’ 기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5.5%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한정된 상황에서 뉴스테이가 ‘중산층 주거난’ 해소를 목표로 등장했다. 정부로서는 뉴스테이를 통해 재정부담 없이 제도권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뉴스테이와 관련 지난해 2만4000가구 공급을 위한 사업부지를 확보했고 올해는 5만가구, 내년에는 5만6000가구 등 3년간 13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입주하려는 중산층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뉴스테이 첫 사례인 ‘인천 도화 e편한세상’은 입지와 임대료 논란을 불식시키며 성공적인 청약을 이뤄냈다. 청약접수 결과 1만1258명이 신청해 5.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최근 1년간 인천에서 이뤄진 분양주택의 청약경쟁률 2.6대1의 2배가 넘는 기록이다. 이어 진행된 ‘수원 권선 한화꿈에그린’(3.2대 1),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1.8대 1) 청약도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인천도시공사와 대림산업에 따르면 도화 e편한세상의 청약신청자는 30대가 32%를 차지해 40대(21%), 50대(20%)를 1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는데 이는 뉴스테이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득이 있지만 전세값 상승으로 목돈마련이 어려운 30대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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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림산업 |
여기에 각 건설사들의 특화 및 고급화 전략으로 그간 임대주택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서울 강남권 첫 뉴스테이인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는 청약경쟁률 10대1을 넘어섰는데 위치상의 이유가 가장 컸겠지만 특화설계 등으로 차별화한 점 역시 성공요인으로 평가받는다.
◆‘고소득 중산층’ 대상, 부담 가중 우려
초기 청약의 연이은 성공에도 뉴스테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임대료의 적정성 여부다. 뉴스테이의 초기 임대료는 대개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90%선에서 결정토록 했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다. 다만 한번 책정된 임대료는 연간 5% 이상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첫 임대료 책정분을 최대한 높게 잡으려 한다.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지만 이 경우 ‘주택난 해결’이라는 당초 사업의 취지와는 거리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몰리는 현상을 가중시켜 오히려 중산층의 주거부담만 높일 우려가 있다.
첫 뉴스테이사업인 도화 e편한세상은 전용면적 59㎡ 규모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43만원, 84㎡는 6500만원에 월 55만원이다. 서울 신당동 대림뉴스테이의 경우 원룸형태인 전용면적 24㎡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원이고 30㎡는 4000만원에 월 75만원이다. 대림동 뉴스테이는 37㎡의 경우 1000만원에 월 110만원 규모다. 여기에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으로 관리비도 높을 전망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달 22일 ‘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한 문제점 진단과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급예정인 뉴스테이 임대료를 분석해보니 소득 6분위 이상이나 부담이 가능한 수준이고 위례신도시나 서울지역의 경우 소득 8분위 이상 돼야 한다”며 “임대료가 비싼 신축개발형, 아파트형, 고급형 뉴스테이만 공급할 것이 아니라 폭넓은 주체와 유형, 다양한 임대료의 뉴스테이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득 중산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임대료 수준으로 공급돼야 정책취지에 알맞는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 3곳 외 나머지 ‘조심스럽다’
뉴스테이에 대한 우려는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업계에서도 새나온다. 뉴스테이정책이 발표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뉴스테이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건설사는 대림산업, 한화건설, 롯데건설 정도다. 이 회사들은 공실관리, 임차인 모집, 주택 하자보수와 같은 임대관리업무까지 준비하며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회사의 사업체질 자체를 발빠르게 변화시키는 것.
반면 나머지 건설사들은 사업진출을 공언하고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사업을 결정하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들기로 유명한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 분위기만 맞출 뿐 내부적으로는 사업성에 대한 검토만 하고 있다”며 “선점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리스크가 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뉴스테이의 사업성에 의문을 표하는 배경에는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 있다. 이 관계자는 “뉴스테이사업의 성패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무턱대고 참여할 경우 자칫 공급과잉 우려가 발생할 수 있고 정부정책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