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쏘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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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차 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눈에 띄는 기술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된 자동차 문 개폐장치. 비록 시동을 걸 때는 차 내부에 묶여있는 아날로그 키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런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카셰어링이 상용화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즘 쇳대(열쇠를 가리키는 방언)로 된 자동차키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 지멘스사에서 최초로 개발돼 1998년 벤츠 S클래스에 최초 적용된 스마트키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차’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경차에서도 대부분 스마트키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중형세단 이상에서는 아예 기본옵션으로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마트키, 어디까지 왔나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스마트키는 차량 열림과 닫힘, 트렁크 열림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리모콘 기능과 자동차 키를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차량 주변에 접근하면 문이 열리고, 차량 내부에 키가 있는지를 감지해 버튼시동 권한을 운전자에게 부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키의 무선 전파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차량에 설치된 안테나와 신호를 교환하며 각종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센서 기술과 결합해 키를 소지한 채로 트렁크 주변에서 특정한 액션을 취하면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기능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


/사진=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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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운전석 시트와 사이드 미러, 오디오 등이 스마트키 사용자별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능을 가진 모델도 있으며, 스마트키를 갖고 트렁크 앞에 서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있다. 최근에는 시동을 켜고 끄거나, 창문을 열고 닫고, 심지어 스마트키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등 기능도 점차 고도화 되고 있는 추세다.

기자가 직접 본 가장 최첨단의 스마트키는 BMW 뉴 7시리즈의 디스플레이패널 장착 스마트키다. 지난해 10월 7시리즈 출시행사장에서 직접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스마트 키를 통해 도어의 개폐 여부와 주행가능거리, 차량의 이상 여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식 범위는 300m 수준이다.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긴 하지만 운전석 암레스트 콘솔에 꽂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BMW 디스플레이 키를 이용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 /사진=BMW코리아
BMW 디스플레이 키를 이용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 /사진=BMW코리아

이 키의 정말 놀라운 기능은 스마트키의 패널 조작을 통해 자동차를 앞 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인데, 아쉽게도 행사 시점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영상을 통해서 확인한 주차기능을 이용하면 좁은 주차공간에서 이른바 ‘문콕’을 피하기 위해 힘겹게 내리지 않고 자동차를 앞으로 뺀 뒤 여유롭게 하차 후 스마트 키를 이용해 후진시킬 수 있다.



/사진제공= 혼다
/사진제공= 혼다

조만간 운전자의 음주여부를 측정해 엔진시동을 제한하는 기능도 개발될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제조사 혼다와 전자기기 제조기업 히타치는 최근 음주운전자가 운전을 하려고 할 경우 엔진 시동을 제한하는 기기를 개발했는데, 이는 술을 마신 사람이 숨을 쉴 때 뿜어내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에탄올 등의 물질을 내장된 반도체 센서로 인지해 음주 여부를 판단한다. 포화수증기 감지 센서의 크기를 축소해 전력사용량이 적고 가볍기 때문에 스마트키에 적합하다.

혼다와 히타치는 다음달 개최될 ‘2016년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 박람회’에서 이 기술을 처음 공개하고 상용화할 예정이다.

◆스마트키 기술 어디로 갈까

그렇다면 스마트키 기술의 발전방향은 어디를 향할까. 현재 가장 유력한 방향은 ‘스마트폰과의 연동’이다. 모든 IT기술이 집약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까지 합류되는 셈이다.

이는 벌써 가시화되고 있다. 볼보는 내년부터 자동차 열쇠 대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리적인 키는 아예 없고 스마트폰 앱 하나만 있으면 차량 도어와 트렁크를 열 수 있다. 또 차량 내에서 시동을 켜거나 끄고 공조장치도 컨트롤 할 수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듯 카셰어링과 결합할 때 엄청난 변화상을 몰고 올 전망이다. 앱 하나로 차량 여러 대를 관리할 수 있고 자동차 1대를 앱을 이용해 여러 명이 공유할 수도 있다. 앱을 이용한 공유는 다른 사람에게 손쉽게 가상 키를 빌려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진=볼보
/사진=볼보

일각에서는 생체인식 기술이 자동차 키의 변화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 경우 스마트폰 마저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자동차 키의 이런 변화가 ‘열쇠’의 본연의 기능인 ‘보안’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자기기의 해킹을 통한 범죄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 무차별적인 해킹으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이 안전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자동차운전자협회(ADAC)는 최근 스마트키를 해킹해 손쉽게 자동차를 탈취하는 실태를 밝히는 한편 도난 예방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유명 자동차 제조사 19개사의 차종 24개를 대상으로 스마트키에 대한 신호증폭 공격(amplification attack)이라는 해킹 기법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이 방법을 통한다면 스마트키가 자동차와 일정 범위 내에 있다면 차량 내에 침입하기만 하면 손쉽게 자동차를 훔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이용한 차량절도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이 ADAC 측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