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눈앞에 두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졌다. 저금리 상황에서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상승폭이 막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처럼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한 코스피지수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박스권 장세는 앞으로 증시가 일정구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된다는 뜻이다. 이를 이용하면 지루한 흐름 속에서도 수익을 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아니면 시야를 넓혀 다른 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박스권 장세 지속… 실적에 주목하라


박스권 장세에서는 저점일 때 사고 고점일 때 파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주식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투자대상의 저점과 고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쉬운 박스권 장세에서는 기본적인 방법이 가장 적절한 전략이다. 자산이 내림세에 접어들었다면 과감히 매도하고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짧은 기간 사이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치고 빠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지난 2월 1800선까지 추락한 코스피지수는 한달 만에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기다렸다는 듯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다시 하락추세로 접어들었다. 몇년간 코스피지수가 1800~2100선 사이에서 보였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변동성이 높고 빠른 상황에서는 기초체력인 실적이 주가상승의 원동력이다. 특히 1분기 실적시즌을 맞은 만큼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와 지수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그만큼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상승세가 글로벌 통화정책 효과에 따른 안도랠리 성격이라는 점에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속된다”며 “추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매도물량이 계속 나오는 수급상황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승한 에너지·화학·의료·유틸리티 등으로 관심업종을 압축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ETF로 단기매매… 롱숏·배당주펀드 ‘유효’

짧은 호흡으로 투자할 때는 자산을 얼마나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유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되팔기 힘든 자산은 단기투자에 적절치 못하다. 따라서 최근 투자자들은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면서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는 추세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ETF는 ‘KODEX인버스ETF’다. 지난 1월 4220억원이던 설정액이 지난달 1조2460억원까지 늘었다. 인버스ETF는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 같은 비율로 하락하는 ETF다.

반면 ‘KODEX레버리지ETF’는 같은 기간 3조1480억원에서 1조6860억원으로 줄었다. KODEX레버리지ETF는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을 두배로 추종하는 ETF다. 가령 코스피지수가 1% 상승하면 레버리지ETF는 2% 상승한다. 인버스ETF의 설정액이 늘고 레버리지ETF가 줄어든 것은 지수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웃돌자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코스피 2000선은 박스권 상단 역할을 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인버스ETF의 증가와 레버리지ETF의 감소는 투자자들이 박스권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ETF는 주식과 같이 능동적인 매매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자신 없는 투자자는 비교적 일정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롱숏펀드나 배당주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 내릴 종목을 공매도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가 흐름이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효율적이다.

배당주펀드도 일정한 배당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지난 6일 기준 1년 동안 롱숏펀드는 2%의 수익을 거뒀고 배당주펀드는 3.7%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65% 하락했다.

◆ 해외로 눈을 돌려라…중국증시 다시 훈풍

국내증시의 박스권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해외투자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이후 폭락했던 중국증시에 다시 훈풍이 불어온다. 중국당국의 부양책 기대감과 실물경기 및 경기지표의 호조가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공업기업 이익은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50.2를 기록하며 시장전망치와 전월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중국당국은 지난달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부동산 신규개발로 경기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지난 1월 2600선까지 떨어졌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6일 기준 3050선으로 뛰어올랐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하이지수도 3000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반복한다”며 “다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2분기부터는 우호적인 환율과 수급을 바탕으로 강세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중국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6일까지 중국주식형펀드에 265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전인대가 있던 지난달에는 1512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지난 한달간 수익률도 3.02%로 전체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인 1.73%를 크게 웃돌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