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에어 제공
/사진=진에어 제공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항공업계에선 LCC의 잦은 결항이 정비능력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내 1, 2위 LCC 업체들도 안전문제로 곤란을 겪었고, 정비시설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적 LCC들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국적 LCC에 비하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맞서고 있다.
◆정비문제 지연… 결항률 높다? 낮다?

우려의 목소리처럼 항공기 정비문제로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일이 잦을까. 국토교통부의 항공통계 작성 매뉴얼에 따르면 ‘지연’은 비행계획서상의 운항시간에서 이착륙시간을 기준으로 국내선은 30분 초과, 국제선은 1시간 초과한 경우를 말한다. ‘결항’은 운항이 취소된 경우나 출발공항에 최종 착륙한 경우, 교체공항에 최종 착륙한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국적 대형항공사(FSC) 중 대한항공 지연율은 2012년 약 3.34%에서 2014년 약 2.02%로 개선됐고, 아시아나항공 지연율은 평균 약 3.84% 수준이다.
2014년 국내선 지연현황 /자료=국토교통부
2014년 국내선 지연현황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국적 LCC 지연율은 약 2.53%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의 지연율은 각각 평균 약 1.60%, 약 1.85%로 외국적 저비용항공사 비해 낮았지만, 이스타항공은 약 4.27%로 다소 높았다. 그리고 국제선 지연율은 이스타항공이 약 3.92%로 타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높은 지연율을 나타냈다.
2014년 LCC 국제선 평균 결항률은 약 0.15%로, 약 0.31%를 보인 에어부산을 제외한 모든 국적 LCC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적 LCC의 평균 결항률(2011년~2014년)은 약 0.18%며, 제주항공의 평균 결항률이 약 0.11%로 가장 낮았다.

외국적 LCC와 비교하면 어떨까. 2014년 국적 LCC의 평균 지연율은 약 2.6%로 외국적 LCC 5.7%에 비해 낮았다. 결항률도 0.15%로 외국적 LCC의 0.37%보다 절반가량 낮다.
2014년 국적항공사 결항비율 /자료=국토교통부
2014년 국적항공사 결항비율 /자료=국토교통부

그럼에도 안전문제가 화제가 되는 건 지연이나 결항사유가 ‘정비’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토부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항공기 정비문제로 지연된 건 6.1%, 결항된 건 12.9%다. 사유 대부분은 기상이나 항공기 접속 문제 탓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비율이 낮더라도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최근 LCC 점유율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 있다”고 전했다. 운항횟수가 늘어난 만큼 문제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LCC 국내선 점유율이 2010년 34.68%이었지만, 2014년엔 약 50.68%를 기록하며 시장진입 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 53.8%, 올해 1월엔 56.5%까지 상승했다. 국제선 운송실적 중 LCC 점유율은 2010년 약 4.22%에서 2014년 1월 12.5%, 지난해 13.8%, 올해 18.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공항에 건립 중인 MRO 조감조 /사진=제주항공 제공
인천공항에 건립 중인 MRO 조감조 /사진=제주항공 제공

◆MRO 설치로 LCC 정비 숨통 트일까
항공업계에선 MRO(항공정비: Maintenance·Repair·Overhaul)를 육성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정비는 A부터 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와 B는 기본적인 운행정비로 정비사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C와 D정비는 기체 중정비로 기체를 분해하고 들어 올릴 대형 특수설비가 필요하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모기업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정비를 맡기고 있다. 반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은 이중 C와 D에 해당하는 정비를 싱가폴과 인도 등 해외 MRO에 위탁하고 있다.

2014년 국토부가 발표한 MRO 육성방안에 따라 올해 12월이면 인천공항 내 부지에 정비격납고가 들어선다. 내년부터 항공사들은 이곳에서 엔진정비와 부품정비 등 일부 C정비에 해당하는 범위까지 해결할 수 있게 돼 해외를 오가며 낭비하던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제2격납고에서 정비 중인A330항공기(왼쪽)와 A32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제2격납고에서 정비 중인A330항공기(왼쪽)와 A320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인천공항 MRO 운영은 샤프와 제주항공, 티웨이, 이스타, AKIS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JS에비에이션(JSA)이 맡으며, 앞으로 해외 LCC를 유치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걸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선 기체를 완전히 분해하는 D정비를 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경상남도 사천과 충청북도 청주에도 MRO 설치가 검토됐지만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이스타항공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문제점 찾기에 총력 기울여야…
LCC들은 정비능력을 기르는 것 외에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비행정보 전산화와 대규모 투자로 세계 평균 수준의 항공안전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비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전산화한 EFB(Electronic Flight Bag∙전자비행정보) 도입 등 운항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나섰고, 이는 기존 적발위주 운항감사제도에서 벗어나 비처벌주의 심사를 통해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올해 상반기 중 예비엔진 1대를 추가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에어는 올해 총 3대의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한다. 진에어 관계자는 “기령 0년의 B737-800 2대와 B777-200ER 1대가 올해 투입될 예정”이라며 “항공기에 대한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소비자 편의에 신경 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LCC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는 항상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LCC들이 그동안 수익에만 매달리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